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한의학적 효능의 과학적 근거를 찾아낼 계획”

2020-08-31 연구/산학

한의과대학 ‘Gut-Brain axis 기반 맞춤형 침 치료 기전 연구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기초연구실 사업에 선정됐다. 앞으로 3년간 13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고, 과제는 최대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사진은 연구에 참여하는 이인선·박히준 대학원 기초한의과학과 교수와 김규석 한의학과 교수.(사진 좌측부터)

기초연구실(BRL) 사업 선정(4) 한의과대학 ‘Gut-Brain axis 기반 맞춤형 침 치료 기전 연구실’
“뇌와 장, 환자 정보 융합해 환자 맞춤형 치료법 찾아낼 수 있어”
기초, 임상, 머신러닝 융합해 탁월한 연구 성과 기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기초연구실(Basic Research Laboratory, BRL) 사업에 총 4개 연구과제가 선정됐다. 기초연구실 사업은 3~4명의 소규모 집단연구를 지원해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고, 과학 기술 발전의 기본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사업이다. 선정된 연구실은 3년간 13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과제를 수행하며, 최대 6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선정된 사업팀을 만나 사업 선정 배경, 연구 목표, 향후 계획 등을 들었다. 그 마지막으로 한의과대학 ‘Gut-Brain axis 기반 맞춤형 침 치료 기전 연구실’의 박히준(연구책임자)·이인선 대학원 기초한의과학과 교수와 김규석 한의학과 교수를 만났다.<편집자 주>

박히준 교수는 5년 전 김규석 교수와 함께 연구를 시작한 시점을 기억한다. 연구재단의 과제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토피 환자에게 침 치료가 임상 효과가 있는지 분석하는 연구였다. 연구를 진행하며 침 치료의 효능을 확인했다. 또 침 치료가 염증과 가려움증을 어떻게 줄이는지에 관한 기전 연구를 수행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기전 연구를 찾으면서 임상에서는 중시됐지만, 기존의 아토피 연구에서 놓친 부분을 연구로 밝혀낼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박히준 교수는 “한의학에는 피부가 장기나 뇌와도 연결돼있다는 개념이 있는데, 이제는 연구방법론으로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시대”라며 “장-뇌 축, 정서장애 조절, 소화 관계 조절도 함께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기전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 기초연구실 사업에 지원했다”고 밝혔다.

기초와 임상 연계, 뇌와 환자 정보, 장을 중심으로 연구
‘Gut-Brain axis 기반 맞춤형 침 치료 기전 연구실(이하 연구실)’의 가장 큰 특성은 기초 분야와 임상 분야가 연계된 점이다. 임상 분야에서 침 치료에 대한 데이터를 모으면 기초 분야에서 분석한다. 연구실의 또 다른 이름은 ‘BIG 침기전 연구실’인데 이는 연구실의 구성과 연관이 있다. BIG는 각각 뇌(Brain)와 환자 정보(Information), 장(Gut)의 약어이다. 아토피 환자의 침 치료 기전을 유형에 따라 환자의 정보와 뇌, 장을 중심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아토피 피부염과 함께 ‘만성, 난치성 염증질환’을 제어할 수 있는 한의학적 치료법을 연구한다.

연구실은 연구 수행의 최적의 구성을 갖췄다. 침 치료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인정받는 박히준 교수가 침 치료가 환자에게 어떤 치료 효과를 보이는지 분석하고, 피부과 전문의인 김규석 교수가 아토피의 한의학적 치료법을 연구하며 이인선 교수는 뇌 영상과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연구를 함께하는 장내미생물 전문가인 경상대학교 생명과학부의 권순경 교수는 치료법의 장내 영향을 분석한다. 박히준 교수는 “각 분야의 걸출한 연구자를 모을 수 있어 다행이다”라며 “각각의 역할이 뚜렷하고 연구 역량도 훌륭해 시너지를 이뤄 최적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기대감을 비췄다.

연구실은 기초연구실 사업 선정으로 활력이 돌고 있다. 한의과대학의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AMSRC)’는 국제적으로 이른바 ‘힙(Hip)’한 연구소이다. 침 관련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연구실로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는다. 그만큼 연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궁극적 목표는 한의사가 치료법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의사와 환자가 모두 치료에 확신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환자 특성에 맞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연구실은 환자 맞춤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 속성이 숨겨져 있어 모르던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적용해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연구실은 기초연구실 사업 선정으로 활력이 돌고 있다. 연구실 소속 교수진만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한다. 박히준 교수는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연구실의 성과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김규석 교수는 “임상 연구로 사전 연구를 진행해서 효과를 확인했는데, 어떤 기전으로 효과가 있는지 해결하고 싶어 이번 연구의 결과를 더 기대하고 있다”라며 “기존의 침 연구가 기반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아토피의 기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또 “지금은 아토피를 중점적으로 연구하지만 향후에는 다른 질환 치료로 확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 고 말했다.

이인선 교수는 “지금까지 뇌영상 연구를 해왔는데, 임상 환자에게 뇌영상 데이터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뇌영상만으로 환자에게 좋은 치료법을 만드는 것은 요원한 이야기일 수 있다”라며 그간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어 “뇌영상만이 아니라 인간의 질병을 설명하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데이터간의 관련성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의사와 한의사가 많은 데이터를 받아도 이를 주관적으로 판단해 약도 주고 진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이러한 부분을 대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박히준 교수는 “논문을 위한 연구보다 한의학의 문제점을 찾아 해결하는 대안을 찾는 연구가 됐으면 한다. 연구 결과가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이어 “침의 기전을 규명하는 연구를 하며 기존 과학에서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원리를 찾는 경우도 많다”라며 “한의학에 도움이 되면서 과학계 전체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를 하면서 제 자신도 성장하겠지만 함께하는 모든 연구자가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다양한 구성원 참여로 연구에 활력
박히준 교수의 말처럼 기초연구실 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자 4명 외에도 연구에는 더 많은 연구자가 도움을 주고 있다. 교원은 물론이고 대학원생도 참여한다. 연구원도 10명 정도이고, 수련의는 환자에게 직접 침 치료를 수행하며 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김규석, 이인선 교수가 박히준 교수의 리더십을 칭찬하는 이유이다. 김규석 교수는 “박히준 교수님은 침구 분야에서는 선두에 서 있는 연구자이다. 이런 연구자가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모일 수 있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규석 교수는 “모두가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기초 간에도 연계가 잘 이뤄지는 팀도 있고 이뤄지지 않는 팀도 있다”라며 “기초와 임상 간의 공동 연구가 활발해지길 바라는데, 우리가 그 롤모델이 될 수 있게 잘해보려 한다”라며 의지를 내비쳤다.

이인선 교수에게는 이번 연구가 더 특별하다. 임용 이후 바로 큰 연구 사업에 참여하는 행운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교수님들이 찾아주지 않았으면 혼자서는 10년도 넘게 걸렸을 일이다”라며 “타이밍 좋게 제 전공 분야가 필요한 과제가 미리 준비한 것처럼 나타나 함께할 수 있었다”라고 참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연구의 토대를 잘 쌓아서 이번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박히준 교수는 이번 연구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요소를 ‘소통’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연구자 간의 소통도 중요하고 단과대학과의 소통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다른 분야의 교수진과의 소통도 필요하다”라며 “연구의 경험을 통해 의대 교수님들과도 소통하며, 한의학이 환자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게 발전시키고 싶다”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밝혔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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