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친환경 농업 연구자로 성장하겠다”
2020-07-27 교육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돼 미국 유학길 오르는 손예진 동문(원예생명공학 12학번)
한국장학재단 국가이공계장학·교환학생으로 해외 연구 환경 둘러봐
‘친환경 농업 연구자’로 새로운 유학길 나서
풀브라이트 장학은 미국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 과정을 이수하고 한국 사회에 공헌할 학문적으로 우수한 인재에게 수여 된다. 최대 2년간 학비와 생활비, 항공권 등 다양한 부분을 지원해준다. 세계 최고 권위의 장학제도로 미국의 대학은 학위수여식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따로 호명할 정도로 명망이 높다. 손예진 동문(원예생명공학 12학번)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연구자가 되고 싶거나 미국 유학을 가며 풀브라이트 장학을 받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제 사례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손 동문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늦었지만, 오히려 앞섰다
고등학교 시절 손 동문은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이었다. 학업에 최선을 다하고 내신도 잘 받았다. 그 결과 2012학년도 수시모집 교과우수자 전형으로 원예생명공학과에 입학했다. 원예생명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였다. 손 동문은 “경희대 원예생명공학과가 식물 관련해서는 최고 수준의 대학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라며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대학에 4년 정도 늦게 들어오게 됐는데 동료 학우나 교수님 모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줬다”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늦은 대학 생활이라는 단점은 오히려 전공에 열중하는 장점이 됐다. 전공심화과정을 공부하게 되는 2학년 때는 전공을 어려워하는 동기를 모아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었다. 함께 공부하며 다른 동기가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왔다. 손 동문은 “내가 가진 작은 지식이라도 타인과 나누면 그 기쁨이 배가 된다는 점을 알게 됐다”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학과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손 동문을 학과장이었던 이윤형 교수가 국가이공계장학생으로 추천했고, 이를 통해 2학년 2학기 등록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받았다. 이후 이윤형 교수는 손 동문의 진로 선택에 꾸준하게 도움을 줬다. 3학년 때는 연구자로서 자질이 보이는 손 동문에게 교환학생을 권하기도 했다. 손 동문은 ‘기회가 있을 때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어학 성적이었다. 영어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손 동문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교환학생으로 해외 경험 쌓고, 연구자의 길 걷기로 결심해
고생 끝에 교환학생에 선정된 손 동문은 핀란드 Oulu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로 향했다. 손 동문의 전공 분야가 확실히 정해진 시점도 이 시기다. 핀란드는 친환경 농업이 발달한 국가였다. 손 동문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했던 녹색혁명 이후로 굶어 죽는 사람은 없었지만, 토양에 너무 많은 영양분이 집적돼 식물의 영양분 섭취를 방해하는 현상이 일어났다”라며 “화학 농약에는 중금속도 많아 심하면 암이나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핀란드에서는 친환경 농업을 장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도전해볼 만한 분야였다. 손 동문은 친환경 농업을 연구해보기로 했다.
손 동문은 토론 중심으로 진행하는 수업에서 어학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 문제를 우선 해결하려고 애를 썼다. 외국인 친구와 더 어울리고 더 공부하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다. 손 동문은 “어학 실력이 늘기 어렵다는 20대 중반의 시기였지만 그래도 영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꼈고, 대학 수업을 따라가면서 더 자신감도 붙었다”라며 “교환학생 과정 동안 한국인으로서 외국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노력했고, 농업을 공부하는 다양한 국가의 친구와 교류하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학부 졸업 후 영국으로 석사과정 진학, 원예생명공학과 교수진 조언 도움 돼
영국 어학연수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손 동문은 졸업논문 연구를 위해 원예생명공학과 친환경농업실험실에 들어갔다. 이 실험실에서 LED 광선을 이용한 식물 생장 촉진을 주제로 졸업논문을 작성했다. 학부를 졸업하며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수여하는 농업기술원장상도 받았다. 농업 분야에서 뛰어난 학업 성취를 보인 학생에게 주는 상이다.
친환경농업에 애정이 깊어진 손 동문은 영국 Newcastle University의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영국 대학은 더 뛰어난 연구 실적과 에세이 작문 실력, 발표 능력 등을 요구했다. 우리와 다른 방식의 교육에 당혹감도 들었지만, 곧 적응해 영국 석사과정에서 최고 성적인 Distinction(한국의 A+)을 받았다. 석사과정에서 친환경 관련 연구를 진행하며 건설, 채석 폐기물에서 얻은 토양의 미생물을 연구해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방안을 연구했다.
한국에 돌아온 손 동문은 고민에 빠졌다. 친환경농업에 관한 관심도 커졌고, 연구자로 살아가고자 하는 열망도 커졌지만, 현실적인 고민에 빠졌다. 이때 원예생명공학과 이윤형 교수와 오창식, 엄석현, 최근원 교수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손 동문은 “취직을 할지, 박사를 진학할지 고민하는 와중에 마음을 다잡아주는 충고를 해 주셨다. 이때 미국 대학을 목표로 준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 준비하며 알게 된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
미국 박사를 준비하면서 어학 공부를 더 했고, 논문도 투고했다. 그 덕에 올해 농업 분야에서는 세계적 대학으로 꼽히는 미국 코넬대학교 원예학부(Horticulture)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이후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뽑는다는 공고를 보고 지원해 장학생으로 선정됐다.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가 공동 후원하는 한미교육위원단(Korean-American Educational Commission)이 대상 학생을 선정하는데, 국제적 학문교류를 통해 나라 간의 평화의 문화적 이해를 도모해 세계평화와 발전을 이룩하자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손 동문은 “풀브라이트 장학의 목표가 학문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제 모토와 일치해 지원하게 됐다”라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풀브라이트 위원진은 손 동문을 장학생으로 선정하며 “다양한 국가에서 얻은 학문 경험과 농업 발전을 위한 목표 의식을 높게 평가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손 동문은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경희대에서 공부한 덕이기에 결국 지금의 길은 경희대가 열어준 것과 같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올해 선정된 풀브라이트 장학생은 총 35명이다. 이중 이공계열의 장학생은 다섯 명인데, 손 동문이 이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됐다.
연구자가 되고 싶거나 풀브라이트 장학을 신청하고자 하는 후배를 위한 조언으로 손 동문은 ‘학과 공부에 충실할 것’을 제일 먼저 꼽았다. 손 동문은 “성적표가 결국은 내가 그 학문 분야에서 얼마나 성장했고, 훌륭한 사람인지 보여주는 객관적 자료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모든 대학이 성적표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라며 “연구자가 꿈이라면 학과 공부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학과 공부만큼 전공 교수진과의 ‘친밀함’도 강조했다. 손 동문은 “개인적 경험일 수 있지만, 고민이 되거나 어려울 때마다 학과 교수님의 도움을 받았다”라며 “학부생이 관련 분야나 연구자의 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상당히 제한돼 있다”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손 동문은 “교수님은 나보다 연구자의 길을 앞서 걸어간 선배”인 만큼 “그들의 말을 경청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좋은 길이 열리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손 동문은 박사과정 동안 토양내 미생물군집(Microbiome)을 연구해 식물 생장에 이로운 미생물을 밝혀낼 계획이다. 향후에는 환경적으로 유해한 화학 비료와 농약 사용을 대체할 미생물 비료, 농약을 개발해 농민의 수익증진과 시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연구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손 동문은 “경희대에서 학사 과정을 밟으며 쌓은 전공 지식과 연구 경험, 그리고 교수님들의 학생을 향한 관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꿈도 꿀 수 없었을 것”이라며 “저처럼 연구자가 되고자 하는 후배들의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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