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아이들에게는 영양가 있는 따뜻한 한 끼가 필요하다”
2020-07-22 교육
정치외교학과 5명,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로 ‘꿈나무카드’ 실효성 증대 방안 제시
꿈나무카드 가맹점 접근성 높이는 어플리케이션 제작, 서울시의원에 개선방향 제안
“시민교육부터 캡스톤 디자인까지···스스로 주제 정하고 활동하는 경험 도움 돼”
경희대학교는 학생들이 스스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해나갈 수 있도록 사회맞춤형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그중 캡스톤 디자인은 전공지식을 바탕으로 프로젝트 기획부터 설계, 제작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 현장에서 부딪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능력을 길러주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학기 학생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인한 어려움 속에서도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하며 캡스톤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성취를 거뒀다.
그중 정치외교학과 학생 다섯 명이 모인 ‘춤추는 네온사인’ 팀의 사례를 소개한다. 16학번 김대영, 박영신, 장세은 학생과 17학번 정혜진, 최서연 학생은 서울시 아동급식 카드인 ‘꿈나무카드’ 사업의 실태를 조사해 문제점을 분석하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턴 활동으로 함께하지 못한 정혜진, 최서연 학생을 제외하고, 김대영, 박영신, 장세은 학생을 오픈랩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동대문구 약 80군데, 꿈나무카드 가맹점 수 ‘너무 적다’
Q. 주제는 어떻게 선정하게 됐는가?
박영신(이하 영신): 교수님께서 논문 작성보다는 사회 현안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라고 하셔서 여러모로 고민했다. 그러던 중 열악한 처지에 놓인 이들이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서 얼마나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해지게 됐는가를 다룬 기사를 읽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결식아동이었다. 학교에 갈 수 없는 지금, 결식아동들이 어떻게 식사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서울시 아동급식 카드인 ‘꿈나무카드’에 조사해보기로 했다. 꿈나무카드는 보호자의 식사 제공이 어려워 결식 우려가 있는 18세 미만 아동·청소년들에게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 가능한 전자카드를 지급하는 사업이다. 조사해보니 문제점이 보였다. 가맹점 수도 너무 적을 뿐 아니라, 한 끼에 6천원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나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주제를 선정하게 됐다.
Q. ‘꿈나무카드’엔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김대영(이하 대영): 가맹점 수가 적다는 것, 가맹점 관련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동의 결식 방지와 원활한 성장을 위한 영양개선’이라는 꿈나무카드의 제도적 목표와 달리 편의점을 제외한 꿈나무카드 가맹점 수는 2020년 6월 기준 총 2,465곳(신한카드 페이지 기준)뿐이었다. 동대문구는 편의점을 제외하고 80군데 정도에 그쳤다. 그마저도 분식집, 중국집이 대부분이었다. 6천 원으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점을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보한 것 같은데, 근처에 가맹점이 없으면 아이들은 편의점에 갈 수밖에 없다.
또한 꿈나무카드 가맹점 목록에서 어떤 가맹점은 도로명 주소로 표기돼 있고, 또 다른 가맹점은 지번 주소로 표기돼 있었다. 이 가맹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포털 사이트에 한 번 더 검색해봐야 했다. 전화번호가 잘못 적힌 곳도 있었다. 상호명도 다른 경우가 있었다.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오는 8월 열리는 서울시의회에서 꿈나무카드 개선 방향 논의 약속 받아
Q.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했는가?
장세은(이하 세은): 크게 4가지 활동을 했다. 가맹점을 확대해 선택지를 늘리고자 동대문구 위주로 가맹점이 될 만한 곳을 추려내고 홍보지를 제작해 발송했다. 아이들이 편리하게 가맹점을 찾아 접근성을 높일 수 있도록 가맹점의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어플리케이션도 개발했다.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방향과 실효성을 높이고자 가맹점·비가맹점·실제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어플리케이션 홍보에 한계를 느껴 이정인 서울특별시의회 의원을 직접 만나 꿈나무카드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오마이뉴스>에 기고문(http://omn.kr/1nxpz)을 보내 이러한 사실을 알렸다.
영신: 설문조사를 시행한 이유는 당사자들의 생각이 궁금해서였다. 꿈나무카드 제도가 개편되기 전에는 카드수수료도 높았고, 단말기도 따로 필요했다. 식당 주인이라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았다. 그런데 개편이 이뤄지고 수수료가 낮아졌는데도 가맹점 수는 적었다. 따라서 기존 가맹점주를 대상으로는 신청계기와 직접 제도에 참여하고 있는 처지에서 느끼는 장단점 및 개선방향을 물었다. 이용자를 대상으로도 비슷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비가맹점주를 대상으로는 홍보를 진행한 후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세 그룹이 비슷한 문제를 느끼고 있었다. 단가가 낮다는 것, 제도 자체를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교육 및 정보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제도를 알리기 위한 홍보지를 만들어 배포했고,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했다. 어플리케이션을 제작하긴 했는데 꿈나무카드 이용자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없다보니 홍보하기 어려웠고 한계를 느꼈다.
