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슬라보예 지젝 특강 ②
2013-10-17 교육
인간을 통제하는 이데올로기의 실체에 관해 강연
글로벌 자본주의 대처방안으로 불교 수행 제안
세계적 철학가 슬라보예 지젝이 9월 24일과 25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 강남 플래툰쿤스트할레에 이어 26일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세 번째 특강을 펼쳤다. 이날 350여 명의 청중이 참석한 가운데 지젝은 이데올로기에 관한 새로운 주장을 내놓았다.
"지식과 무지 모두 사회적으로 구조화되는 것"
이데올로기의 정의로 지젝은 기본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통념화, 신화화에 '저자의 파괴’란 말을 추가했다.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에서 지식은 사회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전한 그는 "무지 또한 사회적으로 구조화되는 것"이라면서 "이것이 바로 이데올로기의 가장 기본"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지식과 무지의 원인 중 하나로 폐기학습을 꼽고, 마틴 루터 킹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언급하며 폐기학습을 설명했다. 마터 루터 킹은 인종차별 철폐 운동을 확대하며 좌파 쪽으로 조금씩 넘어가던 중 괴한에 의해 살해됐으나, 대부분의 사람은 이러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 마틴 루터 킹이 연설에서 "I Have a Dream(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이라고 말한 것만 기억한다. 이에 대해 지젝은 "마틴 루터 킹을 위대한 위인으로 추앙받게 하기 위해 그의 꿈에 대한 부분이 희생됐다"면서 "우리는 중립화된 마틴 루터 킹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을 "폐기학습"이라고 지칭한 지젝은 "예를 들어 원시문화를 이해할 때도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우리의 지식에 기초해 그들의 어떠함을 폐기시켜버리는 폐기학습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지젝은 "현대인들은 쾌락마저도 학습을 통해 느끼고 통제한다"며 "자신이 느끼는 쾌락이 외부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강요된 쾌락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페인 없는 커피를 마시고, 콜레스테롤 없는 마요네즈를 먹는 현대인을 언급하며 자신을 통제해 쾌락의 외형만 얻는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로 인한 인간의 무기력화 가능성 제기
이날 지젝은 "우리의 지식이 빠르게 성장해 원하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겠지만 오히려 더 고립될 것"이라고 밝힌 뒤, "새로운 장기, 새로운 기구, 새로운 유기체가 완전히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면서 우리가 그것들을 조절할 수 없게 되고 오히려 그것들이 우리를 조절하게 될 것"이라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점차 무기력해지고 기계에 의해 조종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프로이드가 저서 <문화에서의 불안>에서 인간의 미래상에 대해 말한 내용을 인용했다. "프로이드는 인간이 '인공의 신’이 될 것이라 말한다. 과학기술을 사용해 인간을 대체하고 제약된 신체역량을 개선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개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지전능을 향해 가며, 갈수록 그 결과는 참혹해질 것이라고 말한다."
지젝은 오늘날 과학기술 남용의 위험성을 전파 등을 통해 생각을 파괴하는 '신경학적 전쟁'의 예고로 설명했다.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은 테러리스트가 될 가능성을 뇌에서 화학적으로 차단하는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로 사람 그 자체가 바뀌어버릴 수 있다고 경계한 지젝은 윤리적인 문제가 통제 밖에 있어 과학이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는 '미친 세상에 대한 거리두기', 즉 고립되고 무력한 현대인들의 치유책으로 불교를 제안했다. 현대인들이 세상의 속박에서 해탈해 무자아를 경험하는 열반의 상태에 이를 때, 이상적이고 통제할 것을 강요하는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학생들에게 "반드시 다수를 따를 필요는 없다"면서 "자신의 생각에 진정한 믿음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해 세상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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