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운석이 알려준 태양계 생성의 비밀
2020-10-21 연구/산학
우주과학과 이정은 교수 포함 국제 연구팀 연구 성과 발표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운석 분석, 태양 생성의 새로운 증거 발견
우주과학과 이정은 교수가 포함된 국제 다학제 연구팀이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운석을 분석한 결과, 태양이 자외선을 내뿜는 무거운 별과 함께 만들어졌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 운석은 태양계 생성 초기에 만들어진 다음 큰 변화를 겪지 않아 태양계 생성 비밀을 밝혀줄 열쇠로 평가되어왔다. 연구팀은 운석에 포함된 태양계에서 가장 오래된 비휘발성 고체입자를 분석, 태양이 분자구름 상태일 때 강한 자외선에 노출됐다는 증거를 찾았다. 연구 결과는 ‘Oxygen isotopic heterogeneity in the early Solar System inherited from the protosolar molecular cloud’라는 논문으로 <사이언스(Science)>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10월 16일 게재됐다.
태양과 지구의 산소동위원소 함량이 다른 원인 규명
태양계에 존재하는 원소에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동위원소가 있다. 태양에 포함된 산소동위원소의 함량은 지구나 화성, 달, 운석, 소행성대의 파편과 같은 암석 물질에 포함된 산소동위원소의 함량과 매우 다르다. 이는 2001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우주선 제네시스(Genesis)가 태양풍에서 채취해 온 원소를 분석해 얻은 결과이다.
이런 차이가 나는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학자가 뭉쳤다. 운석을 분석하는 우주화학자인 알렉산더 크로트(Alexander Krot), 카즈히데 나가시마(Kazuhide Nagashima) 하와이대학교 교수와 마틴 비자로(Martin Bizzarro) 코펜하겐대학교 교수, 행성학자인 제임스 라이언스(James Lyons) 애리조나주립대학교 교수, 천문학자인 이정은 경희대 교수가 뜻을 같이했다.
연구팀은 콘드라이트 운석에 포함된 태양계 내에서 가장 오래된 비휘발성 고체입자를 이용해 산소동위원소를 연구했다. 콘드라이트 운석은 석질운석의 일종으로 용융이나 분화로 변경되지 않은 상태의 운석인데, 형성되면서 다양한 먼지가 작은 쌀알 구조로 부착된다. 연구 결과 태양계가 만들어진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후 1만 년에서 2만 년 사이에 형성된 운석 내 비활성 함유물(Refractory Inclusions)들에서 산소동위원소 함량 변화가 매우 크다는 점이 밝혀졌다.
산소동위원소는 16O, 17O, 18O이 있다. 태양과 지구형 행성의 산소동위원소 비율 측정 결과에 따르면 태양의 함량과 지구형 행성이나 운석의 함량이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태양과 비교해 지구형 행성이나 운석에 상대적으로 무거운 17O, 18O가 더 풍부한데, 이것은 자외선이 일산화탄소(CO)를 광분해할 때 상대적으로 무거운 산소인 17O, 18O로 이뤄진 일산화탄소를 선택적으로 더 잘 분해하기 때문이다. 태양계 생성 초기에 자외선의 영향으로 무거운 산소인 17O와 18O가 원자 상태에서 더 많이 존재했고, 이것을 재료로 행성과 운석이 만들어져 지구형 행성이나 운석에 17O, 18O가 더 많다.
그동안 자외선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 시점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태양계가 아직 분자구름 상태에 있을 때인지, 아니면 중력 수축이 일어나 원시 태양계 원반이 만들어진 태양 성운(Solar Nebula) 상태에 있을 때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진 것. 이를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운석에서 가장 오래된 성분인 칼슘-알루미늄-함유물(CAl) 분석에 집중했다. CAl는 태양계 생성 초기 단계에 원시 태양 가까이에서 만들어졌고, 콘드라이트 운석에 포함돼있는 성분이다.
