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개교 65주년 ‘총장 - 후마니타스칼리지’ 북토크
2014-06-16 교육
조인원 총장, 학생들과 함께 시민의식 각성 위한 대학의 역할 모색
‘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 주제로 개인과 사회 성찰
개교 65주년 ‘총장 - 후마니타스칼리지’ 북토크가 지난 5월 27일(화) 서울캠퍼스 네오르네상스관 누리극장에서 개최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북토크는 조인원 총장과 학생들이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가’를 고민하며 더 나은 인간과 정치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올해는 세월호 참사를 통해 성찰적 주체와 시민의식의 각성, 대학과 후마니타스의 교육이 던지는 질문 ‘한국사회, 어디로 가고 있나?’를 주제로 북토크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경희대 학생과 서울시민대학 수강생 등 300여 명이 참석, 세월호 참사의 반성과 성찰을 통해 개인과 사회는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야 하는지, 그 속에서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조인원 총장, “시대의 양심, 인간의 양심 갖고 공감의 실천 세계 만들어야”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조인원 총장은 ‘인간의 길, 정치의 길 - 변화의 전위에서’를 주제로 특강을 펼쳤다. “세월호 안에는 우리 사회의 왜곡과 모순, 더 크게는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과 한계가 들어있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한 조 총장은 ‘세월호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인간의 길, 정치의 길에 무엇을 담아내야 하는지, 또 그 실천의 세계를 어떻게 열어갈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우선 조 총장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우리에게 주어진 현실에 문제가 있고, 정치에 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힌 뒤, ‘틀’에서 벗어나 틀의 제약과 전횡을 극복해가는 열린 의식과 실천 세계의 의미를 강조했다. “틀은 한 번 들어가면 벗어나고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데, 그 틀은 현대 사회에서 체제와 이념, 제도, 규범, 질서 등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관습과 관행으로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범주화된 틀은 그 틀 안에선 모두 옳은 것처럼 보이나,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완벽한 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안과 현상 보기’에는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조 총장은 “왜곡과 모순, 부조리와 불의를 추동하는 틀은 개선돼야 하며, 나와 다른 생각, 타인의 성찰적 인식을 수렴하는 열린 사유의 실천 세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의 양심, 인간의 양심을 찾아서 공감과 합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란 전언이다.
경희는 최근 <경희 미래 리포트>를 준비 중이다. 더 나은 대학을 위한 구성원 염원을 담아낼 <경희 미래 리포트>는 좁은 의미의 대학 혁신론을 넘어, 국내외 대학사회가 참여하는 지구적 교육혁신 운동으로 진전될 수 있도록 구성원이 참여하는 ‘성찰과 실천의 축제’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조인원 총장은 “상상은 여러 사람이 함께 할 때 실천과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경희인이 함께 상상하는 경희의 미래, 다음 세대가 긍지를 느낄 경희의 모습을 심사숙고해 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간존엄·인간존중 가치 살려 사람에 대한 틀 재성찰해야”
이어서 김윤철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사회로 조인원 총장과 학생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많은 참석자들이 ‘우리 안에 세월호 선장의 모습은 과연 없는지’를 성찰하며, 현실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이에 따른 각성과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날 토론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다양한 원인을 분석하며, 내 안의 변화, 인간존중의 사회문화를 강조했다.
조인원 총장은 무엇보다 “인간존엄, 인간존중의 가치가 결여된 인습과 관행이 세월호 참사를 만들어냈다”고 전제한 뒤, “사람에 대한 틀을 재성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과정엔 자신과 타자, 공동체에 대한 심층적 생각과 배려, 고민이 필요하며, 이를 배움과 연결시키는 것이 시민교육이자 민주주의라고 전했다. 조 총장은 “틀이 틀로 존재하며 ‘인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더 이상 진보와 발전은 없다”며 “틀을 넘어선 사유, 미래 가치, 인간적 가치를 오늘, 이 자리에 불러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월호는 돈의 가치, 부의 가치가 인간의 삶을 압도하는 사회의 틀 안에서 ‘왜곡과 축적, 반복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집단적 행위의 결과로 볼 수 있고, 이는 매우 위험한 사회 부조리를 만들어낸다”고 경고했다.
