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교수는 좋은 씨를 길에 뿌리고 다니는 사람”
2020-05-20 교육
2019 경희 Fellow(1) 교육 부문 수상자 박현 스포츠의학과 교수 인터뷰
프로젝트 기반 학습(PBL) 도입해 전통 교수법 한계 극복
“학생이 가진 잠재력, 예단하지 말아야”
2019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가 선정됐다. 강병민 회계세무학과 교수, 박현 스포츠의학과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경희대학교는 교육을 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2017년도부터 경희 Fellow(교육) 제도를 운영하며, 교육 실적이 탁월한 교원을 선정해 시상 및 포상하고 그 사례를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다.
선정대상은 최근 5년간 학부강좌를 매년 1강좌 이상 담당하고, 3년간 학기별 강의평가점수 평균이 85점 이상이며 교육 부문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인 교원이다. 학장 및 학과장, 본인, 선정위원회, 학생의 추천을 받아 ‘강의 수월성’, ‘교수법 개발 및 교육 개선 노력’, ‘학생들과의 소통’, ‘학생 지원’ 등의 요소를 살펴 3단계 이상의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 선정된 교수에게는 연구비와 교수업적평가 교육점수 부여 등 다양한 특전이 주어진다. 2019 경희 Fellow(교육) 수상자 중 박현 교수를 먼저 만나 평소 품고 있던 교육철학과 독창적인 수업방식은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 보았다.<편집자 주>
체육대학 학생들 특성에 맞춘 교수법 고민, 교수학습지원센터 도움도 받아
경희 Fellow(교육) 선정 소감을 묻자 박현 교수는 “체육대학 학생들에게 교육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기쁘다”라고 말했다. 그가 교수법에 관심을 두게 된 건 체육대학 학생들 덕분이다. 박 교수는 “체육대학 학생들의 학력 수준이 매우 다양하다. 운동선수도 있지만 의과대학에 가려고 했다가 뜻을 세워 스포츠의학과로 진학한 학생도 있다. 태권도, 골프, 스포츠의학과 등 다양한 학과의 학생들을 모아놓고 강의할 때 어떤 교수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고민했다”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박 교수가 도입한 것이 프로젝트 기반 학습(Project Based Learning, PBL)이다. 학생이 주도해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이다. 도입 후 바로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박 교수는 “학술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나름의 재능이 있었던 것 같다. 강의평가도 좋았다. 그런데 PBL 도입 후 강의평가 점수가 조금씩 떨어졌다. 2~3년은 거듭 고민하며 학생들에게 어떤 것이 좋을까 깊이 생각했다”라며 “4~5년이 지난 후 PBL이 우리 학생들에게 더 효과적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학생 앞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전통적인 교수법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후 PBL 교수법을 더 심도 있게 공부했다. 그는 교수학습지원센터의 지원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교수학습지원센터가 제공하는 특강을 거의 모두 들었고, 튜터 지원 프로그램도 매 학기 지원받고 있다. 명품강좌로도 선정됐다. 학교의 도움을 받아 다른 교수님들에게 팁을 드릴 수 있을 만한 교수법을 확립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지식을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강의
박 교수는 학습자가 교수자한테 배운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적용을 얼마나 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힌트를 강의를 통해 접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평가도 중요하다. 그는 학기 초에 제시한 평가 기준을 바꾸지 않는다. 학생들이 학기 중간과 최종 성적을 내기 전에 자신의 점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점수 집계가 잘못되지 않는 이상, 학생들이 찾아와서 사정해도 점수를 바꿔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점수에 관해 물으면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이렇게 하니 성적 이의제기가 거의 없다.
박 교수는 최신 연구주제를 이용해 팀 혹은 개인이 능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기초 학력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체육대학 학생의 특성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박 교수는 “기초를 다지기 위해 인터넷 강의를 보라고 권유할 때도 있다. 어떤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면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기초가 되는 내용을 3~5주 강의하고, 시험을 본다”라며 “이후 10주 정도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형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주제를 설명하는 강의 영상을 찍어 제공하고, 학생들은 먼저 영상을 본 후 강의실에 와서 주제에 대한 팀 활동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10명 이내로 구성된 팀은 조별로 활동 보고를 한다. 사실 팀별 과제는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방식이다. ‘묻어가는 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체 평가 비중을 높였다. 팀별 과제 하나당 30점을 부여하는데, 그중 10점이 자체 평가 점수다. 박 교수는 “학생들이 객관적으로 평가를 잘한다. 그 점수 그대로 반영하면 불평도 별로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학생·교수 평가제도 변화해야
이번 학기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는 박현 교수는 기존에 제작해 둔 강의 영상이 있는데도 새로 강의 영상을 찍어 공유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소통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자 노력했다는 그는 “주말에 강의 영상, 학습 자료 등을 업로드하고, 월요일 아침에 공개한다. 학생들은 원하는 때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과제를 작성해 금요일 밤까지 제출한다. 토요일에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고, 일요일에 강의를 또 업로드하고 있다”라며 “주말이 없어진 셈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이 잘 따라와 준다”라고 말했다.
교수법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묻자 박 교수는 “교수 평가에 관한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며 “연구 점수가 평가의 70%를 차지한다. 교수법에 관심을 두기엔 어려운 환경이다”라고 말했다. 스마트 매체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적응하기 어려운 교수도 많다며 “다른 교수들이 플립 러닝이나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에 접근할 때 부딪히는 벽의 높이를 낮춰 주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박 교수는 학생들을 위한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강의 평가 항목을 좀 더 다양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강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교수는 학생들이 학업적인 성취를 이룰 수 있도록 도우며, 학생들의 변화에 관심을 두면 학생들은 잘 쫓아온다”라며 “거기에 상응하는 평가와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 평가제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학생들이 지속해서 큰 꿈 꿀 수 있도록 돕겠다”
좋은 씨를 길에 뿌리는 사람. 이것이 박 교수가 말하는 교수다. 뿌린 씨에 물주고 울타리를 쳐준다고 해서 제일 예쁜 꽃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교수는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의 철학과 목표에 준해 자기 역할을 할 뿐이다. 학생에 대한 선입견을 품지 않아야 한다. 공부할 학생은 아니라고 생각하던 학생이 엄청난 꽃을 피우는 것을 몇 번 봤다. 변하는 것이다. 학생이 가진 잠재력을 예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당부하는 말도 남겼다. “학생들이 졸업할 때가 되면 꿈이 작아진다. 앞으로는 120살을 산다는 데, 20대 중반에 벌써 꿈이 작아지면 안 된다”라며 “학생들이 지속해서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돕는 교수자가 되고 싶다. 그렇게 멘토 역할을 하며 큰 과실 없이 은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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