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시민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태는 사람”
2020-06-08 교육
2020-1 세계시민교육 사례 (1) 꿀비,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화훼 농가 돕기 활동
양재 꽃시장에서 봉사활동, SNS로 꽃 판매 홍보 도와
외국인 노동자 입국 제한으로 일손 부족한 과수원 찾아 봉사활동도 펼쳐
국내 대학 최초로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실시해온 ‘시민교육’이 지난해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으로 거듭났다. 국내 대학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개설, 운영하는 것은 경희대가 최초다. 세계시민교육은 실험이나 실습이 아니라 ‘실천’이다. 학생들은 이론을 공부한 후 강의실 밖으로 나가 현장 활동을 수행한다. 현장 활동의 주제, 활동 방식은 모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시나리오가 없는 현장에서 온몸으로 경험하는 ‘산 공부’의 폭과 깊이는 각별하다.
2020학년도 1학기 학생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 확산 우려로 비대면 강의를 들으며 온·오프라인에서 활동을 펼쳤다.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복구 돕기, 디지털 성범죄 예방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위한 활동을 수행하고, 세계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배웠다. 이번 학기 학생들이 수행하고 있는 세계시민교육 활동 내용을 전한다.<편집자 주>
올해는 레드카펫을 밟으며 평화의 전당으로 들어서는 새내기들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입학식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각종 행사가 취소되며 판로가 막힌 화훼 농가에도 위기가 닥쳤다. 졸업, 입학 대목에 맞춰 정성껏 키운 꽃이 제때 출하되지 못해 제값을 받기 어려워졌고, 감염 여파가 길어지며 가정의 달 특수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됐다.
이들을 돕기 위해 20학번 동기가 뭉쳤다. 김주현(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현진(디지털콘텐츠학과), 문서빈(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문석철(생체의공학과), 윤여준(원예생명공학과) 학생이 모인 ‘꿀비’ 팀이다. ‘곡식이 꿀처럼 달게 받아먹을 비’라는 뜻을 가진 꿀비는 농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때 맞춰 내리는 비를 말한다. 팀원은 화훼 농가, 일손이 부족한 농촌 지역의 목마름을 해소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이 낱말을 팀 이름으로 정했다.
국제캠퍼스에서 팀원들을 만났다. 지역이 먼 팀원은 서면으로 만났다. 학기 초에 개인별로 주제를 정하고 공유해 관심 있는 주제에 따라 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강의가 진행됐다. 윤여준 학생이 경희톡에 코로나19 영향으로 어려워진 화훼 농가를 돕자는 활동 주제를 올렸고 팀이 결성됐다. 그러나 활동을 위해 팀원과 만나는 일부터 쉽지 않았다. 지역도 달랐고, 팀원 중 한 명은 집이 제주도였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다각도로 활동할 방안을 고민하기로 했다.
꿀비 팀은 먼저 어버이날을 겨냥해 플리마켓을 기획했다. 김현진 학생은 “플리마켓을 하기에는 자리 여건이 좋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가 있었다”라며 “정재원 교수님의 피드백을 받아 화훼 업계 종사자 인터뷰를 통해 현황을 알아보고, 봉사활동을 하기로 했다. 또한 SNS를 활용해 온라인에서도 활동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에 있는 조원은 SNS 홍보 활동과 발표 자료 제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팀원들은 성년의 날을 대표하는 ‘장미’를 떠올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활용해 ‘성년의 날엔 꽃을 선물하세요’라는 플라워 챌린지를 시작했다. 문서빈 학생은 “화훼 농가를 지원하고 꽃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화훼 농가 돕기 릴레이 캠페인, 일명 ‘플라워 버킷 챌린지’를 참고했다”라며 “어버이날은 이미 지난 상태였고, 스승의 날은 학교에 가지 못해 꽃을 사도 드릴 수 없을 것 같아 성년의 날을 택했다. 성년의 날은 20대 초반의 관심을 끌기 좋을 것 같았다”라고 활동 취지를 밝혔다.
꽃 포장하고, 배 과수원에서 열매 솎고··· “힘닿는 데까지 도왔다”
오프라인에서도 활동할 방안을 찾았다. 이들이 먼저 연락한 곳은 수원에 위치한 꽃시장이었다.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꿀비 팀의 연락에 꽃시장 관계자는 거절을 표했다. 윤여준 학생은 “코로나19 때문에 외부인을 꺼렸던 것 같다. 양재 꽃시장에도 전화했는데 봉사활동 담당자가 없다며 안 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도 일단 한번 부딪쳐 보고자 양재 꽃시장을 찾았다”라며 “보탬이 되고 싶다며 우리 팀의 연락처가 적힌 명함을 나눠드렸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신 곳이 있었다”라고 활동 과정을 밝혔다.
꿀비 팀은 양재 꽃시장에서 꽃 포장과 청소를 돕고,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정도와 현 상황에 대해 상인과 인터뷰를 했다. 김주현 학생은 “코로나19로 많이 힘들어진 것은 사실인데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대량으로 꽃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도움이 됐다고 들었다. 플라워 버킷 챌린지를 위해 찾아온 손님도 많다고 하더라”라며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또한 양재 aT센터에서 열리는 ‘2020 귀농·귀촌 청년창업 박람회(연합뉴스·농협 주최)’에 참여해 양재 꽃시장 부스에서 필요한 자재를 옮기고 꽃을 팔기도 했다. 네이버 해피빈을 통해 기부도 했다. 조금이나마 금전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또한 봉사활동을 했던 꽃가게를 SNS에서 홍보했다.
배 과수원에서 열매솎기 등 농촌 일손 돕기도 진행했다. 윤여준 학생은 “우리나라 농촌 일손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지한 측면이 크다. 코로나19 탓에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제한돼 농촌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부가적인 차원에서 농촌 일손 돕기를 진행했다”라며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겠지만,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했다. 농민분들이 고민을 털어놓으셨고,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본 것이 좋았다”
최종보고서 제출을 앞둔 팀원들에게 활동 소감을 물었다. 문서빈 학생은 “재난 상황에 직접 나선 적이 없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 일이 마냥 어려운 일이 아니고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고 일상생활에서 서로 도우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작은 힘을 보태는 사람이 시민인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주현 학생도 이에 동의하며 “고등학교 때 다양한 사람이 모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었는데, 입시 준비로 시간도 부족했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기보다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만 해서 아쉬웠다”라며 “대학에서는 직접 현장에 가서 살펴보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활동 내용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활동의 결과보다 활동했다는 것 자체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꽃, 식물을 사람들이 가까이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주제의 출발점이었다는 윤여준 학생은 “좋으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팀원들과 용기를 내 이곳저곳 방문하고 활동을 하긴 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조심해야 했고, 활동 제약이 많았다”라며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쳐본 것이 뜻깊었다”라고 강조했다.
문석철 학생은 “거리가 멀어 오프라인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멀리서라도 함께할 수 있어 기뻤다”라며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사회문제도 프로젝트로 활동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이를 느끼게 해준 팀원들, 교수님, 봉사활동을 허락해주신 상인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현진 학생은 “현장에서 여러 고난이 있기도 했지만, 몸으로 부딪치며 상인분들의 근심, 걱정에 대해 알게 됐고 깨달은 바가 많다”고 덧붙였다.
새내기에게는 쉽지 않은 첫 학기이다.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팀원들은 비대면 강의가 집중도가 떨어지고,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측면도 있지만, 팀원들이 다들 열심히 참여해 조별 활동을 원활하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또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가치 있는 경험에 집중하고 관계를 배워나가는 대학 생활을 하고 싶다고도 전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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