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연구는 과학적 분석이 기본, 주제는 인문학적 상상력 필요”
2020-06-03 연구/산학
2019 경희 Fellow(3) 연구 부문 수상자 이계희 관광학과 교수
주요 연구 분야는 관광지·국가 마케팅, 감정노동 비롯한 조직행동으로 연구 다변화
2018년 4·27 도보다리 회담 후 북한 관광자원별 마케팅 전략 기초 연구 시작
2019 경희 Fellow(연구) 수상자가 선정됐다. 이계희 관광학과 교수(인문·사회 계열), 홍종기 약학과 교수(자연·의학(비임상) 계열), 원장원 의학과 교수(의학(임상) 계열), 허의남 컴퓨터공학과 교수, 박종욱 화학공학과 교수(이상 공학 계열)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학교는 학문적 성취를 존중하는 대학문화를 만들고, 구성원 자긍심 고취를 위해 2008년부터 경희 Fellow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연구에 한정된 경희 Fellow는 2017년 교육 부문으로 확대됐다. 경희 Fellow(연구)는 최근 3년간 연구 업적이 탁월한 교원을 선정해 포상하며, 임명 기간은 2년이다. 경희 Fellow(연구)에 임명되면 책임 강의가 연간 6~9시간으로 조정돼 한 학기에 연간 책임 강의를 모두 마치고, 나머지 학기 동안 연구에 전념할 수 있다. ‘2019 경희 Fellow(연구)’를 만나 그간의 연구 성과와 계획을 들어본다. 첫 번째로 이계희 교수를 만났다.<편집자 주>
“좋아하는 연구, 학생과 협업했기에 좋은 결실 있었다”
Q. 경희 Fellow 선정 소감이 궁금하다.
경희 Fellow에 임명되셨던 우리 단과대학 이충기 교수님 연구실 앞에 어느 날 Fellow 문패가 걸려있더라. 나도 그 문패를 달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희대에는 우수한 연구 성과를 내신 교수님이 많아서 내가 경희 Fellow에 선정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선배 교수님께서 경희 Fellow에 추천해주신다고 했을 때도 ‘제가 어떻게’라며 손사래를 쳤다. 좋아서 신나는 연구만 해왔는데, 어느새 경희 Fellow 선정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자가 돼 있더라.(이계희 교수가 속한 인문·사회 계열의 경희 Fellow 선정 기준은 최근 3년간 연구 업적(SCI, SSCI 또는 A&HCI, 국내 1급지)이 캠퍼스별 상위 10% 이내인 교원, 학계가 인정한 저서를 출판한 교원, 각종 권위 있는 학술상을 수상한 교원이다.)
그동안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좇아왔다. 좋아해야 즐겁고 신나게 계속할 수 있다. 다행히 나에겐 그것이 연구와 교육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학생과 협업했기에 좋은 결실이 있었다. 학생들에게 고맙다.
Q. 주요 연구 분야는?
전공은 관광지 마케팅, 국가 마케팅이다. 관광지, 국가를 브랜딩하는 것이다. 전공 관련 연구가 주 연구 분야이고, 조직행동도 연구하고 있다. 최초의 조직행동 연구 주제는 ‘감정노동’이었다. 지금은 ‘감정노동’이라는 용어를 널리 쓰지만, 내가 처음 감정노동 연구를 시작한 2006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 주제는 학생 덕에 관심이 생겼다. 콜센터 직원 교육 책임자인 학생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놨는데 감정노동 문제더라. 전공 분야가 아니라서 찾아봤고, 인적 자원이 중요한 관광과 호스피탈리티 분야에서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후 감정노동 관련 논문을 10여 편(SSCI 4편 포함) 발표했다.
10여 년 전부터는 관광 현상을 해석하고 분석하는 데 방법론적으로 다른 학문 분야의 것을 가져와 융복합하고 있다. 경영정보시스템(MIS), 소셜 네트워크 분석이 대표 사례다. 관련 연구를 해오면서 논문을 많이 발표했고, 정부과제도 몇 차례 수주했다.
Q. 요즘 관심 있는 연구 분야가 있다면?
2018년 4·27 도보다리 회담을 보면서 감명받았고, 그 후 북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우리도 언젠가 통일하지 않겠나. 그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북한 관광자원별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위한 기초 연구를 한다. 백두산 관광상품의 지불의사액을 조사하고, 개별자유여행(FIT)으로 북한에 다녀온 외국인 유튜버가 올린 내용과 댓글을 분석하는 등 소비자 조사를 하고 있다. 일부는 논문으로 발표했고, 준비 중인 논문도 있다. 해외 세미나에서 연구 내용을 발표했는데 참여를 원하는 외국인 학자도 있더라. 이들과 함께 연구해 상위 저널에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다. 이런 연구를 많이 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진전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북한 관광 연구를 하고 있다.
