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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적 비대칭성 필름으로 태양전지 효율 높여

2020-11-20 연구/산학

고두현 응용화학과 교수, 김선경 응용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자연에서 보이는 광학적 비대칭성에서 힌트를 얻어 태양전지로 입사된 빛을 가두는 계층적 패턴 기반의 부착형 필름기술을 개발했다. 이 필름을 반투명 태양전지에 부착하면 태양전지의 효율이 45% 이상 높아진다. 사진 왼쪽부터 김선경 교수, 이정화(응용화학과 석사 4기) 학생, 고두현 교수.

고두현 응용화학과·김선경 응용물리학과 교수 연구팀, 자연모사형 ‘빛 가둠 필름’ 개발
나노패턴 이용한 빛 제어, 양방향 반투명 태양전지 효율 45% 이상 높여
창호형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센서 등 각종 광전소자 효율 향상에 도움 될 것

고두현 응용화학과 교수, 김선경 응용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나비 날개, 새 깃털, 나방 눈 등에서 보이는 광학적 비대칭성에서 힌트를 얻어 태양전지로 입사된 빛을 가두는 계층적 패턴 기반의 부착형 필름기술을 개발했다. 이 필름을 반투명 태양전지에 부착하면 태양전지의 효율을 45% 이상 높일 수 있다.

반투명 태양전지는 태양전지의 전극을 얇게 해 투과율을 높인 태양전지로, 주로 창호형 에너지원 등에 쓰인다. 양방향으로 빛이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빛의 손실도 커, 광전(光電) 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무반사 등 독특한 광학 특성이 있는 나방의 눈 등을 모사해, 반구 표면에 수백 나노미터 크기의 작은 막대를 촘촘히 배열한 계층적 패턴을 지닌 필름을 고안했다. 패턴 위쪽으로 들어오는 빛의 반사를 줄이는 한편 아래쪽으로 투과되는 빛은 다시 반사시킨다.

이 ‘빛 가둠 필름’을 양방향 반투명 태양전지에 부착하는 것만으로 실외광에서 13.49%, 실내광에서 46.19% 이상 효율이 증가했다. 간단한 표면처리로 필름표면을 소수성(hydrophobicity, 疏水性)으로 바꿔 태양전지의 수명을 줄이는 요인 중 하나인 수분과 먼지를 방지할 수도 있다. 건물 창이나 외벽에 쓰이는 고효율 창호형 태양전지나 디스플레이, 센서 등 각종 광전소자 효율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과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및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기술개발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9월 26일 게재됐다.(논문명: Hierarchically Designed Light Trapping Films for All-Day Operating Semitransparent Photovoltaics)

기존 나노패턴(왼쪽)의 경우, 흡수 매개체에서 흡수되지 못해 전극에서 반사되는 빛의 대부분은 나노패턴을 통해 다시 공기 중으로 투과가 일어나 효과적으로 빛을 흡수하지 못한다. 이번 연구로 개발된 계층적 구조 패턴(오른쪽) 기반의 필름이 도입될 경우, 전극에서 반사되는 빛은 계층적 패턴에 의해 새롭게 반사 2(내부반사)가 크게 일어난다. 이는 흡수 매개체의 빛 흡수량을 증가시키고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한쪽에서는 반사 줄이고, 다른 쪽에서는 반사 극대화해 태양전지 효율 높여
태양전지는 가장 대표적인 차세대 신재생에너지원이다. 특히 반투명 유기 태양전지는 저렴하고, 가볍고, 넓은 면적으로 제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양방향에서 빛을 받아 종일 구동할 수도 있다. 그 덕분에 건물 외벽, 창호형 등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로는 불가능했던 분야에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투명성을 얻기 위해 금속 전극의 두께가 얇아진 반투명 태양전지는 투과율이 올라가며 광활성층이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크게 감소해 효율이 떨어진다.

연구팀은 자연에서 볼 수 있는 계층적 패턴을 이용해 무반사 필름을 다르게 활용할 방안을 고민했다. 제1저자인 이정화(응용화학과 석사4기) 학생은 “기존에는 저반사 필름을 태양전지에 부착해 사용했는데, 우리는 필름을 한 방향이 아닌 반대쪽 방향, 즉 양방향 특성을 이용하고자 했다. 한쪽에서는 표면 반사를 줄이고, 다른 쪽에서는 반사를 극대화시켰다”라며 “필름을 반투명 태양전지 부착해 빛이 한 번 들어오면 나가지 못하도록 설계했고, 효율을 높였다”고 연구성과를 설명했다.

