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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중심주의 벗어나야 기후변화 해결”

2018-11-02 교류/실천

전 세계 각지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전문가들의 경고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 문제 진단 및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경희대에서 개최됐다.

기후변화의 과학적 원인 및 영향, 국제사회 대응 주제 토론회 열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온도 급상승… ‘이상기후’와 ‘생태계 파괴’로 인류 생존 위협
“초(超)정치적 방안과 전 지구적 관심과 노력 필요해”

저명한 신학자이자 환경사상가인 존 캅(John B. Cobb) 클레어몬트 신학대학원 명예교수는 “기후변화의 결과를 피하기에는 너무 늦었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아무 것도 안할 수 없는 일이고, 지금이라도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내린다면 수십억 명의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전 지구적 위기이며,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을 아우르는 문제로서 대학도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추구하는 경희대가 이 문제에 주목했다. 지난 10월 24일(수),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온난화의 주 원인… 생존의 분수령
‘기후변화의 과학과 정치’를 대주제로 진행된 토론회는 ‘과학적 근거’, ‘현상’, ‘정치’ 등 3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첫 번째 ‘과학적 근거’ 세션은 정진영 교수(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장)의 사회로 조천호 박사(前 국립기상과학원장)와 권원태 박사(IPCC·前 기후변화학회장)가 발표자로 나섰다.

‘지구기후시스템의 경로’를 주제로 강단에 오른 조천호 박사는 “인류 문명은 좋은 기후를 만난 덕에 일어난 우연한 사건”이라며 홀로세(Holocene)의 수호를 주장했다. 조 박사는 “오늘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4배에 달하는 에너지가 매순간 지구에 가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이후부터 계산했을 때 약 27억 개의 원폭 에너지가 지구에 영향을 준 셈으로, 이로 인해 인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지구 위험한계(Planetary Boundaries)가 한계치로 치닫고 있다.

조 박사는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저탄소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경제성장을 우선시하고 그 이후에 환경 보호 활동이 이루어졌지만, 앞으로는 지구 환경 보호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춰 사회 체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천호 박사에 이어 권원태 박사가 ‘IPCC와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UN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에 대해 언급하며 “IPCC가 2014년 발간한 5차 평가보고서를 통해 기후가 변하고 있고, 1950년 이후 발생한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권원태 박사도 온실가스 배출에 주목했다. 온실가스로 인한 급격한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넘어 인간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는 “가까운 미래에는 폭염의 지속기간이 지금보다 길어지고, 최고 기온도 40℃를 웃돌 것”이라고 예측하며 “지난 10월, 송도에서 개최된 IPCC 제48차 총회에서도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로(0)에 가깝게 줄여야 한다는 보고서가 채택됐다. 온실가스 배출의 감소는 인류 생존의 중요한 분수령이 됐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인간의 영향
발표가 끝나고 변영화 박사(국립기상과학원)와 박석순 교수(이화여대·前 국립환경과학원장)의 발제로 토론이 이어졌다. 박석순 교수는 앞선 두 발표자와 대조적으로 기후변화가 인간에 의해 일어났다는 데 회의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1940~70년대 기온 하강 현상 등을 언급했다.

이에 권원태 박사와 조천호 박사는 박 교수의 주장을 반박하며 “회의론의 주장 중 일부는 다시 검토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류에서는 IPCC 보고서의 내용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발표되고 있는 여러 보고서의 내용도 IPCC 보고서의 내용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답했다.

‘기후변화의 과학과 정치’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각계각층의 전문가는 물론, 재학생과 일반인들도 참석해 기후변화 문제의 다양한 측면을 살펴봤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와 ‘생태계 파괴’ 진행
두 번째 세션은 ‘기후변화의 현상’을 다뤘다. 이우균 교수(고려대·기후변화학회장)를 사회로 김성중 박사(극지연구소)와 공우석 교수(경희대)가 발표자로, 김소희 총장(기후변화센터)과 최영은 교수(건국대)가 토론자로 나섰다.

