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후마니타스 교양 강의, 학생이 직접 만든다
2020-12-21 교육
학생 제안 교양 교과 5개 2021학년도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과정에 편성
‘학생들이 만드는 배분/자유이수 공모전’에 58개 팀 참여, 심사로 5개 강좌 선정
2011년 출범 이래 대학 교양교육을 획기적으로 쇄신해온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9년부터 재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에서 학습으로’의 전환에 초점을 맞춰 미래세대가 창의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열어나가도록 학습권을 대폭 강화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호응해 총학생회가 ‘학생들이 만드는 배분/자유이수 공모전(이하 공모전)’을 제안했다. 교과과정 학습자인 학생이 참여해 주체적이며 쌍방향적인 학문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1·2차 심사와 학생 투표로 개설 강좌 선정
지난 9월 진행한 공모전에 총 58개 팀이 참여했다. 1차 심사는 독창성, 체계성, 현실성을 기준으로 평가해 본선 진출팀 20개 팀을 선정했다. 선정된 팀은 제안서를 제출해 이를 바탕으로 2차 심사를 했다. 최종 당선작은 심사위원 심사와 학생 투표 점수를 합산해 선정했다. 심사 기준은 창의성, 충실성, 현실성, 지속성이었고, 투표에는 총 849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공모전 최종 당선작은 △ 법의학으로 보는 죽음의 재발견 △ 사회초년생을 위한 생활금융 △ 한국 수화 언어와 농문화 △ 법과 객관적 사고 △ 장애와 함께 살기 등 5개 교과목으로, 2021학년도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과정에 신규과정으로 편성될 예정이다. 공모전 당선 수상자에게는 최고 200만 원의 장학금과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 명의의 상장이 지급됐다.
‘법의학으로 보는 죽음의 재발견’은 법률의 시행과 관련된 의학적, 과학적 사항을 연구하고 적용하는 의학 분야인 ‘법의학’과 죽음에 대해 사고하는 학문인 ‘죽음학’을 융합해 법의학으로 인간 죽음을 탐색하는 강의다. 실제 사례를 통해 법의학을 사회학적, 과학적 관점으로 정의 내리고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의학적 사항을 이해하며 인간 존중과 생명 존중을 학습한다. 또한 죽음학을 통해 ‘카르페디엠’(Carpe diem : 현재에 충실하라)을 실천하는 주체적인 시민 자세를 배운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생활금융’은 돈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금융문맹’ 상태인 사회초년생의 효율적인 경제활동을 위해 고안했다. 대학교를 졸업해 사회로 나가기 전 사회초년생이 알아야 할 금융 지식 함양이 목적이다. 강의는 주식·펀드·신용카드와 같은 금융상품 이론을 배우고, 실제 사례를 조사하고 토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를 통해 경제 시민 소양 함양을 돕는다.
‘한국 수화 언어와 농문화’는 장애 관련 과목으로 구성원 간 이해증진과 조화를 목적으로 한다. 강의는 한국 수어로 기본적인 단어부터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장까지 표현하는 방법을 학습한다. 수어 외에도 수어 제도, 농문화, 청각장애 인식개선 교육도 받는다. 수강생은 강의로 농인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인권 감수성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장애를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인류애를 기른다.
‘법과 객관적 사고’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세우기 위해서는 사회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담았다. 단순히 법 이론을 배우는 방식이 아닌 판례를 토대로 피의자, 피해자와 용의자의 의무와 제한, 행동 강령을 배운다. 이후 실제 법원 재판에 참관해 공부한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 학습한다. 수강생은 법을 이해하고 성숙한 공동체 구성원이 되기 위해 인권에 대한 감각을 키운다.
‘장애와 함께 살기’는 장애인을 도움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장애,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개설하는 강의다. ‘장애인 명칭 사용 문제’와 같이 장애와 관련된 논쟁을 고민하고 장애인이 처한 현실 문제를 직시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동행 사회 실현을 위한 사회 역할과 의무를 학습한다.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존엄성과 자율성에 해가 되는 문제를 방지하고, 성숙한 윤리의식을 함양한 사회 리더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졸업 필수 분야인 ‘배분이수·자유이수’교과에 편성해
학생이 제안한 교과를 개설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기존 ‘배움학점제’ 제도를 통해 학생이 제안한 강좌를 개설했다. 하지만 해당 과목은 졸업을 위해 반드시 수강해야 하는 필수 교과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개설되는 교과목은 졸업을 위해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배분이수·자유이수 교과에 포함돼 의의가 크다.
공모전을 제안한 경희대학교 총학생회는 “이번 공모전이 단순히 학생 선호도를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직접 원하는 강의 이름부터 내용까지 구성해 의미 있다”며 “좀더 주체적이고 역동적이며 쌍방향적인 학문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이영준 학장은 “학생들이 제안한 과목을 개설하는 것은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탐구자를 양성하기 위한 경희대의 오랜 전통이다”라며 “경희대는 교육자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아닌 학생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촉진하는 교육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학장은 “앞으로도 제도적인 부분을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비한 사항을 개선하는 학생 제안이 있다면 이를 수용해 개선해 나갈 것이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커뮤니케이션센터DB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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