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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케빈 오록 명예교수, 한국문학의 별이 되다

2020-11-30 교육

故 케빈 오록 교수는 외국인 최초의 국문학 박사다. 그는 12세기 발표된 고대시부터 현대시까지 약 2천 편의 한국 시를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널리 알렸다.

국내 최초 외국인 국문학 박사 케빈 오록 명예교수
신부, 시인, 학자이자 최고의 한국 시 번역가

지난 10월 23일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故 케빈 오록(Kevin Laurence O’Rourke) 전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는 외국인 최초의 국문학 박사다. 동시에 신부, 시인, 학자이자 번역가다. 그는 한국의 시를 세계에 널리 알린 최고의 번역가로 명성을 얻었다.

오록 교수에게 한국의 첫인상은 ‘인간의 마음’으로 번역한 ‘인심’이 가득한 곳
故 오록 교수는 1939년 아일랜드 캐번 출생으로, 1963년 12월에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사제로 서품받고 1964년 한국에 파견됐다. 춘천교구 소양로성당에서 보좌신부로 선교 활동을 시작한 故 오록 교수는 한국 문화와 문학에 깊은 관심을 보여, 1982년 당시 외국인 최초로 한국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7년부터 2005년까지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퇴임후에는 명예교수로 지냈다. 故 오록 교수는 한국과 아일랜드 문화교류의 가교 역할을 해온 공을 인정받아 주한 아일랜드 대사관이 ‘오록도서관’을 헌정한 바 있는데, 그의 일생과 업적에 관한 현지의 반응이 11월 20일 <THE IRISH TIMES>에 실렸다.

故 오록 교수의 대표적인 번역작으로는 최인훈의 <광장>,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서정주의 <시선>, 이규보의 <한시>와 <김삿갓 시선>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한국의 고전부터 현대까지 망라한 수천 편의 시, 소설, 향가, 고려가요, 시조, 가사, 악장, 조선시대의 한시 등을 번역해 외국에 소개했다. 이 같은 공로로 지난 2006년 故 오록 교수는 서울명예시민증을 받고 명예 시민이 됐다.

서울시 명예 시민으로서 故 오록 교수는 빠르고 복잡해진 한국 사회의 변화를 한탄하기도 했다. 서울 타임스 인터뷰에서 그는 “1960년대에는 적은 돈을 가지고도 사람들이 훨씬 쉽게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차를 잘못된 곳에 주차해도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다”며 한국에서 살며 느낀 감정을 솔직히 얘기했다. 한국의 사람과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은 시집 <The Music of What Happens>에 실린 ‘In The Blood’에서 잘 드러난다.

If you wonder why Korea is in your blood,
look to the heart, to friends who endure,
to loyalty green as pine and bamboo,
to flowers that have bloomed in the snow.


-<The Music of What Happens>의 ‘In The Blood’ 중에서

한국 시 최우수 번역가 오록 교수
故 오록 교수의 업적은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인정받았다. 그는 1989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한 후 1995년 뉴욕 코넬대학교에서 동아시아 한국문학상도 받았다. 최근에는 25회 대산문학상(번역부문, 2017년)과 1회 롯데출판문화대상(해외번역 공로상, 2018년)을 받았다. 한 수상 소감에서 故 오록 교수는 “한국에 오기 전, 선배들이 한국 사람들은 유창하게 말을 잘한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은 말씀의 나라라고 했다. 50년 후에도 달라진 것이 없다. 한국은 말씀의 나라인 것 같다”고 말하며 한국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한국의 얼과 문학성”을 사랑하여 이를 세계에 널리 알린 故 오록 교수는 이제 한국문학계의 영원히 지지 않는 별로 남았다.

· 故 케빈 오록 경희대 명예교수 약력
1939년 11월 14일 아일랜드 캐번 출생
1957년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입회
1963년 12월 22일 사제서품
1964년 8월 한국 파견
1965년~1967년 춘천교구 소양로성당 보좌신부
1982년 연세대학교 한국문학 박사학위
1977년~2005년 경희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2006년 서울시 명예시민
2009년 대한민국정부 보관문화훈장
2017년 제25회 대산문학상
2018년 제1회 롯데출판문화대상 공로상
2020년 10월 23일 선종

글 손은주 eve@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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