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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과 ‘공익’의 두 날개로 비상하다

2020-07-15 연구/산학

2019 경희 Fellow(연구) 수상자로 선정된 홍종기 약학과 교수는 15년간 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대사체학 연구를 이어왔다. 홍 교수는 협력 연구를 통해 생체 내 다양한 내인성 물질의 대사물을 프로파일링하는 분석 플랫폼(analytical platform)을 개발하고, 대사 이상에 따른 질환 기전을 밝혀왔다.

2019 경희 Fellow(6) 연구 부문 수상자 홍종기 약학과 교수
대사 이상으로 인한 질환 기전 밝히는 대사체학 연구에 집중
최근 3년간 SCI(E) 논문 48편 등 양적·질적으로 우수한 연구 성취 거둬

2019 경희 Fellow(연구) 수상자가 선정됐다. 이계희 관광학과 교수(인문·사회 계열), 홍종기 약학과 교수(자연·의학(비임상) 계열), 원장원 의학과 교수(의학(임상) 계열), 허의남 컴퓨터공학과 교수, 박종욱 화학공학과 교수(이상 공학 계열)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학교는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대학문화를 만들고, 구성원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08년부터 경희 Fellow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에 한정됐던 경희 Fellow는 2017년 교육 부문으로 확대됐다. 경희 Fellow(연구)는 최근 3년간 연구 업적이 탁월한 교원을 선정해 포상하며, 임명 기간은 2년이다. ‘2019 경희 Fellow(연구)’ 선정자를 만나 그간의 연구 성과와 계획을 들어본다. 네 번째로 홍종기 교수를 만났다.<편집자 주>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성심과 최선을 다하는 마음가짐으로 연구에 임해
Q. 경희 Fellow 선정 소감이 궁금하다.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연구와 교육에 매진하시는 많은 교수님의 배려와 도움으로 선정됐기에 우선 그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연구 특성상 질환 기전을 연구하시는 임상 및 기초 연구 교수님들과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도움을 주신 교수님, 매일 밤늦게까지 열심히 실험을 진행한 우리 실험실 학생들과 경희 Fellow 선정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또한 관심 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지원해 준 대학과 연구재단, 식약처에 감사드린다.

Q. 주요 연구 분야는?
지난 15년간 질량분석법 기반의 대사체 접근법으로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생체 내 다양한 내인성 물질의 대사물을 프로파일링하는 분석 플랫폼(analytical platform)을 개발해 대사 이상에서 비롯한 질환 기전을 밝히는 대사체학 연구에 집중했다. 대사체는 유전체와 단백질체가 일으키는 여러 생화학 변화에 따른 최종 산물이기 때문에 질병 진단에 유용한 지표가 되는데, 대사체를 질량분석법 기반으로 분석한다. 연구는 임상 연구 교수님들과 협력해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알츠하이머와 파킨슨 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대사체 접근법을 개발 중이다. 두 질환은 난치성 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 예후 파악이 어렵고, 사회적 비용도 매우 많이 든다. 우리 팀의 연구 결과는 향후 이들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키트와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도모할 수 있다.

한국 남성 암발생률 1위 질환인 위암 관련 연구도 하고 있다. 위암은 발병 기전이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고,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진단이 매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은 내시경을 통해 가능한데, 검사 시간도 오래 걸리고 환자는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위암 발병 관련 대사체 프로파일링법으로 진단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앞으로 질환에 따른 다양한 대사 이상 추적을 확대해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조기 진단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관련 연구는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적 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Q. 지난 30여 년간 300여 편의 국제 논문을 발표했다. 이 중 50여 편은 JCR 학문 분야 상위 10% 이내 학술지에 실렸다. 경희 Fellow 선정 기준인 최근 3년간의 연구 성과만 살펴봐도 SCI(E) 논문 48편, <Nature Nanotechnology>(IF 38.986)와 같은 인용지수가 높은 학술지와 분석화학 분야 세계 1위 학술지인 <Trends in Analytical Chemistry>에 3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양적, 질적으로 모두 우수한 연구 성취를 거뒀다. 연구 원동력이 있다면?
<Nature Nanotechnology> 논문 게재는 동국대 김종필 교수님과의 공동연구로 가능했다. 학술적 가치가 높은 연구에 참여할 수 있어서 보람이 컸다. 연구자라면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최상위 논문을 발표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연구 원동력을 굳이 꼽자면, 석사학위를 마치고 병역특례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한 첫날, 정문에 들어서면서 국가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겠다고 다짐한 초심을 잃지 않고 늘 성심과 최선을 다해 연구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연구를 진행하면서 크거나 작은 성공과 실패에 직면했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닥친 어려움을 이기고 극복했을 때, 작은 성공 앞에서 교만하지 않고 겸손한 마음으로 수용하면 비로소 길이 열린다고 믿고 있다. 나에게 이 길은 아직도 가야 할 먼 길이다. 앞으로도 연구에 많은 난관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을 테지만, 나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겸손과 감사를 바탕으로 성심을 다해 계속 정진할 것이다.