김정현(사회학과 13학번) 학생은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에는 올바른 의미의 개인주의가 정착돼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주의에는 개개의 인간은 무엇보다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는 인간존엄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며 “진정한 의미의 개인주의가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면, 세월호 참사에서 지적된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의 가치를 표현하는 한편, 타인을 존중하는 문화·배려 필요
진정한 의미의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인원 총장은 “‘우리’라고 표현되는 공동체에는 공동체에 소속된 이들 간의 상호협력적인 긍정적 인식이 있는 반면, ‘우리’가 ‘끼리’로 전락하면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끼리 문화’는 ‘우리’ 밖 타자를 밀어내는 배타적 인식과 행동을 양산한다”고 말했다. 사회에 뿌리 내린 학연, 지연 등의 배타적 인맥과 집단 이기주의를 ‘끼리’에 가까운 대표적 사례로 꼽은 조 총장은 “사회로부터 지탄받는 이 같은 적폐를 개선할 수 있도록 인간의 존엄과 자유, 가치를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일궈내고, 나와 다른 타자의 개성과 선의, 입장과 존엄을 적극 수렴하는 자세를 갖출 때 진정한 ‘우리,’ ‘더 나은 공동체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홍지민(경영학과 09학번) 학생은 “사람들은 자극적인 이슈나, 자신이 개입된 일에만 ‘우리’라고 생각하고 응집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우리’가 될 수 있도록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공감의 정치 위해 대학에서 올바른 삶 사는 방법 가르쳐주길”이외에도 현실의 변화를 위해 공감과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발표됐다. 시민대학 수강생인 송정희 씨는 “우리의 정치적 무관심이 세월호 사고를 사건으로 키웠다”면서 “이러한 배경에는 자기이익에 사로잡힌 탐욕과 부조리의 정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공감하는 정치를 위해 나 자신부터 탐욕스럽지 않게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방법을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는다”고 토로한 뒤, “대학에서 올바른 삶을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조 총장은 “정치는 우리 사회를 바꿀 수 없고, 바꿔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과거엔 권력이 지나치게 커서 정치가 사회와 시대를 바꾸는 것이 가능했지만,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오늘의 정치는 그래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민주주의 정치는 잘 사는 것과 더불어 사는 것, 잘 죽는 것을 고민해야 하고, 교육기관도 이에 대한 철학적 사유와 다양한 실천의 가능성을 심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 뒤, 정치에 대한 새로운 의미부여를 강조했다. 정치는, 조 총장에 따르면, “배타적 힘의 지배가 아니라, 나와 타자의 개성과 선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고, 조율되는 과정”으로, “인간의 인간적 삶이 요청하는 ‘각성의 과정,’ ‘변화의 전위’로 재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조리와 불의의 사유 틀 깰 수 있게 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 확대돼야”
경희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스승의 날을 반납해 교육 혁신의 계기로 삼겠다는 내용을 담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진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학생들은 대학 교육에 대한 성찰과 토론의 장을 진행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업체 관계자,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 등을 배출한 교육기관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는 자성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날 토론에서도 탐욕과 불의, 부조리, 무책임의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대학과 교육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졌다.
조인원 총장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삶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배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는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지향하는 정신이기도 하다고 전한 조 총장은 “대학사회가 후마니타스칼리지와 같은 교양교육 체계를 갖추고, 이러한 배움의 길이 사회적으로 확산됐으면 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조 총장은 배움의 길에 임하는 학생들의 자세도 당부했다. 공부를 취업과 부, 명예, 권력을 얻기 위한 수단과 도구, 기술로 생각하는 것을 경계한 뒤, “공부를 내 삶의 더 큰 성취, 삶의 깊이를 더하는 과정으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과 만나고, 나와 너, 사회의 조화로운 만남을 주선해가는 것이 공부의 참된 의미”라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배움과 학습을 통해 인간의 더 넓은 세상과 조우하는 길을 함께 열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공과 교양의 결합을 통해 자신의 성취와 인간의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함께 가꾸어갈 경희의 역사이자, 전통이라고 조 총장은 전했다.
일본인 토론자 아야까(아동가족학과 12학번) 학생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을 처음 받을 때는 그 의미나 가치를 잘 몰랐는데, 해가 지나면서 수업을 통해 깨닫는 내용이 많아졌다”면서 “대학에서 가2019-01-21르쳐야 할 것은 전공지식만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서로 도와주면서 살아가는 공동체적 가치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희(약학과 11학번) 학생은 “후마니타스칼리지 수업을 들으면서 ‘이것이 대학다운 대학교육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힌 뒤,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틀을 깰 수 있게 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이 확대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생들 역시 스스로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성찰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올바른 인간의 길, 정치의 길 위한 학생의 역할 생각해볼 수 있어”토론을 마치며 김정현 학생은 “총장님 특강 중에서 ‘틀’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고, 틀에서 벗어나면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길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올바른 인간의 길, 정치의 길을 위해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면서 “주어진 틀을 깨기 위해 노력하고 끊임없는 성찰로 나를 성장시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야까 학생은 “나는 어떤 가치를 갖고 살고 있는지 되돌아보면서 사회에 나갔을 때 어떤 가치를 갖고 살아야 하는지 고민해볼 수 있었고, 경희인으로서, 더 넓게 보면 한 국가, 세계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올바른 가치와 양심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결의를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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