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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

2020-04-08 교육

코로나19 이후 교육은 어떻게 변화할까.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는 ‘역량 중심 교육’으로의 변화를 예측했다. 역량 중심 교육은 학생 이해도와 숙달도로 진급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1) 교육
팬데믹 이후 뉴노멀이 될 ‘역량 중심 교육 방식’
학생을 학습의 주체로, 숙달정도에 따라 진급

‘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그동안 지구촌을 지배한 획일적 관행과 틀이 깨졌다. 새로운 일상의 기준 즉 '뉴 노멀' 시대가 열린 셈이다. 코로나19가 일으킨 공포감 속에서도 미래에 펼쳐질 혁신적 삶에 대한 기대도 나타나고 있다. 불안을 넘어 미래를 전망해보아야 할 이유다. 이에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예측하는 전문가 견해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육, 의학,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의 전망을 매주 2회씩 총 3주에 걸쳐 소개한다. 첫 번째 주제는 '교육'으로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가 교육의 변화 양상에 대한 의견을 전해왔다. <편집자 주>

세계보건기구(WHO)가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라는 뜻의 팬데믹(Pandemic)을 선포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전염병 감염에 대한 위험성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 여러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늦추기 위해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재택근무는 사람들의 사회활동과 일상생활의 행동 범위를 확연히 줄였다. 지구촌 구석구석을 일일생활권으로 만들던 항공망도 대부분 막혔고 세계 각국은 자국으로 들어오는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소비 경제도 위축돼 사람들은 소비를 줄였고 실업률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교육받지 못하는 학생 165개국 15억 명, 학생 중 87%에 달해
교육 분야도 심각한 상태다. 유네스코(UNESCO·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에 따르면, 지난 3월 25일 현재 165개국에서 15억 명이 넘는 학생들이 휴교령으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유아원부터 유치원, 초중고 및 대학과 대학원을 포함한 전 세계 교육기관에 등록된 학생 중 87%가 넘는 학생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학교 수업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나마 대학의 경우 대부분 온라인 강의로 전환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봄학기가 1월에 시작하는 나라들에서는 봄방학이 끝나는 3월 중순을 기점으로 남은 봄학기 전체 수업 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의 경우 교육부의 권고안에 따라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봄학기 개강일을 2~4주까지 연기하고 개강 후 첫 2~4주의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고 있지만 녹록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한국과 비교해 온라인 강의 비율이 높던 미국 대학도 교수와 학생을 위한 온라인 강의 가이드를 급조해 제공하느라 분주했으며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일주일 안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야 하는 교수들의 볼멘소리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미디어 여기저기서 들렸다. 한국 대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온라인 강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준비 시간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함에 따라 교육의 질 문제가 제기되고 실시간 화상 강의 도중 화면이 끊기거나 잡음이 섞이는 등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학 수업의 형태도 급격하게 변화했다. 교수와 학생 모두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은 국제캠퍼스 ‘원격수업 자율봉사단’의 수업 촬영 모습.

임시방편으로 교육 정상화 어려워, 코로나 이후 ‘뉴노멀(New Normal)’ 준비 필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선호 여부와 상관없이 짧은 시간에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해 수업 결손을 최소화한 교수와 학생 모두 그 희생과 노고에는 큰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언제 종식될지 예상조차 불가능한 현 상황 속에서 임시방편만으로는 교육의 정상화를 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부터 코로나 팬데믹 시대 이후 교육의 뉴노멀(New Normal)에 대해 예측하고 준비해 나가야 한다.

뉴노멀이란 과거에는 비정상적이던 일이나 현상이 점차 정상이 돼가는 것을 뜻한다. 대학의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은 분명 과거에는 비정상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 빠른 시일에 자연적으로 멈추거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는 한 온라인 수업의 비중은 계속 확대될 것이고 점차 대학에서의 온라인 수업이 정상적으로 여겨지는 뉴노멀의 과정이 뒤따른다.

온라인 수업의 확대로 교사의 역할은 점차 지식의 전달에서 지식의 공유 및 재창출로 바뀌고 티칭(Teaching)보다 코칭(Coaching)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역할도 수동적 객체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변화하고 개별 학생의 학습현황에 따른 개인 맞춤형 학습의 도입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 지금까지 학생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하던 시험은 학생별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이를 위해 학습분석이나 인공지능, 머신 러닝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을 교육에 활용한다. 교사와 학생의 역할에 대한 뉴노멀화의 진행이다.

뉴노멀이 될 ‘역량 중심 교육’에서는 학생 이해도와 숙달도로 학점 인정
학생이 학습의 주체가 되는 뉴노멀로 인해 일정 수강 일수만 채우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는 지금의 시간 중심인 카네기 학점 방식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해당 수업 내용에 대한 학생의 이해도와 숙달 정도에 따라 상급 학년 진급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역량 중심 교육 방식’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교육시스템에서는 온라인 수업이더라도 시간당 최소 25분의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면 1학점을 인정받게 되지만 역량 중심 교육은 동영상 강의 길이에 상관없이 학습 이해도와 숙달도에 따라 학점을 인정받게 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지식 전달을 위주로 진행하던 수업이 지양되고 점차 토론식 수업으로 전환된다. 기초적인 수업 내용에 대해서는 수업 자료나 동영상 강의를 통해 미리 배우고 수업 시간은 심화 학습을 위한 토론 위주로 진행될 것이며 이런 수업 방식의 변화에 따라 암기 위주의 시험도 종합적인 이해를 묻는 시험으로 전환된다.

한편, 더 많은 교사와 학생이 온라인 수업을 경험하게 되면서 무크(MOOC)나 명품 온라인 공개 수업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실재감 있는 학습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것 또한 뉴노멀이 될 것이다.

물론 교육의 이런 변화가 우리에게 뉴노멀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맞이하게 될 뉴노멀에 대한 거부감도 예측된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지금 우리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다가올 교육의 뉴노멀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교육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

 
<류태호 교수 프로필>

교육공학 전문가이자 미래교육학자,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에서 국제관계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퍼듀대학교에서 교육공학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University of Virginia) 평생교육대학(School of Continuing and Professional Studies)에서 조교수로 있으며 (사)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류태호 교수의 교육정보미디어 트랜드’를 운영하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글 류태호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교수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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