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창발성 가진 에너지 전달 물질 합성할 것”
2022-01-28 연구/산학
기초연구실(BRL) 사업 선정(1) 응용화학과 ‘복잡계 지향 생체모방 분자 설계 연구실’
화학 분야에 ‘복잡계’라는 새로운 키워드 제시
“개선된 전자 전달 체계로 배터리, 에너지 촉매 등 다방면 활용될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2021년도 기초연구실(Basic Research Laboratory, BRL) 사업에 총 4개 연구실이 선정됐다. 선정된 연구실은 △복잡계 지향 생체모방 분자 설계 연구실(연구책임자 : 강은주 교수) △분자 재배열 글루칸 소재화 연구실(연구책임자 : 박천석 교수) △식물 단일세포 수준 유체역학 기초연구실(연구책임자 : 이충엽 교수) △전기화학발광 기반 탐침 활용 에너지 변환 기초연구실(연구책임자 : 김주훈 교수)이다. 선정된 연구실을 찾아 사업 선정 배경과 연구 목표 등을 들었다. 먼저 복잡계 지향 생체모방 분자 설계 연구실 응용화학과 강은주(연구책임자), 이민형, 강경태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주>
‘복잡계’는 서로 자유롭게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구성 성분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복잡계는 완전한 질서나 무질서를 보이지 않으며, 이따금 새로운 거시적 성질을 창출한다. 이 성질은 미시적 관점으로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창발성’으로 불린다. 복잡계는 물리학, 생물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다.
복잡계 지향 생체모방 분자 설계 연구실(이하 연구실)은 복잡계 개념을 화학에 적용해 새로운 학문 분야를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책임자 강은주 응용화학과 교수는 “유럽을 중심으로 복잡계 화학이 태동하는 상황이지만 국내 화학계에서 복잡계 화학을 다루는 연구실은 전무하다”며 “복잡계라는 키워드를 제시해 새로운 학문적 패러다임을 선도할 것”이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기초연구실 사업 선정을 위해 2년간 준비했다”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만큼 좋은 결과를 이루기 위해 더 매진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전통 화학 분야에서 시도된 적 없는 도전
전자·에너지를 상황에 맞춰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은 공학 전반 분야에 걸친 핵심 주제다.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하는 에너지 전달은 에너지 생산 및 저장 효율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전자 전달 방식은 다양한 산화환원 반응 촉매 설계의 원천기술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현행 연구는 공정법 개발 또는 기존 물질 재조합에 집중돼 있다. 이를 넘어서는 거시적 단계의 물질 수준의 다차원적 설계를 위해 화학 중심의 기초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실은 전자·에너지 전달 시스템을 위해 ‘복잡계 형태를 보이는 카테콜(Catechol) 기반 분자 시스템’을 설계할 계획이다. 강은주 교수는 “복잡계로서의 카테콜 시스템 형성 과정을 관찰해 전자·에너지 전달이 필요한 다양한 응용 분야에 최적화할 계획”이라며 “복잡계 형태의 분자체 설계는 전통 화학 분야에서 시도된 적이 없어 우리의 연구가 화학 분야에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잡계 시스템 형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소규모 유기 분자 설계 및 합성에서부터 기본적인 복잡계 이론에 대한 이해 그리고 거시적 물질 설계와 특성 분석 및 에너지 전달 소재 응용까지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 연구실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최적의 요건을 갖췄다. 소규모 유기 분자 설계 및 합성은 연구책임자 강은주 교수가 담당한다. 강경태 교수는 강은주 교수가 합성한 분자가 복잡계 행태를 보이도록 유기 분자 시스템을 설계하고, 이민형 교수는 복잡계 시스템이 가지는 성질이 에너지 전달 물질로 응용 가능성을 살핀다. 카테콜 시스템의 광열 전환 특성 연구는 성균관대학교 고두현 교수가 돕는다.
“기존 연구 방법 탈피해 다양한 새로운 방법론 활용할 것”
복잡계 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의욕적으로 개척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어려움도 많이 겪고 있다. 이민형 교수는 “기초연구실 사업을 준비하며 연구방법론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기존 접근법으로는 연구가 어려워, 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통 화학 분야는 복잡한 화학 구조를 갖는 분자를 높은 순도로 정확히 합성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물질의 분자 구조를 이해하면 그 기능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에 반해 복잡계 연구는 합성한 물질이 주변과 상호작용하며 나타내는 창발성을 관찰한다. 기존 연구 방법을 벗어나 새로운 방법론을 개발해야 한다. 이민형 교수는 “기존 방법을 탈피해 통계, 분석 등 기존에 활용하지 않던 여러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강경태 교수도 “합성한 물질이 어떤 성질을 가질지 규명되지 않은 상태인데 접근 방법도 불분명해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전통 화학 분야에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극복하려면 복잡계 화학은 필요불가결한 길이라고 생각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실은 복잡계 화학 연구를 통해 관련 연구 분야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계획이다. 강은주 교수는 “강경태 교수의 얘기처럼 지금껏 탐구되지 않은 영역에 도달하기 위해선 복잡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분자 구조 중심의 사고방식을 벗어나는 신선한 접근이 될 것”이라며 학문적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복잡계 연구로 전자·에너지 전달 효율이 높은 새로운 물질이 개발될 전망”이라며 “개선된 전자 전달 체계는 배터리, 에너지 촉매 등 다방면에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복잡계 화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응용화학과가 개척해 뿌듯한 마음”
연구실이 개발할 신물질은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경태 교수는 “현재 활용 중인 에너지 촉매는 금속 기반의 친환경적이지 않은 물질이 많다. 하지만 연구실은 생물학적 시스템에 기반을 둔 물질을 활용한다. 생체물질 기반임에도 기존 촉매와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민형 교수는 복잡계 연구를 토대로 이산화탄소 제거, 물 분해 연구를 진행하며 지속가능한 물질 개발에 일조할 계획이다.
연구실은 사업 선정 후 첫 단계 연구에서 복잡계 시스템의 기반이 될 물질 합성에 성공해 이 물질의 새로운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 강은주 교수는 “단분자를 합성한 물질에서 전자를 전달하는 특성을 발견했다. 이 물질을 기반으로 강경태 교수가 다른 물질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한다”며 연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올해 목표는 합성한 물질을 바탕으로 복잡계 시스템을 설계할 계획이다. 강경태 교수가 주된 키를 잡고 있다. 그 이후에는 이민형 교수가 복잡계 시스템을 활용해 창발성을 가진 전자·에너지 전달 물질을 개발한다. 이민형 교수는 “사업 선정 이전부터 공동 연구하며 준비해와 연구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세를 몰아 사업 종료 시점에는 좋은 성과를 많이 도출해내겠다”며 끈끈한 조직력을 과시했다.
강은주 교수는 “학문적으로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는 점, 산업적으로는 기존에 없던 특징을 지닌 전자 에너지 전달 물질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뜻깊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담아내기에는 방대한 주제지만 응용화학과에서 복잡계 화학이라는 새로운 분야 연구를 개척해 뿌듯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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