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인지 및 발달장애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 열다
2020-12-04 연구/산학
심인섭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 인지장애 관련 새로운 뇌 신경회로 및 원인 유전자 규명
뇌 고삐핵에서만 발현되는 유전자 GNG8 결손 생쥐에서 인지장애 확인
“자폐증, 알츠하이머병 등 뇌 신경정신질환의 분자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기여”
심인섭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이 충남대 김철희 교수 연구팀과 함께 인지·발달장애 및 뇌 질환과 관련된 새로운 원인 유전자 ‘GNG8’과 뇌 신경회로를 찾아냈다.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새로운 유전자와 뇌 신경회로가 밝혀짐에 따라 이를 표적으로 하는 인지, 기억 및 신경 퇴행 관련 질환 치료제 개발 연구가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뇌 고삐핵(간뇌 시상 상부 부위의 신경 신호 전달을 돕는 부분)에서 ‘삼돌이(samdori)’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으면 자폐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 상세 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삼돌이처럼 뇌 고삐핵에서 특이하게 발현되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았고, 인지장애와 관련된 유전자 GNG8을 발굴했다. 뇌 고삐핵은 정서, 혐오, 수면 등 감정조절에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인지기능과의 관련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유전자 가위 기술로 GNG8 유전자를 잘라낸 생쥐에서 인지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수동 회피 반응과 수중 미로 검사에서 장기 기억과 공간 학습 장애를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러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뇌 고삐핵에서 아세틸콜린 생성이 감소한 결과임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연구소재지원사업(질환모델링제브라피쉬은행)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신경과학, 정신의학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 <Molecular 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논문명: Regulation of habenular G-protein gamma 8 on learning and memory via modulation of the central acetylcholine system)
유전자 가위 기술 활용, 유전자 녹아웃 생쥐 이용한 신경기전 분석 연구
자폐 스펙트럼 장애(autism spectrum disorder)를 비롯한 정신질환은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인 치료가 어려웠는데, 최근 환자 유전체 빅데이터 및 유전자 가위와 같은 기술이 발전하며 그 원인이 조금씩 밝혀지는 추세다. 특히 정신질환 같은 희소 질환 관련 국제적 게놈 연구 대상은 수십만 명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환자 유전체 정보가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정신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후보 유전자를 검증하기 위해 쉽고, 빠르고, 경제적인 동물모델이 필요한데, 제브라피시, 생쥐 등과 유전자 가위 기술이 만나 질환 모델링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다.
심인섭 교수는 그간 학습, 기억, 정서, 동기와 관련된 뇌 기전 연구를 유전 연구와 같이 진행해왔다. 심 교수는 “근래에는 충남대 김철희 교수 연구팀과 발달장애, 자폐증 관련 삼돌이 유전자의 신호 전달계 및 정신질환 환자 전유전체를 분석하며 발굴한 신규 유전자의 행동학적 특성 및 신경기전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삼돌이 유전자와의 관련성에 따라 2020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최신 연구기법인 유전자 가위, 제브라피시 유전자 녹아웃(knockout, KO) 동물을 이용한 초기 연구를 진행한 후, 유전자 녹아웃 생쥐를 이용한 행동학적 분석 및 신경기전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인지 저하를 동반한 발달장애 환자의 전유전체 분석을 통해 발굴한 신규 원인 유전자 GNG8은 뇌 신경계의 내측 고삐핵(medial habenula)에서 특이적으로 발현된다. 심 교수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GNG8이 내측 고삐핵 내 콜린성 신경세포(cholinergic neuron)에서 발현됨을 밝혔다. 또한 GNG8이 결핍된 질환 모델 생쥐의 경우, 정상 생쥐와 비교해 학습 및 기억에 관여하는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acetylocholine)의 농도 및 아세틸콜린 합성효소(choline acetyltransferase)의 발현이 내측 고삐핵에서 감소했고, 해마(hippocampus) 내 장기 기억 강화(LTP, long term potentiation)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흥미롭게도 GNG8이 결핍된 질환 모델에 α4β2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α4β2 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의 효능제(agonist)를 투여한 결과, 인지행동이 현저하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융합 연구의 중요성 날로 커져··· 학내부터 융합연구 활성화돼야”
이번 연구로 지적장애, 발달장애, 정서장애 연구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조기 분자 진단을 위한 바이오 마커로 직접 활용할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질환 모델링을 통한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심인섭 교수는 “기억장애, 인지장애는 발달장애뿐 아니라 퇴행성 뇌 질환에서도 가장 대표적으로 관찰되는 중요한 증상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규명한 내측 고삐핵-대뇌다리사이핵 신경회로의 인지기능 조절은 향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인지장애 뇌 질환 연구에도 접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성과의 배경에는 여러 연구팀의 도움이 있었다. 심 교수는 “한 분야만 연구해서는 좋은 결과물을 얻는 게 쉽지 않다. 이번 연구도 생물학과 김윤희 교수님, 신기순 교수님 등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다”라며 “융합 연구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학내부터 융합연구가 활성화해야 한다. 정보를 나눌 수 있는 장이 형성되면 좋겠다. 이런 부분이 나아지면 좀 더 업그레이드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앞으로 GNG8의 인지 결핍 이외에도 인지장애를 일으키는 원인과 비정상적인 행동 및 그와 관련된 새로운 신경분자기전을 연구하며, 뇌고삐핵 회로에서만 발현되는 SAM2 등의 새로운 유전자를 발견해 이와 관련된 기능을 추가로 규명할 계획이다. 심 교수는 “연구결과가 보도된 후 우연히 댓글을 접했는데,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님께서 이런 연구를 해줘서 고맙다며 계속 연구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며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며 “자폐증을 비롯해 알츠하이머병까지 포함하는 뇌 신경정신질환의 분자진단 및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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