최근 기상청은 지난 겨울에 이어 올 겨울에도 강력한 한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중 박사는 그 원인으로 북극의 온난화를 꼽았다. 북극 지역의 해빙으로 북극 기온이 상승했고, 이에 제트기류가 약해짐으로써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폭염과 황사, 미세먼지 유입 등의 문제도 제트기류 약화로 인한 극소용돌이(Polar Vortex)의 남하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성중 박사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온난화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 중이고, 기후계를 구성하는 대기·해양·빙권·식생 간의 부조화를 일으켜 이상기후도 빈번한 상황이다”라며 “생태계 파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더욱 활발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우석 교수는 생태계 파괴 문제에 더욱 집중했다. 그간 생태계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환경에 적응해왔다. 하지만, 불과 100년간 진행된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수십억 년의 세월을 견뎌온 생태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공 교수는 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생태계 변화 및 파괴 사례를 언급하며 “생태계 파괴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일이 시급하지만, 생태계의 변화는 느리게 진행되는데다가 복합적 요소도 많아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사람들이 깊게 인식하지 못하는 생태계 파괴가 어느 순간 부메랑이 되어 생존을 위협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 교란과 멸종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자연 생태계를 지키고 복원하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 필요해”
이어진 토론에서 최영은 교수는 기후변화의 피해를 설명하며 올해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을 예로 들었다. 지난 9월과 10월, 미국에 상륙한 허리케인 ‘플로렌스’와 ‘마이클’은 발달하는 속도가 이례적으로 빨랐고, 해안으로 상륙한 이후에도 힘을 잃지 않아 큰 피해를 남겼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극우돌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최 교수는 브라질에 주목했다. 최 교수는 “‘지구의 폐’라고 불리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대부분이 브라질에 있는데, 현재 파리기후협약 탈퇴와 아마존 개발을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후보자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며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전 지구적 노력은 크게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후보자는 지난 10월 28일, 브라질 대선에서 승리해 내년 1월 1일에 새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김소희 총장은 IPCC 총회가 국내에서 개최됐음에도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어, “이번 특별보고서에서 지정한 1.5℃ 제한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며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과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시민들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우석 교수도 김 총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과학의 대중화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여러 기관 및 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학자들도 눈높이를 낮춰 국민들의 인식 변화시키는 일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문제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위협’이라는 데 뜻을 함께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천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정치적 한계 극복한 기후변화 대응정책 모색해야
마지막 세션의 주제는 ‘기후변화의 정치’였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오형나 교수(경희대)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발전 과정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의 상관 관계 △SDGs와 파리기후협약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정책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형나 교수는 경제성장과 환경오염 간의 관계를 보여주는 ‘환경 쿠즈네츠 곡선(Environmental Kuznets Curve)’을 언급하며 “오염물질 배출 문제에서는 이 이론이 적용됐지만, 온실가스 배출에서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환경 보호에 관심이 생겨 오염물질 배출이 감소하게 되는데, 온실가스는 경제가 성장해도 배출량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의 효과가 미진한 상태임에도 전 지구적 에너지 소비 과잉으로 환경오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을 통해 약간의 돌파구를 찾는 듯했지만, 현재는 이 협정의 지속마저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라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지 않고 있는데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정책 간 충돌을 최소화 해 SDGs 실현에 힘써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뒤이어 김성진 박사(한양대 에너지거버넌스센터)가 ‘기후변화의 정치학’에 대해 발표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환경문제가 정치적 의제로 부각되기 위해서는 대중 속에서 ‘지식’, ‘우려’, ‘긴급성’이 충족돼야 한다. 기후변화의 경우 지식과 우려는 어느 정도 충족됐으나, 긴급성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박사는 “최근에서야 바뀌고 있지만 이전까지는 기후변화 문제가 크게 와 닿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명권의 생활·소비패턴이 바뀌어야 하는 대규모의 사안이라 지연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앞서 오 교수가 다룬 ‘환경 쿠즈네츠 곡선’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이를 ‘더러움의 외주화’라고 명명하며 “중국이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전 세계적인 수요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감축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수요가 줄지 않는 이상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배출은 다른 국가로 이동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기후변화라는 지구적 위기 앞에서 국가 중심적인 대응 정책을 채택하고 있는 각국의 딜레마 상황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그는 “국익 요인들에 의한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국가 중심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생존위기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했다.

기후변화는 긴박한 문제… “적극적 참여와 지속적 관심이 중요하다”
토론자로 나선 이민호 교수(경희대·前 환경부 정책실장)는 우리나라의 환경 보호 정책이 비교적 우수한 편이라면서도 보다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에게 기후변화의 긴급성과 위기의식을 일깨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책적으로도 적절히 통합·연계하고, 국제기구를 잘 활용해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상진 명예교수(서울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거버넌스의 방향성을 고민했다. 그는 “기후변화의 위험이 더욱 커지기 전에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흐름이라면 상당히 기술통제적이고 권위적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민 참여적이고 민주적인 거버넌스를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 다함께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 참석한 조인원 총장은 “올해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 UN 사무총장의 메시지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강경한 목소리로 경종을 울리고 있다”면서 “최근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그 안에 있던 메탄이 대기 중으로 분출되고 있다고 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수백 배의 온난화 효과가 있는데 IPCC 보고서의 내용보다 더욱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총장은 “이렇게 긴박한 문제를 국제기구와 정치권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본다. 하루라도 빨리 다양한 방법론을 두고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토론자들의 발제에 권원태 박사는 “연구를 지속하면 할수록 긴박함을 느낀다. 기후변화는 ‘지구를 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류를 구하는’ 문제이다”라고 동의했고, 오형나 교수도 “기업은 이윤이 존재할 때만 움직인다”면서 기업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진 박사는 그간 다양한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온실가스 감축이 크게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로 ‘결과(Outcome)의 무관심’을 꼽았다. 정치적인 투입(Input)과 실적(Output)에만 신경 쓸 뿐, 시행되는 정책이 불러오는 결과에는 상대적으로 무관심했다는 것이다. 그는 “Input과 Output보다 더 중요한 게 Outcome”이라면서 “더 나은 정책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적절한 Push와 Pull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인원 총장은 “기후변화는 체제의 문제이면서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라며 “이번 토론회가 문제를 효과적으로 풀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기후변화 문제를 심도 있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 한승훈 aidenhan213@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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