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20세기 인문학의 대학 개혁론과 현대 대학의 위기’
2014-04-10 교육
미래고등교육포럼, <대학의 몰락> 저자 서보명 교수 초청
21세기 대학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 모색
경희대학교는 개교 65주년을 맞아 더 나은 대학을 위한 담론을 창출하고, 이를 지구사회와 공유하고자 지난 3월 24일(월) 청운관 B117호에서 ‘미래고등교육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대학의 몰락>의 저자 미국 시카고 신학대학원 서보명 교수를 초청해 ‘20세기 인문학의 대학 개혁론과 현대 대학의 위기’라는 주제로 대학의 역사와 위상을 인류 문명사 차원에서 조망하고, 21세기 대학의 존재 이유와 사회적 역할을 모색했다.
조인원 총장은 인사말에서 “대학이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만들어가야 하는지 일상적인 삶의 물음을 통해 끊임없이 성찰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대학가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한 뒤, “대학 구성원이 인간과 세계, 문명에 봉사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어떤 여정을 함께해야 할지 깊이 고민하는 것은 이 시대 지성사회에 던져진 큰 물음이자 소명”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19일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2014 아시아·태평양 국제교육협회(APAIE) 총장 라운드테이블에서 대학의 외부 평가와 관련, “좋은 면도 있지만, 대학의 본질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외부 평가를 대할 때 대학 본연의 가치인 Veritas(진리)와 Praxis(실천)의 상호 발전과 연결을 도모하는 지향을 잃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한 것을 소개하며, “오늘 이 자리가 대학 근본에 관한 존재론적 물음과 함께 현실과 이상의 “황금률“(Golden Rule)을 찾아나서는 의미 있는 담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 대학의 위기, 교양과목 확대로 해결해야”
기조발표를 맡은 서보명 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체감하는 대학에 대한 위기의식의 원인으로 “먼저 지식의 가치가 기술적, 상품적 가치, 생산성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면서 대학교육과 지식이 인격과 수양의 가치와는 동떨어진 것이 됐고, 다른 하나는 기업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대학을 그 체제의 하수인, 자본주의의 기술자를 양성해내는 기관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그러한 노력을 주도하는 것은 WTO(세계무역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같은 국제 무역협정 체제”라고 지적한 뒤, “그들이 대학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대학교육이 국제 무역법에 지배받는 서비스 업종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20세기에 가장 저명한 철학자인 화이트헤드가 “대학의 미래는 비즈니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있다”는 주장을 통해 20세기 초반 경영학이 대학의 중요한 학문으로 들어오게 이끌었던 일을 대학의 위기를 불러온 주요 서양 지성사로 소개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지식과 인간의 문제를 새롭게 고민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이 놓치는 인간의 본질이 있는지 묻고, 순위경쟁으로 스스로를 몰락시키는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보는 것이 대학다운 대학의 자세”라고 강조하고, 현대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과제로 ‘교양과목의 확대’를 주문했다. “대학을 대학으로 만드는 것은 교양과정”이라고 전한 서 교수는 “한 대학에서 구현해내려는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은 교양과정을 통해 드러나야 한다”고 주장한 뒤, “전공 중심으로 편성된 대학 현실을 반성하고, 대학 학문의 재구성, 특히 인문학 분야들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21세기 대학 핵심가치, 인간 삶의 가치·의미·목적에 둬야”
서보명 교수의 기조발표 후 도정일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장, 이한구 미래문명원 석좌교수, 지은림 교육대학원장, 어윤일 경희사이버대 특임교수, 하승창 더 체인지 대표가 참여한 라운드테이블이 이어졌다. ‘21세기 대학은 어떤 것을 핵심가치로 만들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도정일 대학장은 “인간 삶의 가치, 의미, 목적”을, 이한구 석좌교수는 “보편적 윤리 정립‘이라고 답했다.
포럼 마지막 순서인 청중 질의 및 응답에서 최희엽(정치외교학과 12학번) 학생은 “오늘 포럼을 통해 우리가 왜 대학에 들어와서 좋은 일자리만을 찾게 됐는지 고민하고, 좋은 일자리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편향적인 일자리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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