대영: 그래서 조사를 더 해봤다. 경기도는 더는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음식점에서 아동급식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가고 있었다. 좋은 변화라고 생각했다. 꿈나무카드를 바꾸기엔 우리는 힘이 약했다. 그래서 조사한 것을 갖고 이정인 서울시의원에게 찾아갔다. 의회의 역할이 제도와 현실의 괴리를 잘 메우는 것 아닌가. 우리가 수렴한 의견과 발견한 문제점에 공감한다면 개선하는 데 힘 써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정인 의원은 8월에 있을 회의에서 제안해보겠다고 말씀하셨다.
꿈나무카드 가맹점, 전역으로 확대되길 기대
Q.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영신: 맘카페와 복지카페에 어플리케이션을 홍보했는데, 실제 이용해본 사람들이 구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보다 정확하고 알아보기 쉽다는 후기를 남겼다. 지금까지 편의점만 갔는데, 집 근처에 가맹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고맙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자의 편의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홍보지를 돌린 후 가맹점이 한두 군데 늘어났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다. 재차 더 안내하고 권유한다면 가맹점이 좀 더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기사를 작성한 것도 사람들에게 의제를 제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세은: 어플리케이션의 문제 중 하나는 내용을 계속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팀이 운영하기에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가장 좋은 방안은 경기도에서 시행하는 것처럼 가맹점을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플리케이션이 필요 없다. 경기도에서 실시하는 것처럼 많은 가맹점을 한꺼번에 유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논의 중인 사안이지만 하루 빨리 실현돼 학생들이 질 좋은 식사로 한 끼라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제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Q.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대영: 어플리케이션을 스토어에 등록하는 게 어려웠다. 애플 앱스토어에 어플리케이션을 등록하려면 1년에 13만원이 필요했고,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2만 5천원을 한 번만 지불하면 됐다. 그래서 플레이스토어에는 우리가 개발한 어플리케이션을 등록했는데, 앱스토어에는 못 했다. 학교에서 지원금이 나오지만, 학기 내에서만 사용해야 해서 어플리케이션 등록에는 사용을 못 했다. 이런 부분이 아쉬웠다.
“어떻게 하면 배운 것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까”
Q.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감은?
세은: 문과생들이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처음엔 자바 언어를 배워보자는 계획도 세웠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서, 어플리케이션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었다.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코로나맵을 만든 이동훈(산업경영공학과 14학번) 학생의 얘기를 접하고 힘을 얻어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어려운 순간도 있었고, 목표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지만 하다보니까 되더라. 용기를 내 도전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또한 시민교육 활동이 도움이 됐다.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활동을 진행하는 경험을 입학부터 졸업까지 교육과정에 따라 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평화를 중시하는 대학의 분위기가 있었다. 일례로 글로벌 봉사팀에서 학생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데, 이러한 것을 접하며 어떻게 하면 대학생으로서 배운 것을 지역사회에 환원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대영: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어디에 연락해야 할지, 호응이 있을지, 활동 방향이 바람직한지 고민하며 안개 속을 걷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자주 있었는데, 실제로 직접 만나고, 전화를 한 통 더 돌려보는 게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보다 중요한 순간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세은이와 마찬가지로 시민교육의 영향을 받았다. 학생들이 워낙 다양한 활동을 한다. 다른 조의 발표를 들으며 아이디어를 얻었고,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도 얻을 수 있었다.
영신: 변화에는 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의원을 찾아가기도 했다. 정치외교학이라는 전공을 배울 때는 추상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정치인의 역할을 알게 되었다. 조사를 진행하면서 관료사회가 변화를 거부한다는 것도 느꼈는데, 사회변화를 위해 나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할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도 보낼 수 있었다.
나 또한 시민교육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이긴 하지만 가치, 사회문제를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데 학교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기고문을 작성한 것도 시민교육의 경험을 토대로 진행했다. 어떤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확장해나가야 하는지를 경험해봤기에 졸업 후에도 대학에서 배웠던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세은: 학과에서 지식도 쌓았고, 학회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사회문제를 다양하게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고등학생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 그러다가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미디어와 정치라는 수업을 들었고, 미디어의 힘을 느꼈다. 그래서 사회부 기자나 다큐멘터리, 시사교양 PD를 꿈꾸게 됐다.
대영: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내적인 힘을 기르고 싶었고, 지식을 쌓아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향후 로스쿨을 진학해 법학을 배우고 이를 활용해 사회의 일원이 되고,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힘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대학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영향을 받은 듯싶다. 개인의 안위를 챙기기보다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얻는 기쁨을 경험했다.
영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겠다고 정하는 게 어렵다. 당장 나에게 주어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다보면 길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경험한 친구들이 추천해줘서 신청했고, 현재 파견 후보자인데 코로나19 때문에 교환학생을 가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래도 혼자만의 안위를 생각하기보다 사회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 계속 내게 주어진 일을 하다보면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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