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잠시만요’ 신분증 검사하겠습니다
2020-12-25 교육
김지현 학생(도예학과 17학번, 한국딥러닝(주) 대표),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에서 대상 수상
인공지능 문자인식 시스템 활용해 신분증 인식 무인 출입 시스템 ‘잠시만요’ 개발
청소년에게 동전 노래방은 가성비 좋은 놀이터다. 1,000원이면 노래 3~4곡을 부를 수 있고, 두세 명만 모여도 적은 돈으로 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이 스트레스를 푸는 공간으로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야간에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이 없는 동전 노래방을 찾아 탈선 장소로 악용하는 청소년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데 관심이 많던 김지현 학생(도예학과 17학번, 한국딥러닝(주) 대표)이 이 문제를 풀어냈다.
지난해 5월,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인 ‘한국딥러닝(주)’의 창업 소식을 전했던, 김지현 학생이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IF(Imagine Future) 페스티벌’의 ‘Y.E.S. 데모데이’에서 대상(금융위원장상)을 수상했다.(관련 기사: 빅데이터 기반, 정부·기업에 맞춤형 인공지능 솔루션 제공) 김지현 학생은 신분증을 인식해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는 인공지능 무인 출입 시스템 ‘잠시만요’를 개발해 출전했다. 김지현 학생을 만나 기업 운영의 성과와 경희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신분증 이용해 미성년자의 무인 업장 출입 막는 시스템 개발
Q. 국내 최대 스타트업 축제 ‘IF(Imagine Future) 페스티벌’의 ‘Y.E.S. 데모데이’에서 대상(금융위원장상) 수상을 축하한다. 간단한 소감을 부탁드린다.
먼저 축하 감사드린다. 사회 문제를 4차 산업혁명의 기술로 직접 해결하는 아이템으로 수상해 더 의미가 있다. 최근 무인 시스템 대중화로 새로운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장치가 없으니 아노미에 빠진 상황이다. 대상 수상은 아이를 가진 부모, 매장 점주, 일반 성인 이용자 등 모두가 각자의 입장에서 저희 솔루션에 공감해 준 덕에 가능했다.
Q. ‘잠시만요’는 신분증을 인식해 미성년자의 출입을 막는 인공지능 무인 출입 시스템이다. 시스템을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요즘 코인노래방을 흔하게 보셨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코인노래방이 청소년 성관계 장소 1위이다. 무인 편의점에서는 담배를 사고 무인텔에서는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등 무인 업장에서 탈선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다. 무인 업장은 특성상 매장 내 감시가 소홀하고 출입 시에도 신분증을 확인하는 직원이 없다. 그 때문에 미성년자 출입제한 매장에도 미성년자가 무분별하게 출입한다. 적발되면 점주는 200만 원의 벌금과 최대 영업정지 처벌까지 받는다.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을 막기 위해 직원을 고용하자니 인건비가 문제이다. 24시간 감시하는 직원을 고용하면, 인건비만 계산해도 최저 시급 기준 월 300만 원 이상이다.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최저시급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3년 내에 7배 이상 증가한다는 전망도 큰 부담이다. 이런 현황을 보며 급증하는 무인 매장 시대에, 청소년을 유해 요소로부터 보호하고 소상공인 점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신분증 인식 무인 출입 시스템인 ‘잠시만요’를 개발했다.
‘잠시만요’의 주된 기능은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신분증의 주민등록번호를 인식해 출입자가 성인인지 확인하는 기능이다. 두 번째는 UV 광선을 조사해 신분증의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기능, 세 번째는 신분증의 지문과 사용자의 지문을 대조해 신분증 도용을 막는다. 앞의 세 단계를 2초 안에 진행해 성인인증이 정상 완료되면 매장 출입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탁월한 기술력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 도전
Q. 예스 데모 데이에는 170개 팀이 참여했는데, 이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170개의 아이템 중에 1등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이라 생각한다. 한국딥러닝(주)이 보유한 ‘인공지능 문자인식 기술(Optical Character Reader, OCR)’은 이미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그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대표적으로는 우체국 우정사업본부, 신세계 I&C, 질병관리본부, 한국원자력안전재단에 우리 회사의 OCR 솔루션을 공급했다. 최근에는 신한은행 CRM과 계약을 맺고 OCR 기술이 들어간 새로운 앱도 개발하고 있다. 빠르고 정확하게 문자를 인식하는 이 기술은 ‘잠시만요’의 신분증 인식에도 적용됐다. 믿을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솔루션이라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가치를 인정받아 감사하다.
