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2014 경희 지젝 학교 개최

2014-02-06 교육

‘누가 미래정치를 말하는가’ 주제로 5일간 강연
철학적 질문법과 지성인의 문제 인식법 등 조언

‘2014 경희 지젝 학교’가 1월 6일부터 10일까지 서울캠퍼스 청운관 B117호에서 진행됐다. 집중강좌코스로 마련된 이번 행사에서 경희대학교 에미넌트 스칼라(Eminent Scholar)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교수는 ‘누가 미래정치를 말하는가?’를 주제로, 철학, 정신분석학, 정치학에 걸친 자신의 사상을 현대사회와 접목시킨 내용을 강연했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 성찰 통해 문제의 뿌리 찾아내야”
지젝 교수는 “우리가 자유로운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유를 어떻게 이해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사물과 상황이 아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철학적 질문 방식을 제시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특정 사물이 사실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이 사물의 내재적인 개념을 다시 묻는 질문으로 접근하는 것이 철학”이라고 전한 뒤, “지성인인 우리는 어떤 문제를 풀고 해결하기에 앞서, 성찰을 통해 그 문제가 진짜 문제인지 아닌지 파악하고 문제의 뿌리를 찾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젝 교수는 문제에 접근하고 문제를 인식하는 방법을 바꿀 것과 마스터라는 개념을 가질 것을 제안했다. 마스터의 개념과 관련해 지젝은 “내가 깨어날 수 있도록 해 나의 자유를 내가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라며 “자유를 얻기 위해, 허위의 자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스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젝은 선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이원화된 선택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은데, A와 B가 아닌 다른 것을 선택하거나 둘 다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진정한 선택은 이미 현존하고 있는 주체가 A나 B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이 먼저 있어야 주체가 존재하는, 선택 자체가 주체를 완성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분리현상이 심화되는 글로벌 자본주의 배타성 문제 제기
이번 강연에서 지젝은 “현대사회에서는 내부에 속한 자와 외부에 배제된 자, 두 그룹 간 분리현상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면서 바로 곁에 있지만, 안과 밖이 구분되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배타성을 지적한 뒤, 독일 철학자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견해를 소개했다. “자본주의와 세계화는 개방성, 정복만 상징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세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닫힌 공간 안에서 특권층만 특별한 것을 누리고 바깥세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도 볼 수 있는 것이 제한돼 있다.”

이어 “이데올로기는 허위의 지식을 우리가 구성한 것일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무지”라고 전한 그는 ‘알고는 있는데 모른 척하는 무지’에 대해 설명하고, “매닝, 스노든, 어산지 등 내부 폭로자들이 국가기관의 비윤리적 행위를 밝혔을 때 사람들은 모른 척하고 싶던 것을 더 이상 모른 척하지 못하게 됐고, 우리의 공적 이성(Public Reason)을 살아있게 했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매닝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정보분석병으로 복무하며 미군의 민간인 살해 사실을 밝혔고, 에드워드 스노든은 전직 중앙정보국(CIA) 직원으로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 정보수집 행위를 폭로했다. 줄리언 어산지는 정부나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와 관련된 비밀문서를 폭로하는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했다.

“더 나은 미래 위해 법 조항 바꾸는 등 작은 부분부터 성공시켜야”
마지막으로 지젝은 “분리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현대사회는 현재 상태로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은 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급진적인 정치가 아니라 법의 조항 하나를 바꾸고, 새로운 정치인을 뽑는 등 작은 부분부터 성공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은 성공의 경험에서 얻은 자신감이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강연 마지막 날에는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돼 지젝과 청중 간 자유로운 토론이 진행됐다. 앞선 강연에서도 청중은 슈퍼에고, 이데올로기, 자본주의, 사회민주주의 등 지젝이 그의 책이나 강연 등에서 자주 언급해온 주제들에 관해 활발하게 질문하고 의견을 공유했다. 총 5일간 강연에 모두 참석한 청중은 지젝 교수 명의의 수료증을 발급받았다.

2012년 6월과 지난해 9월 경희대를 찾아 강연한 지젝은 이번 ‘2014 경희 지젝 학교’에 이어 올해 여름 또 한 번 경희대에서 특강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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