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캠퍼스에 자리잡은 ‘4월학생혁명기념탑(四月學生革命記念塔)’. 4·19혁명 당시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한 이기태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4·19혁명 60주년, 서울캠퍼스 내 ‘4월학생혁명기념탑’ 소개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총탄 맞아 숨진 이기태 열사 추모
민주주의를 향한 경희인의 숭고한 희생 담겨

서울캠퍼스 생활과학대학과 본관을 잇는 오솔길은 봄이면 꽃비가 내리고, 가을엔 단풍이 무르익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곳에 아담하게 자리한 탑이 바로 ‘4월학생혁명기념탑(四月學生革命記念塔)’이다. 4·19혁명 당시 독재정권에 저항하다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한 이기태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이 탑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경희인의 숭고한 희생이 담겨 있다.

4·19혁명이 올해로 60주년을 맞았다. 1960년 학생과 시민이 중심이 돼 3·15 부정선거에 맞서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역사적인 현장에 경희인도 함께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피를 흘렸다. 4월학생혁명기념탑을 중심으로 역사를 살펴보며 그 뜻을 기린다.

김주열 열사,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 숨져··· 4·19혁명의 도화선
1960년 4월 19일 아침, 경희대 학생들이 하나둘씩 캠퍼스로 모여들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고, 부패한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서다. 1960년 3월 15일 제4대 정·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에서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자유당 정권은 독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공개 투표, 완장 부대 활용, 야당 참관인 축출, 투표함 바꿔치기, 득표수 조작 발표 등의 부정선거를 자행했다.

선거 당일 밤 마산에서 학생과 시민이 모여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당국은 총과 칼을 동원해 강제 진압에 나섰다. 그 결과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무고한 학생과 시민이 공산당으로 몰려 끔찍한 고문을 당했다. 그러던 중 4월 11일 1차 시위에서 실종된 고등학생 김주열 군의 주검이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다. 눈에 최루탄이 박힌 채였다. 4·19혁명에 불이 붙었다.

경희대 학생들은 애초에 4월 20일을 디데이로 정하고 플래카드와 전단을 만들며 대대적인 시위를 준비했지만, 더는 참을 수 없었다. 4월 18일 가두시위에 나섰던 고려대 학생들이 종로에서 정권의 사주를 받은 괴청년들의 습격을 받았고,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경희인은 교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4월학생혁명기념탑은 서울캠퍼스 생활과학대학과 본관을 잇는 길에 자리해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경희인들
‘피의 화요일’이라고도 불리는 이날, 시위는 격렬했다. 서울 시내 학생과 시민은 부정선거 규탄시위를 전개하며 대통령 집무실인 경무대 앞까지 진출했다. 부정선거 규탄시위는 서울 외에도 부산, 광주, 대구, 전주, 청주, 인천에서 일어났는데, 당시 시위 참여 인원은 약 10만 명에 이른다.

과격해져 가는 시위에 위기감을 느낀 공권력은 급기야 시민에게 총을 쏘았다. 광화문, 종로, 서대문, 을지로 등으로 삼삼오오 흩어져 시위대열에 참여한 경희인은 목숨 걸고 싸움을 이어나갔다. 경찰차를 탈취해 경무대로 돌진해 가다 빗발치는 총탄에 부상 당한 학생도 있었다. 이날 하루 사망자가 무려 13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날이 밝자 사망자 명단이 알려졌다. 이기태, 24세, 경희대학교 법학과 3학년 재학. 그날 발표된 사망자 중 한 명의 이름이다. 법과대학 학생회장이던 이기태 열사는 을지로6가에서 학우와 함께 시위대 맨 앞에서 격렬하게 싸우다 경찰이 발사한 총탄에 맞아 숨을 거뒀다고 한다.

4월 19일의 대대적인 시위에 당황한 정부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교통을 끊었으며,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학생과 시민의 열망은 멈추지 않았다. 4월 20일 아침, 다시 학생들이 하나둘씩 대학으로 모여들었다. 교시탑 주위에서 술렁대던 학생들은 성토대회를 열었고, 마침내 플래카드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등용문을 나와 가두시위를 펼쳤다. 비상계엄령하에서 벌어진 최초의 시위였다.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시위가 더 있었다.

1960년 5월 7일, 서울캠퍼스 생활과학대학 앞 임간교실에서 이기태 열사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이기태 열사를 기리는 탑 건립, “광영이여 영원히 그의 죽음에 있으라”
얼마 후, 이승만 정권은 무너졌다. 시민이 승리한 것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이 희생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들을 추모하는 것뿐이었다. 대학에서도 이기태 열사를 기리기 위한 추모 사업이 추진됐다. 같은 해 5월 7일, 경희인과 유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생활과학대학 앞 임간교실에서 이기태 열사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열렸다.

학생들은 이기태 열사의 희생을 추모하는 한편, 4·19혁명을 기념하는 탑을 건립하기로 했다. 교수, 교직원, 학생들로부터 모금한 성금과 대학의 지원금을 더해 탑을 제작했다. 김찬식 조각가가 조각하고, 조병화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시를 지었으며, 김충현 서예가가 글자를 새겼다. ‘4월학생혁명기념탑’으로 이름을 짓고, 1960년 6월 25일 제막식을 했다.

우리는 우리들의 끝없는 사랑!
조국의 구원의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일체의 지성과 정의의 이름으로 싸워
우리의 학원 그 기를 높이 세웠다.
그리고 한 벗을 잃었으니
그 이름은 이기태(李基泰)!
광영이여 영원히 그의 죽음에 있으라.
- 1960년 6월 25일 글 조병화, 글씨 김충현

위는 탑에 새겨진 시 전문이다. 봄볕 따스한 날, 캠퍼스를 산책하다 4월학생혁명기념탑을 만나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경희인의 숭고한 희생을 가슴에 담아두어도 좋겠다.

경희인들은 이기태 열사의 희생을 추모하고, 4·19혁명을 기념하기 위해 ‘4월학생혁명기념탑’을 건립했다. 1960년 6월 25일 열린 제막식에 참석한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당시 총장)와 대학 관계자, 학생들의 모습.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자료 및 사진제공 경희기록관 archive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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