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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석학 초청 특강 ‘21세기에 다시 보는 독립사상 ②’

2014-05-13 교육

독립사상의 대두: 개화 독립당의 공론장, 박규수의 사랑방
김옥균·박영효 등 박규수 정치 경험 들으며 개화·독립 꿈 키워

경희대학교는 이정식 경희대 석좌교수(Eminent Scholar) 겸 펜실베이니아대 명예교수를 초청, 4월 29일부터 4차례에 걸쳐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에서 ‘2014 석학 초청 특강’을 개최하고 있다. ‘석학 초청 특강’은 경희대학교가 국내외 석학과 전문가, 실천인을 강사로 초빙해 국가와 인류사회의 더 큰 미래를 모색하는 ‘성찰과 창조’의 장이다. 이정식 교수는 이번 석학 초청 특강에서 ‘21세기에 다시 보는 독립사상’을 주제로, 한국의 독립사상이 중국 중화(中華)질서와 일제 식민 통치에 맞서 어떤 진화의 여정을 열었는지 되짚으며 한국근현대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의 길을 제시한다.

5월 1일 열린 두 번째 강연에서 이정식 교수는 ‘독립사상의 대두: 개화 독립당의 공론장, 박규수의 사랑방’을 주제로 연암 박지원의 손자이자 조선 후기 개화사상가인 박규수의 사랑방에서 김옥균, 박영효 등 개화당 제자들이 독립사상을 갖게 된 배경을 박규수가 남긴 보고서와 필담 등 역사적 기록을 바탕으로 추측했다. 우의정을 지내고 정치에서 물러난 박규수의 사랑방은 문생들이 신지식이 담긴 서양 서적을 읽고 토론하며 개화와 독립의 꿈을 키운 최초의 공론장이었다. “김옥균, 박영효 등은 훗날 조선의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목표로 갑신정변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전한 이정식 교수는 “갑신정변은 삼일천하로 끝났지만, 이후 갑오개혁을 거쳐 우리 민족 독립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박규수와 그들의 대화를 재구성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지원 글과 국정 경험 통해 조선 문제점 통찰
조부 박지원이 쓴 <연암집>을 보며 실학에 눈을 뜬 박규수는 헌종, 철종에 이어 고종시대까지 주요 관직을 맡으며 국내 정치 행정을 경험하고, 중국에 두 차례 방문해 중국의 상황을 목격했다. 이정식 교수는 박규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화사상과 독립사상을 전해줬으리라 보고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청나라의 발달한 문물을 수용해 민생 안정과 부국강병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 북학파 실학자였던 박지원은 <연암집>의 <열하일기>를 통해 열하기행에서 보고 느낀 중국의 문물제도에 대해 전하며 조선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이정식 교수는 “예를 들어 중국과 달리 심하게 말을 부려먹는 조선의 경우를 지적하며 관리들이 백성들을 괴롭히는 당시의 정치상을 간접적으로 꼬집었다”고 전하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열하일기>는 개화당 젊은이들에게 많은 자극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수는 1854년 경상좌도 암행어사로 민정을 시찰하고 1862년 진주민란을 조사하는 등 국정을 살피며 백성들의 피폐한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그 과정에서 양반관료층의 부정부패를 파악한 그는 이후 토지 재분배와 조선 후기 수취제도였던 삼정(三政) 문제 해결, 사민평등(四民平等), 백성들의 생활 향상을 위한 농업·상업·공업의 균등 발전을 주장했다. 박규수의 이러한 신념이 그의 사랑방에서 제자들에게 전해졌을 것이라고 이정식 교수는 추측했다.

중국 혼란 상황 목격하며 서양 교류와 자주적 부국강병 주장
박규수가 제자들에게 들려줬으리라 짐작되는 또 다른 이야기는 1861년과 1872년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던 일이다. 그가 사절단으로서 중국을 찾은 시기는 중국의 격동기로, 서양의 침범과 농민 반란으로 인한 내부정치 혼란 속에서 중국이 쇠퇴를 겪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를 지켜본 박규수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며 우리나라에 대한 영향을 생각하게 됐다.

박규수는 우리나라를 두고 ‘동방예의지국’이라 부르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추하게 생각하며 “세상에 국가가 되어 예의가 없는 나라가 있겠는가. 모든 나라가 예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조선만이 예의가 있고 서양은 예의가 없는 오랑캐로 여겨 교류하지 않고 배척하려 한 척사론자들이 국가 수호도 못하면서 특권만을 내세우는 것을 비판하고, “서양과 교역을 해서 우리나라에 이익이 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규수가 그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홍대용과 마찬가지로 지구의를 보면서 모든 나라가 평등하다고 깨닫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정식 교수의 추측이다.

박규수는 또 중국의 부정부패와 관료체제의 허술함, 서양의 공격으로 인한 국력 약화 등을 목격한 뒤, “청나라가 무력해져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청나라에 의지해 우리의 자주권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우리의 힘을 키워 부국강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식 교수는 “당시 박규수는 ‘독립’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지만, 훗날 그의 사랑방에서의 대화 속에서 제자들과 함께 스스로 독립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을 것”이라고 밝힌 뒤, “그러한 의미에서 박규수의 사랑방이 독립사상의 온상이고 요람이라고 할 수 있다”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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