Q. ‘잠시만요’는 이미 판매돼 업장에서 사용하고 있다는데, 판로는 어떻게 뚫었는가?
‘잠시만요’는 소상공인과 청소년을 보호하는 솔루션인 만큼 공공의 관점에서도 이로운 점이 많다. 이런 특성을 기반으로 정부나 공공 차원의 기관에 접근할 수 있다. 그중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협약을 맺어 전국의 소상공인에게 잠시만요를 보급하게 됐다. 이외에도 직접 필요한 솔루션을 찾다가 한국딥러닝(주)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결과적으로 제품 출시 첫 달 만에 20대가 판매되는 성과를 냈다.
Q. ‘잠시만요’ 이전에는 우체국과 계약을 맺은 ‘물류 OCR 시스템’과 ‘CCTV 분석 시스템’ 등을 만들어 왔다. 모두 한국딥러닝(주)의 OCR 문자·이미지·얼굴 인식 등의 패턴 처리 딥러닝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도출된 솔루션이다. 문제 해결에 기술력을 적용하는 아이디어는 스스로 떠올려야 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얻는가?
나는 이제껏 세상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키를 쥐고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평소 불편한 시스템이나 사회갈등이 생기는 부분을 관찰하려고 한다. 여기서 도출된 과제에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고 있다. 그 덕분에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었고, 내년에는 플랫폼 서비스 출시에도 도전할 예정이다.
Q. 창업이 햇수로 2년이 됐다. 2년간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1년이 좀 넘었다. 1년 동안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5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 실현된 비즈니스 이외에도 다양한 대기업과 수십 번의 프로젝트 검토가 오갔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일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느낀다.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이후의 더 큰 이익을 알아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
강의와 창업 프로그램 도움으로 창업의 구체성 확보
Q. 조금씩 커가는 기업의 대표이사이기도 하지만 아직 학생이기도 하다. 경희대에서 보내는 학생 생활은 어떠한가?
이번 학기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대부분이라 수업을 듣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번 학기부터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을 복수전공하고 있다. 전공 교수님께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점이 좋다. 아직은 수학적 사고를 배우는 전공 기초 과목을 수강하고 있고, 코로나19 상황이 좋아져 학교에서 전공자들과 함께할 때를 기대하고 있다.
학교를 통해 다양한 도움을 받고 있다. 먼저 산학협력단의 이명상 멘토님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는 산학협력단의 TLO 인력지원을 통해 인연을 맺었는데, 일부 인턴분은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정도로 좋은 성적을 보였다. 이번에 대상을 수상한 예스 데모 데이에도 TLO 인턴이었던 이해인 동문(정보디스플레이 학과)이 함께했다. 항상 빠르고 감각 있게 업무를 처리해줘 감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융합대학의 이대호 학과장님도 매주 피드백을 주신다. ‘융합연구’라는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데, 내가 직접 설계한 연구를 S/W 전문가인 이대호 교수님께 1:1로 지도받는다. 일방적인 지식전달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소프트웨어융합학과와 잘 맞는 혁신적인 수업 시스템이라 생각한다. 이대호 학과장님이 학생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배려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컴퓨터공학과 서상원 교수님의 ‘SW스타트업프로젝트’ 강의에서 비즈니스 고도화 방안을 배웠다. 이 과정에서 이세연 멘토님의 멘토링을 받고 있는데, 실제 사업 경험도 많은 분이고 현업에서도 활동 중이라 실질적인 도움을 많이 주신다. 특히 주말이나 늦은 시간에도 성심성의껏 대응해주셔서 심적으로 응원이 많이 되고 있다.
창업하기 전부터 LINC+ 사업단의 도움도 크게 받았다. ‘KHU Valley Program’으로 당시에 준비하던 사업의 구체성을 확보해볼 수 있었고, KVP 대상을 받아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Hardware Accelerator)로 ‘N15’의 베트남지사 인턴도 할 수 있었다. 이후에 다양한 공모전에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됐고, 사업을 위한 자본금도 모을 수 있었다. LINC+사업단은 창업했거나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다양한 지원을 해준다. 그동안의 지원에 보답하는 방법으로 우리 회사가 이른 시일 내에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Q. 회사 구성원에게 한마디 한다면?
스타트업 특성상 일이 굉장히 유동적이다. 그런데도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함께해주고 있는 회사 직원 모두에게 감사하다. 막내 이하은(프랑스어학과 17학번)님도 빠질 수 없는데, 항상 창의적이고 센스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해 주신다. 신분증 인식 무인 출입 시스템에 ‘잠시만요’라는 브랜드명을 지어줘 예스 데모데이 때도 직관적이지만 매력적인 브랜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메일이나 전화로 입사에 관한 문의도 자주 오고 있다. 우리 회사의 미래에 공감해준 분들께도 감사하다. 앞으로도 젊은 IT 기업으로서 자유롭지만 책임질 줄 아는 사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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