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포용과 협력, 성찰적 태도로 새로운 대안 창출해야”

2020-10-14 교류/실천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 2020) 원탁회의가 지난 9월 23일(수) 개최됐다. 원탁회의는 ‘실존의 위기, 삶의 대전환을 위하여’를 주제로 국내외 석학, 미래세대 대표가 모여 전 지구적 난제의 본질을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논의했다.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5) 원탁회의
전 지구적 난제, 위기 본질 진단
국내외 석학, 학생 모여 새로운 대안 논의

“국지적인 위기는 없다, 전 지구적 위기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논리를 넘어, 연대와 포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9월 23일 제39회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 2020) 원탁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이 터져나왔다.

경희대학교는 지난 9월 22일과 23일 양일간 “긴급성의 시대, 정치 규범의 새 지평(The Era of Urgency, a New Horizon for Political Norms)”을 대주제로 제39회 UN 제정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Peace BAR Festival 2020)를 개최했다. 그 마지막 행사로 23일 원탁회의가 진행됐다.

원탁회의 주제는 “실존의 위기, 삶의 대전환을 위하여”였다. 패널로 스콧 세이건(Scott D. Sagan) 스텐퍼드대 교수,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송재룡 경희대 교수, 서세종 경희대(국제학과 17학번) 학생이 참여했다. 좌장은 권기붕 평화복지대학원장이 맡았다.

“위기의 실체, 오늘날 직면한 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
원탁회의는 우리 사회가 어떤 위기에 직면했는지,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로 시작했다. 패널들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가 특정 지역·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지구적 문제임에 주목했다.

세이건 교수는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핵무기, 기후위기 등 많은 문제에 직면한 상황인데 국제기구, 정부, 과학자를 신뢰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시민사회에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불신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어 미국 여러 주에서 대규모 확진이 번지고 있다. 이외에도 과학자를 믿지 못해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를 언급하며 붕괴된 신뢰 체계를 소개했다.

박영신 교수는 “오늘날의 위기는 전 세계로 확장된 위기로 이전과 다르다”면서 “우리 사회가 과학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위기를 한 분야의 전문가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과학만능주의 현상을 지적한 박 교수는 “인간이 위기를 만든 원인이고, 책임 있는 존재로 과학자, 정치지도자들에게만 위기 해결의 역할을 맡길 순 없다”고 역설했다.

“21세기 인류문명이 퍼펙트스톰에 갇혀있어,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송재룡 교수는 2000년 개봉한 영화 <퍼펙트스톰(PerfectStorm)>에 비유해 현 상황을 진단했다. “코로나, 핵전쟁 위기, 신뢰의 붕괴 등으로 21세기 인류문명은 퍼펙트스톰에 갇혀 있다. 자본주의 욕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희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 사고방식, 삶의 방향, 시스템 등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져야 퍼펙트스톰을 돌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세종 학생은 불평등 문제에 집중했다. “위기의 시대에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사람은 역설적이게도 혜택을 가장 적게 받은 사람이다”며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 상황을 비판했다.

“혼란 부추기는 정치 체제, 새로운 대안 필요”
패널들은 전 지구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현재의 정치 체제로 논의를 이어갔다. 박 교수는 각국의 코로나19 대응방법을 설명하며 시민 목소리가 축소되는 현상을 우려했다. “코로나19 대응 정책 결정 과정이 너무 폐쇄적이다. 공동의 운명에 시민도 같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권력이 비대해지면 시민은 국가의 노예가 될 수 있어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이건 교수도 미국의 정치 상황을 지적하며 “정치인이 기술발전으로 발생하는 숱한 문제적 현상의 원인을 외국인으로 지목해 갈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혐오를 부추기는 발언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고 경계했다.

패널들은 전 지구적 난제를 대비하기 위해, 대학의 사명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이어 대학 교육과정을 재구성해 성찰적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지구적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대학이 변화해야”
송 교수도 패널들의 분석에 동의하며 “세계 시민이 성찰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찰적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정치나, 기업이 하지 못하는 대학만의 사명을 다해야 한다”며 대학의 역할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경희는 이미 성찰적 시민을 양성하기 위해 후마니타스칼리지라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 지구적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며 대학의 변화를 촉구했다.

세이건 교수는 성찰적 시민을 기르기 위한 스탠포드 대학의 교육과정을 설명했다. 학생들이 전체적인 시각을 갖도록 전공 수업 외에 다른 전공 수업을 반드시 듣게 하고, 윤리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정해 졸업 후에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

박 교수도 “기존 교육과는 다르게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 했다. “전 지구적인 문제이기에 전 지구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각성의 기회다. 과목의 칸막이를 허물어 문제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원탁회의에 참여한 스콧 세이건 스텐퍼드대 교수

“결국은 포용과 연대, 시민사회가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권기붕 평화복지원장은 경희대 에미넌트 스칼라인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 교수의 “우리는 모두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는 정치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단지 우리 자신을 구하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문장을 소개했다. 지구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결국은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글이다. 권 원장은 패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구적 시민사회가 협력해야 하는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박 교수는 시민운동 참여의 폭이 좁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참여의 폭을 키우려면 시민 참여가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은 참여 능력을 키울 가능성이 충분하지만 교육 시스템이 가능성을 앗아가고 있다. 교육 전반을 통해 시민으로 자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이건 교수는 전 지구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려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두렵지 않다면,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현실을 직시해야만 올바른 행동을 한다. 두려움을 기반으로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논리의 대안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고통, 아픔을 성찰해 초월적 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월적 지평을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민 연대가 정치, 관료, 기업가를 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며 “성찰적 개인을 바탕으로 한 시민 연대로 기후위기, 원자 혹은 핵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세종 학생은 “UN 산하 자발적 청년 교육봉사 단체인 유엔 어스파이어(UNAI ASPIRE)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시민에게 시민의식 증진 교육을 진행하고, 책임감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세계 시민의식과 책임감이 함양되면 현실정치의 벽을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보기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1) 역사와 배경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2) 개회식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3) 특강
제39회 UN 세계평화의 날 기념 국제회의(4) 대담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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