“태양계 주위에 무거운 이웃 별 있었을 것”
CAl를 정밀 분석하기 위해 하와이대학 지구물리·행성학 연구소(HIGP)의 주사 전자 현미경, 전자 프로브 미세 분석기, 2차 이온 질량 분석기 등을 사용했다. 연구팀은 운석에 포함된 알루미늄(Al)과 마그네슘(Mg) 동위원소를 이용해 CAl의 나이와 산소동위원소 사이의 관계를 알아냈다. 태양성운 단계에서 만들어진 CAl에서는 초기 26Al의 양이 일정하다. 이번 연구에서는 26Al의 양이 그 초기값 보다 10배 이상 더 작은 값을 가진 CAl를 찾아 분석했다.
이 CAl들이 이렇게 작은 26Al의 양을 가지려면 태양성운 단계가 아니라,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 상태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이들 CAl가 산소동위원소 함량에서 큰 변화를 갖기 위해서는 자외선에 의한 일산화탄소의 광분해가 필요하고, 자외선 공급원이 요구된다. 태양성운 단계에서는 원시 태양이 이 자외선 공급원의 역할을 하지만,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 상태에서는 그럴 수 없다. 이런 이유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당시 주위에 무거운 이웃 별이 있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라이언스 교수는 “이번에 분석한 부분은 태양계 역사에서 극히 초기 단계이다. 초기 단계는 원시 태양계 원반인 태양 성운에서 산소동위원소 변화가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크로트 교수는 “태양계에서 측정되는 많은 원소에서 동위원소 함량 변화가 발견되고, 그 기원이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에 있다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우리 연구는 산소도 예외가 아님을 밝혀낸 것이다”라며 연구 결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최근 질소와 같은 원소의 동위원소 함량비를 봐도 자외선의 영향이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에 일어났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측정된 산소동위원소 함량비 변화가 강한 자외선에 노출된 원시태양계 분자구름에 의한 것임을 이론 모델로 증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 태양계에서 측정되는 산소동위원소 함량 분포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이 강한 자외선 빛에 노출돼야 하는데, 이것은 태양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당시 가까운 곳에 강한 자외선을 방출하는 무거운 별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을 말해준다”라며 “이러한 무거운 별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태양이 외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성단 내에서 만들어졌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지구생명 발현에 관련된 성분 이해에도 시사점 던져
이번 연구는 태양계와 행성, 그리고 소행성 형성과정에 존재했을 유기물질의 종류에 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정은 교수는 “분자구름이든 원시 행성계 원반이든, 그곳에서 자외선의 영향을 받은 물질을 연구하는 것은 지구 생명 발현에 관련된 유기물질 성분 이해에도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유기분자는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 상태에서 생성돼 태양성운에 포함됐고, 이는 자외선의 양에 따라 유기분자 형성을 일으키는 화학반응이 달라진다. 그 때문에 원시 태양계 분자구름이 노출된 자외선 강도에 따라 유기분자 성분이 달라지고 이후 포함되는 유기분자의 종류를 결정한다.
이정은 교수는 지난해 세계 최대 전파간섭계 망원경 ‘알마(ALMA: Atacama Large Milimeter/submilimeter Array)’를 활용해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행성 형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유기분자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후에는 더 많은 유기분자 발견을 위해 알마를 활용한 후속 관측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후속 관측 연구를 통해 원시 행성계 원반에서 산소동위원소 함량비를 비롯한 다양한 원소의 동위원소 함량비를 연구, 우리 태양계의 형성 과정을 밝혀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정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학제 간 협업 때문에 가능했다”라며 협업의 장점을 강조했다. 한 분야에서 통용되는 분석 방법이나 이론을 다른 분야에 접목하면, 통합적이고 창의적인 해법을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운석의 화학성분은 태양계 생성과정에서 결정되고, 태양도 하나의 ‘별’이기 때문에 운석 연구를 행성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천문학에서 다루는 일반적인 별의 생성과정을 연구하는 안목으로 살펴보면 운석의 암호를 좀더 통합적으로 일관성 있게 해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중견연구)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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