“학생은 나를 가르치는 선생이자 파트너”
Q. 최근 3년간 국제 1급(SSCI) 학술지에 논문 10편, 국내 1급 학술지에 논문 16편을 게재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계신다. 연구 원동력이 있다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학생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한번은 경영정보시스템을 전공한 학생이 관광학을 공부하겠다고 찾아왔다. 관광학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가 커서 그 학생이 가진 툴을 관광학에 접목할 방법을 고민해서 지도하기로 했다. 현재 그 학생은 경희대, 미국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국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학자의 뇌 구조를 인문·사회학적으로 전환해야 했기에 지도하는 게 몹시 힘들었지만, 서로의 학문 분야를 이해하고 새로운 영역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수가 함께 배우고 성장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학생을 전부 동료라고 생각한다. 나를 가르치는 선생이자, 파트너다.
그러기 위해선 교수가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우리 연구 분야는 특히 아이디어와 관점이 중요한데, 나는 어떤 아이디어든 연구화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연구는 과학적 분석이 기본이지만 주제는 그렇지 않다.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학생은 연구 방향을 잡지 못하더라도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한 기발한 생각을 잘하더라. 계란에서 병아리가 되는 부분이 유정란 노른자 위의 흰점(배반)이라고 하는데, 이 흰점을 가져온 학생을 병아리로 잘 키워내는 게 교수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학생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어떤 아이디어든 과학적으로 설명하도록 이끌어주는 것도 교수의 역량이다.
우리 연구실에 석·박사생이 30명 정도 있다.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잘하고 있으면 외부에서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어 하더라. 자연스럽게 연구 협업 기회가 늘어났다.
Q. 연구·교육 철학이 궁금하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과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라(Be Aggressive and Work Hard)는 것이다. 연구자의 자세는 이거밖에 없다. 진인사대천명은 어릴 때부터 새기며 늘 현재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라는 말은 지도교수님께서 해주셨다.
지도교수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 발견학습법을 쓰시면서 무엇을 가르쳐주시기보다 학생 스스로 해결책을 찾게 하셨다. 학생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던지셨는데, 교수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문제해결 방법이 떠오르더라. 그 덕에 연구의 재미를 알게 됐다. 그리고 날마다 한 줄이라도 쓰고 읽으라는 조언을 종종 해주셨다. 교수님께 받은 배움을 학생에게 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여교수협의회(이하 여교수회) 회장을 지내면서 지난 연말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진행하는 등 실천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관련 기사: ‘여교수협의회, 김장김치 나눔으로 제자 사랑 실천해’ 2019년 12월 2일자 Focus 기사) 실천 활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다면?
2007년에 임용된 후 대외 활동을 열심히 했다. 그것이 경희대, 그리고 나를 알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인생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더라. 교육과 연구는 교수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지 않은가. 그래서 대외 활동보다 교육과 연구에 주력했고 활동 범위가 자연스레 캠퍼스 안으로 모아졌는데, 캠퍼스 내에서 활동해도 외부와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게 아니더라. 세계 연구자와 공동연구가 충분히 가능했다. 여교수회 봉사활동은 캠퍼스 내 활동이 늘어나면서 얼떨결에 시작했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다.
여교수회는 김장김치 나눔 행사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친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위한 장학금을 조성했다. 여교수회는 순수 친목 모임인데 그 안에서 저절로 학문 교류도 이뤄진다. 다른 교수님들도 나눔의 재미,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소통하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처음에는 연구를 의무감으로 했는데, 지금은 재미있다. 학교에서 꾸준히 연구비를 줬는데 그게 큰 힘이 됐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격려받고 지지받는 것 같았다. 이번에 경희 Fellow에 선정되면서 받는 연구비로 어떤 연구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 연구 데이터를 잘 만들어 두고, 데이터 걱정 없이 쭉 논문을 쓸 계획이다.
※ 관련 기사 보기
2019 경희 Fellow(1) 교육 부문 수상자 박현 스포츠의학과 교수
2019 경희 Fellow(2) 교육 부문 수상자 강병민 회계세무학과 교수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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