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이정식 석학교수, 경암학술상 수상

2012-11-08 연구/산학

한국 정치의 역사적 기반 밝히는 탁월한 저작 발표해
55년 동안 한국 역사ㆍ한국 현대사 중심인물 연구

이정식 경희대학교 석학교수(Eminent Scholar) 겸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가 지난 2일 '제8회 경암학술상’을 수상했다. 경암학술상은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이룬 발군의 업적으로 사회공동선에 확고히 기여하고 있는 학자, 예술가들의 업적을 평가하고 기리는 상이다. 경암교육문화재단은 올해 인문ㆍ사회, 자연과학, 생명과학, 공학 4개 부문에서 4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 이정식 교수는 인문ㆍ사회 부문 수상자다. 

탁월한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후학 양성해온 석학
이정식 교수는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Communism in Korea)>와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펴냄) 등 현대 한국 정치의 역사적 기반을 밝히는 탁월한 저서 및 논문으로 국내외 정치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공로를 인정받아 경암학술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현대 한국 정치사 연구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는 세계적인 정치학자인 이정식 교수는 평생에 걸쳐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남북분단, 대한민국의 기원 등에 대한 저술과 이승만, 여운형, 박정희 등 한국 현대사의 중심인물에 대한 연구에 몰두해왔다. 그는 한국 정치를 연구하려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환경으로 시야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면서, 한일관계사, 만주지역 중국공산주의 운동사, 동아시아 국제관계에 대한 탁월한 저서와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저서와 논문들은 영어, 일본어, 독일어 등으로 번역되어 동아시아 국제정치 연구의 고전이 되고 있다.

이정식 교수는 지난해 11월 경희대학교에서 총 4회에 걸쳐 진행된 '2011 석학 초청 특강’에서 한반도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제2차 세계대전 후의 국제관계 맥락에서 분단 원인을 규명해 '중국 내전이 분단을 고착화했다’는 새 학설을 제시했다. 또한 탐정처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온 탐색 과정을 소개하면서 학문하는 방법을 후학들에게 일깨운 바 있다.

 
"학문은 '왜?’라는 의문을 품고 반복할 때 진전한다"
이정식 교수가 한국 현대사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57년이다. 미국 버클리대학 로버트 스칼라피노(Robert A. Scalapino) 교수와 공동으로 <한국 공산주의 운동사> 저술을 시작해 1973년 발간했다. 16년에 걸쳐 완성한 이 책은 1974년 미국정치학회가 선정한 최고의 저작상인 우드로 윌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정식 교수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면 지금까지 갖고 있던 생각을 뒤집어버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역사를 쓰는 데 '잠정적’이라는 입장으로 더 많은 자료를 수집해서 사실을 밝혀내야 한다"면서 "자신을 설득하고 문제를 푸는 과정은 10년, 20년 이상 걸릴 수 있으니 꾸준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 현대사는 우리가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그는 "학설에 사실을 맞추려고 하면 사실이 왜곡된다"면서 "지금의 단계에서는 가능한 한 많은 자료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식 교수는 지난 55년 동안 역사 자료 수집에 열중해왔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중국 등에서 모은 자료를 읽다 보면 당시 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 배경은 무엇인지, 역사적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풀어가는 것이 학문의 과정이라는 견해를 들려줬다. 그는 평소에 학생들에게도 "학문은 의문을 품고 반복할 때 진전할 수 있다"면서 "누군가 학설을 제시하면, 그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납득되지 않을 때 의문을 갖고 파고들어라"고 조언한다.

자료를 통해 객관적으로 역사를 연구하고 기록해온 이정식 교수는 "평생에 걸쳐 노력한 결과가 역사를 바로 보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라며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학문 탐구에 정진하고 있다. 올해도 <박정희 평전: 가난에서 권력으로(Park Chung Hee: From Poverty to Power)>와 <21세기에 다시 보는 해방후사> 등 2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현재는 '조선왕조가 대한민국으로 변한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국의 현대화 과정을 역사의 긴 안목에서 설명하는 새로운 저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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