홍종기 교수는 협업해온 교수, 실험실 학생들과 경희 Fellow 선정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사진은 홍종기 교수와 실험실 학생들.

학생들이 흥미 갖고 연구할 주제로 선택한 대사체학
Q. 오랫동안 대사 질환을 주제로 연구했다. 대사 질환 연구를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대학에 오기 전,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질량분석학 기반 환경 유해 물질을 중심으로 연구했다. 2005년에 경희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로 부임하면서 그동안 연구소에서 수행했던 연구 주제를 포기하고, 약학대학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연구할 수 있는 주제를 고민했다. 당시는 우리나라에 대사체학이 도입되던 시기로, 관련 분야 연구 논문을 조사하고 관련 분야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 후 KIST 연구팀과 협력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연구재단과 식약처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았다.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 덕에 다양한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고, 관련 분야 연구팀과 협력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

Q. 연구·교육 철학이 궁금하다.
연구 철학은 ‘실용’과 ‘공익’이다. 연구자는 보람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기관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사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 큰 보람이었다. 혹자는 연구 주제나 방법이 클래식(classical)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이러한 평가에 어느 정도 수긍한다. 그러나 연구 주제에 대해 혁신성과 실용성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실용성을 택할 것이다. 모든 연구자가 획일적으로 혁신성에만 매달릴 이유나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실용적 연구는 직간접적으로 크거나 작게 공익에 기여한다고 믿는다.

교육적으로는 학생들의 잠재력과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학 강단은 지식 전달뿐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더 나아가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 자신의 비전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곳이 돼야 한다. 그 책임이 아직도 무겁게 느껴지지만,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면 그 목표는 분명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대학원생들이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끄는 것도 교수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일 것이다. 우리 연구는 인체 내에 있는 내인성 물질을 정확하게 검출하고 정량화하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이 대사물은 생체 시료 내에 마이크로그램(μg, 백만 분의 1그램) 수준의 극미량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검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고도로 정확히 정량 분석하는 과정 역시 연구자의 고난도 숙련이 요구된다. 매우 엄밀한 실험과정으로 인해 연구 도중에 포기하려는 대학원생들도 가끔 있다. 그때마다 수월성 있는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선 수많은 힘든 과정을 결코 끝까지 포기하지 말라고 끊임없이 격려하며 다독이곤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연구자가 가져야 할 연구에 임하는 마음 자세, 커뮤니케이션 역량, 고난도 분석 기술을 배우고, 과학적 지식을 얻는 것 같다.

우리 실험실 졸업생들은 이런 배움 덕에 사회에 진출해 훌륭한 인재로서 맡은 바 직분을 충실히 수행할 것으로 믿는다. 제자에 대해 이 같은 확신을 품을 수 있는 것이 교육자로서,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와 같이 학생들을 성심과 진심을 다해 가르쳐 제대로 된 연구자, 훌륭한 인재로 양성해 사회에 진출시키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진행한 연구를 심화해 향후 중개연구로 발전시켜 사회의 공익에 공헌하고자 한다.

※ 관련 기사 보기
2019 경희 Fellow(1) 교육 부문 수상자 박현 스포츠의학과 교수
2019 경희 Fellow(2) 교육 부문 수상자 강병민 회계세무학과 교수
2019 경희 Fellow(3) 연구 부문 수상자 이계희 관광학과 교수
2019 경희 Fellow(4) 연구 부문 수상자 허의남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9 경희 Fellow(5) 연구 부문 수상자 원장원 의학과 교수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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