기존의 저반사 필름은 빛이 공기에서 광활성층으로 들어가기 전 만나게 되는 표면 반사에 집중해 그 반사율을 줄이고자 노력했다면, 이번 연구는 필름의 패턴 반대 방향에서 빛을 조사했을 때 반사율이 크게 증가하는 것에 주목했다. 하나의 필름이 가지는 두 가지 광학적 특성을 모두 활용해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였고, 양방향으로 구동이 가능한 반투명 태양전지에 적용해 활용 분야를 확대했다. 단순히 필름을 부착시키는 것만으로도 태양전지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빛 가둠 필름’을 양쪽에 부착한 반투명 태양전지의 구조(왼쪽)와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실제 이미지(오른쪽). 반투명 태양전지를 통해 본 카메라 이미지는 기존 이미지와 색과 명암에서 차이가 크지 않지만 빛 가둠 필름을 부착한 후 촬영된 이미지는 빛이 투과하지 않아 어떠한 물체도 눈으로 볼 수 없다.

공동연구 배경엔 ‘각자 연구 분야에 대한 신뢰’
광학적 현상과 필름 부착 후 태양전지의 여러 가지 광전기적 특성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응용화학과, 응용물리학과 연구팀이 힘을 모았다. 고두현 교수는 “재미있게도 김선경 교수님과 연구실 이름이 같다. 나노포토닉스랩(nano photonics lap)인데, 동일한 주제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한다. 그간 긴밀한 협의가 있었고,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이전부터 있었다”라며 공동연구의 계기를 밝혔다.

공동연구의 성공 배경을 묻자 김선경 교수는 돌을 옮기는 비유를 들었다. 김 교수는 “무거운 돌을 협동해서 옮겨야 한다고 할 때, 보통 돌을 함께 들고 이동하는 과정을 생각한다. 그런데 돌을 반으로 쪼개 목표하는 곳까지 각자 들고 가서 합치는 방법도 있다”라며 “우리 연구팀은 각자 잘할 수 있는 영역이 확실히 구분된다. 각자의 분야에서 이룬 성과를 신뢰하며, 서로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는다. 그래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학부연구생 프로그램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에 흥미를 느꼈고, 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는 이정화 학생은 “경희대는 학부생 때부터 관심 있는 분야를 직접 연구하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연구를 진행하고, 교수님께 지도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었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라며 “전공을 살려 사회에 진출한 후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또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공동 제1저자인 문윤종 응용물리학과 학생은 현재 포항공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으며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두 교수 또한 학부연구생 프로그램 참여를 독려했다. 김선경 교수는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데, 경희대에 입학한 것만으로 이미 역량이 검증된 학생임을 잊지 말고, 학부연구생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연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경험해보길 바란다. 자연과학은 학부 4년의 교육만으로 성취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 가급적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해보는 것을 권한다”라고 강조했다. 고두현 교수 또한 “스스로 한계를 낮추지 말고 더 큰 꿈을 향해 도전하길 바란다”라며 “이미 충분한 자질이 있다는 것을 믿고 자신감을 토대로 사회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두현, 김선경 교수가 연구를 계속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 또한 학생들에게 있다. 고두현 교수는 “학생들이 연구하며 즐거워하고, 그러면서 얻은 성과 덕에 나 또한 기쁘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알게 되는 것도 많다”라며 “학생 다음으로 주변 동료 과학자들이 연구를 추진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세상이 발전할수록 자기만의 영역을 고집할 순 없기에 자신이 잘하는 것과 남이 잘하는 것을 잘 융합하는 사고가 필요하다. 그럴 때 내 동료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선경 교수는 “대학의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학생들에게 연구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발전을 이루게 하는 게 교육자의 임무다. 자아성취라든지, 자연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서 연구하는 목적도 있지만, 이것만큼 중요한 게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연구하며 1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 자신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는 모습을 볼 때 흐뭇하고, 그 덕분에 연구를 계속해나간다”고 밝혔다.

향후 연구 계획을 묻자 고두현 교수는 “두 가지 물질이 어떤 식으로 섞이는지 계산과학, AI를 이용해 예측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데 관심이 많다”라며 “태양, 광자라고 하는 빛을 인간과 대부분의 식물은 가시광선만 이용한다. 적외선이나 자외선 같은 빛은 거의 버리게 된다. 이를 화학적으로, 물리적으로 융합해 가시광선처럼 인간이나 자연이 잘 이용하게 하는 기술에 관심이 많고 연구해나가고 있다”고 답했다.

김선경 교수는 요즘 냉각기술에 관심이 많다. 김 교수는 “향후 발전할 기술적 패러다임 중 하나는 어떻게 열을 잘 떨어뜨릴 수 있느냐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고객의 불만 중 대부분은 발열이 심하다는 것인데, 그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할 수 있으면서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열 엔진을 만드는 게 꿈이고, 현재 하고 있는 일이다”라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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