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개교 65주년 기념행사 (2) 학술회의

2014-05-29 교류/실천

미원 조영식 박사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 주제
저작 의미 재평가해 현재 점검·미래좌표 정립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 복간 기념 학술회의가 지난 5월 19일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진행됐다. 올해 개교 65주년을 맞아 <문화세계의 창조>를 복간한 경희는 학술회의를 통해 경희의 얼과 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재조명해 인간과 문명의 내일을 위한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모습을 모색했다.  

조영식 박사는 1951년 한국전쟁의 와중에 <문화세계의 창조>를 집필, 문화복리주의를 기반으로 지구촌이 하나로 통합돼 평화로운 인류사회를 이룩해야 한다는 이상을 밝혔다. 이는 경희의 교시로 거듭나 구체화됐다.

인류 보편적 가치 실현 위해 대학 설립
학술회의는 기조발제 후, 발제, 토론 및 질의응답으로 이어졌다. 기조발제를 맡은 라종일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는 ‘뜻과 의지 그리고 실천의 세계 - 미원 조영식의 사상과 생애’를 주제로 발표했다. 라 교수는 “조영식 박사는 전쟁을 겪으며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동·서, 좌·우로 갈라진 세계와 인류의 앞날을 걱정했기 때문에 그의 사유 세계는 근본적으로 뜻을 세우고 이를 현실에서 이룩할 의지를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조영식 박사는 모든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지키며 살 수 있는 ‘문화복지’의 세계 건설을 갈망했고, 문화는 ‘인간의 존엄을 발전시켜온 인류 정신의 구체화’라고 단언했다. 라 교수는 “조영식 박사는 그가 추구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들이 실현되는 새로운 세계를 새롭게 구현하는 것은 우선 대학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 아래 대학을 설립했고, 그의 사상은 오늘날까지 경희대의 정신으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경희는 ‘지구문명의 대붕괴냐, 지구적 존엄이냐’ 실존적 물음에서 비롯해
첫 번째 발제자는 이동욱 경희학원 이사였다. 그는 ‘<문화세계의 창조>, 깨어난 상상력’을 주제로 발제했다. 이 이사는 “65년 전, 경희는 청년 조영식이 자신과 전 인류사회를 향해 던졌던 물음, ‘지구문명의 대붕괴냐,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이냐’라는 실존적 물음에서 비롯됐고, 교시 ‘문화세계의 창조’는 그러한 물음에 대한 그만의 답이었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영식 박사가 사상을 전개하는 과정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사물이 마땅히 존재해야 하는 모습으로 마음속 시선을 옮기는 ‘깨어난 상상력’에 기반한다”고 밝힌 뒤, 경희의 얼이 곧 ‘깨어난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깨어난 상상력’으로 우리가 원하는 모습을 세상에 투영할 수 있다고 전한 그는 “경희가 추구하는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먼저 우리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세계의 창조>, 오늘날 우리 사회에 새로운 도전과 의미 남겨
김민웅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거대사적 관점에서 본 <문화세계의 창조>’를 주제로 발제했다. 김 교수는 “거대사의 통찰에서 우주 자체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 인간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등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서 “조영식 박사의 논지는 거대사적 관점의 씨앗을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의식의 지도성에 따른 의지와 윤리적 방향성의 문제까지 포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식 박사가 지향하는 문명융합의 차원은 윤리적 가치가 전 지구적으로 공유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차별 없는 인류공동체를 이루고 서로의 문명적 개성이 나누어지면서 새것을 함께 창조해나가는 문화세계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이 조영식 박사의 견해다. 김민웅 교수는 “조영식 박사가 역경과 비극의 시대를 살면서 우리에게 넘겨준 문명사적 성찰과 교육적 전망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위기와 마주해 새로운 도전과 의미를 남긴다”고 강조한 뒤, 실천의 장으로 옮길 것을 당부했다.  

<문화세계의 창조>에 담긴 논제가 새 시대의 담론으로 유효하다
마지막으로 김상준 공공대학원 교수가 ‘<문화세계의 창조>와 미도(未到)의 민주주의’를 주제로 발제했다. 조영식 박사는 저서에서 미국식 민주주의를 정치적 민주주의, 소련식 민주주의를 경제적 민주주의라 불렀고, 이를 넘어서는 미도의 민주주의를 갈망했다. 미도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진 문화사회는 하나의 세계이므로 대립과 분열, 계급이 없고, 문화발전을 통한 인류복지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상준 교수는 “조영식 박사는 대립과 분열의 현실에서 그 너머를 봤고, 문화세계를 교육 속에서 우선 구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경희의 교시가 ‘문화세계의 창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조영식 박사가 예견한 ‘정치적, 경제적 민주주의 너머의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시도가 21세기 현실에서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한 그는 “<문화세계의 창조>와 ‘미도의 민주주의’를 통해 조 박사가 우리에게 일찍이 가르쳐주었던 가르침을 되새겨보자”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은 조영식 박사가 세계대전에 이은 민족상잔이라는 현실 속에서 가진 물음을 다시 묻게 하고, <문화세계의 창조>에 담긴 논제가 새 시대의 담론으로 유효하다는 데 공감했다. 또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성찰하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인류 문명의 실천적 돌파구를 찾고, 그 속에서 대학의 역할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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