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조인원 총장, 경영대학원 특강
2012-11-26 교육
'이익과 가치,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 주제로 강연
학문 간 경계 넘는 소통의 시간 가져
경희대학교 조인원 총장이 지난 6일 오비스홀 111호에서 '이익과 가치, 함께 행복할 수 있을까(Interests and Value: Can They be Happy Together?)’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가운데,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이익’과 '가치’의 관계에 대해 학문 간 경계를 넘어 함께 고민하는 자리였다.
강연에 앞서, 이호창 경영대학원장은 "경영학도들은 기업의 생존본능인 이익 추구와 기업 성장의 필수 조건인 공유가치 창출이 함께 발전할 수 있을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이는 풀기 어려운 과제"라며 "정치학자인 조인원 총장을 초청해 이 문제에 대한 다른 학문 분야의 새로운 관점을 모색하기 위해 특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는 경영대학원 교수와 학생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인간의 욕구가 만들어낸 '이익 신화’
조인원 총장은 "우리가 이익과 가치의 관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는 시장의 확산과 그에 따른 인식 변화의 역사 속에, 현대사회와 현대인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경제’와 '자기충족적 이익(self-serving interests)’에서 찾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라는 개념이 산업화, 현대화의 시대적 추세와 함께 우리들의 사회적 삶속에서 일반화, 절대화되면서 이익 너머 세계의 근원적 가치 모색이 크게 제한받고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리 사회의 핵심 아젠다 중 하나가 경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경제가 모든 것’이라는 인식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사회에서 경제가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된 이유를 조인원 총장은 "생존하기 위해 자기중심적 이익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에서 찾았다. "이 같은 인간 욕구는 현대의 시장제도, 그리고 현대를 추동하는 또 다른 역사의 축인 국가와 정치가 경제활동을 극대화하는 '이익 신화’를 이어가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이익 신화’를 추종, 혹은 맹신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관련, 조 총장은 얼마 전 타계한 정치학자 찰스 린드블롬(Charles Lindblom) 미국 예일대 석좌 교수와 사회경제학의 거장 프레드 블록(Fred Block) UC Davis 교수의 이론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두 학자가 시장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르지만, 주장은 같다. "일반 시민이 경제적 성공을 삶의 중심 가치로 설정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정치권이 기업 활동을 촉진해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지 못하면 이는 곧 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처벌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조 총장은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은 이념, 가치와 상관없이 시장경제에 따라 국정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는 소통ㆍ연대의 시민적 가치
이익과 가치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을 극복하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조인원 총장은 "이익 신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치, 시민, 기업 등 다양한 집단이지만, 근본적인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인간이 오직 경제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기한 뒤, 미국의 성직자 겸 작가인 필립스 브룩스(Philips Brooks, 1835~1893)의 말을 인용하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필립스 브룩스는 '타인에 대한 연민과 배려, 공적 봉사를 지향할 때만이 충만한 삶이 찾아온다’고 주장했다. 1900년 미국 하버드대는 그의 뜻을 기려 학생자원봉사기구 '필립스 브룩스 하우스’를 설립했다. 현재 이 기구는 교육, 법률, 보건 등 80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매년 1,200명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조인원 총장은 21세기의 시민적 가치 확산과 가치의 다양성에 주목했다. "이미 우리 사회에는 표현과 현현(顯現), 공감과 합의의 정치에 가치를 둔 시민사회가 등장했다"고 말하면서 "우애와 연민, 소통과 연대로 상징되는 시민적 가치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치의 다양성, 문화의 다양성이 이미 또 다른 시대적 화두로 등장한지 오래됐다"는 이야기다. 이어서 "기아, 질병, 인권, 평화, 여권신장, 환경, 기후변화, 물 문제와 같은 수많은 지구적 아젠다, 인도적 삶의 의제는 경제 개념으로 풀어내야 할 문제도 많지만, 그것을 넘어선 우애와 연민,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고, 대학에서 교육, 연구, 공적 실천을 통해 지원해야 할 부분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해진 가치를 얼마만큼 지혜롭게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개인적, 사회적, 지구적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면서, 조 총장은 '이익 편중의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또 다른 현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지’를 고민의 화두로 제시했다.
"다양한 가치의 공존이 더 나은 인간과 세계를 만들 것"
마지막으로 조인원 총장은 "더 나은 인간과 세계, 문명의 미래는 정치에 대한 새로운 의미 부여와 실천, 우리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뒤, 최근 84세의 나이에도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석학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 하버드대 교수의 이론을 소개했다.
윌슨 교수는 그동안 '개미 같은 곤충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동물의 사회적 행위는 동족(친족) 선택의 이기적 유전 요인에 기반한다’는 사회생물학을 체계화해왔다. 그러나 그는 최근 저서 <The Social Conquest of Earth>를 통해 자신의 평생 연구를 뒤엎는 이론을 발표했다. '종의 생존에 필수적인 공동체를 위한 이타적 행동을 하는 그룹이 종의 진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조 총장은 "자기중심적 집단이 진화 과정에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종의 보존에 도움이 되는 행위를 도모하는 집단이 선택된다는 윌슨 교수의 이론은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준다"며, 공동체를 위한 공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익과 가치, 이 두 개념의 행복한 동행은 우리들의 인식과 실천에 달려 있고, '모든 것이 정치’인 이 시대엔 각성된 시민적 가치, 인간과 지구의 존속을 담보하는 새로운 정치가 요청된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모든 것이 정치인 이 시대에, 그리고 당연시되던 틀과 이념의 권위적 논거가 탈중심적 경향을 보이는 오늘의 이 시점에, 경제 편중의 이익은 다양한 인간적 가치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강연 말미에 제기된 조인원 총장의 이 화두는 여전히 긴 여운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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