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기고] 급물살 탈 국가 보건의료체계 개선작업
2020-04-15 교류/실천
코로나19 이후의 미래(3) 의학
세계적 감염 확산에 따른 국가별 대응 현황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검토와 전환 필요한 시점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지구촌을 지배해온 획일적 관행과 틀이 깨졌다. 새로운 일상의 기준 즉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열린 셈이다. 코로나19가 일으킨 공포감 속에서도 미래에 펼쳐질 혁신적 삶에 대한 기대도 나타나고 있다. 불안을 넘어 미래를 전망해보아야 할 이유다. 이에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예측하는 전문가 견해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육, 의학,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의 전망을 소개한다. 세 번째 주제는 ‘의학’으로 최중명 의과대학 교수가 코로나19로 민낯이 드러난 각국의 의료체계와 전망을 전해왔다. <편집자 주>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폐렴 환자가 처음 발생하면서 신종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성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 전 세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는 145만 명을 넘었고, 사망자도 8만 명이 넘었다.
1월 3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후 코로나19의 ‘핫스팟’은 한국을 거쳐 미국, 유럽으로 연쇄적으로 이동하며 전 세계가 바이러스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전 세계 약 160개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퍼지는 전염병이라는 뜻의 ‘팬데믹(Pandemic)’ 수준이 됐다.
항바이러스 제제와 백신 없는 위험한 상황
코로나19 감염 발생과 각 나라의 대응 상황을 비교해보면 환자 발생이 많은 국가는 미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로 각각 10만 명을 넘었다. 사망자 수가 많은 순서로는 이탈리아, 미국, 스페인, 프랑스 순이지만 감염자 대비 사망률은 이탈리아가 12.7%로 가장 높고, 이란 6.2%, 중국 4.1%, 미국 3.4%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는 특이적인 항바이러스 제제가 아직 없고, 감염성 질환의 가장 확실한 예방법인 백신도 없어 치료와 예방법이 모두 없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감염성이 매우 높아 각 국가의 공중보건학적 관리와 국민 건강을 유지·보호하고 치유·예방하는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스웨덴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사람 간의 자연적 접촉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코로나19 감염관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특성상 집단면역이 형성되는 시간보다 전파가 더 빨라 위중한 환자가 급증했다. 이 때문에 일상 생활을 규제하지 않는 정책에서 벗어나 사회적 거리두기 및 이동 제한 등의 공중보건학적 규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에는 외국에서 유입되는 감염자만 차단하면 관리할 수 있다는 잘못된 판단으로 자국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공중보건학적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에서 환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자 정책을 전환했지만 뒤늦은 대응으로 환자가 급증했다. 또 응급 및 중환자 관리 의료체계가 붕괴해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공공의료 수준에 따라 국가별 피해 다르게 나타나
사망률이 낮은 한국이나 독일보다 상대적으로 사망자가 급증한 이탈리아의 치명률이 높게 나타난다. 공공의료에 대한 정부의 빈약한 투자, 병상과 인공호흡기 등 인프라 부족, 높은 고령자 비율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 최고의 의료수준을 갖춘 미국도 지역별로 짧은 시간에 대규모 환자가 발생해, 응급 병상의 부족과 중환자 관리 미흡,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물자 부족 등이 사망자 급증의 원인이 됐다. 또 건강보험을 포함한 보건의료시스템의 문제가 모두 드러나며 코로나19 관리에 한계가 보였다.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안정적 상황으로 들어가면 모든 국가가 자국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전반적 검토와 개선 작업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수준과 환자 진료 능력은 우수한 편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급성기 병상은 인구 1천 명당 7.1개로 미국 2.4개, 영국 2.1개, 이탈리아 2.6개, 스페인 2.4개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중환자 병상 역시 전국에 약 2천 개가 있고, 인공호흡기는 9,800대, 중환자 치료용 체외막산소공급기(ECMO)도 350대 정도 보유하고 있다. 음압 장치와 인공호흡기를 갖춘 재난 구급차도 30여 대가 있어 전체적인 인프라에는 다소 여유가 있다.
국내에서도 대구, 경북이라는 특정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해 해당 지역의 중환자실과 인공호흡기, 중환자 병상 당 의료진의 수급이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사망자를 200여 명 선에서 관리할 수 있었던 것은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실시간으로 병원별 병상 현황을 확인할 수 있고, 중환자 발생에 따른 신속한 상담과 판단, 전국에서 자원한 각 분야의 의료진 및 자원봉사자, 응급의료법에 따라 구축된 응급환자정보센터의 지원, 그리고 무엇보다 감염병 관리의 콘트롤 타워인 질병관리본부가 적극적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감염관리에 대한 세 가지 의학적 관심
코로나19 감염관리에 대한 의과학적 관심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다양한 전파경로의 차단, 둘째는 예방 백신, 셋째는 치료제 개발이다. 신규 환자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는 전파경로 차단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국가가 일차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으로 감염자에게서 배출되는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고 있다.
하지만 감염자의 비말이나 입자가 2m 이상 날아가고, 바이러스가 표면에서 최장 4일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보고돼 다양한 경로로 전파가 가능하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대변으로 배출된 바이러스가 비위생적 환경에서는 입을 통해 전파될 가능성도 보고됐다. 그렇기 때문에 손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더욱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기온 상승으로 실내에서 에어컨을 작동하게 되면 실내 감염자의 비말이 공기 흐름을 따라 이동해 쉽게 전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두 번째로 백신은 건강한 사람의 코로나19 감염을 막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다. 몸속 면역계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힘을 키워 감염을 막거나 증상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300여 건의 백신 및 신약 개발의 임상 시험과 지원자 모집이 진행중이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려면 10~15년의 시간이 들고, 1조 원이 넘는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임상 시험도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는 상황이 좋지 않다.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경우에는 처방 대신 의료진의 동의와 미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 백신을 주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긴급처방허가’ 절차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크게 항체, 혈장, 신약, 약물 재창출의 4개 방법으로 분류한다. 약물 재창출은 기존에 허가된 약을 다른 치료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방식인데, 이 방식으로 20종의 후보 약물의 치료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 말라리아나 일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이는 클로로퀸이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가 그 예이다. 최근에는 완치된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치료가 좋은 결과를 보였고, 이외에도 다양한 약제를 활용한 치료방법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스럽게도 대한민국 연구팀이 코로나19의 RNA 전사체를 세계 최초로 분석해 보고했다. 고정밀 진단 키트 및 치료제 개발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향후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더 앞당겨지길 기대한다.
코로나19 이후를 위한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변화 필요
의학계에서는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며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성질환을 대비할 수 있는 국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점검과 전환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최고의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미국은 복잡한 의료보험과 고가의 병원비로 코로나19 감염과 사망자 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예방적 의료활동과 국가적 관리 체계의 안정적 모델이었던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국가와 코로나19의 최초 시발점인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국가적 대처 능력에 많은 차이를 보였다.
20세기에 들어 2,000~5,0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1918년) 이후 아시아 독감(1957년), 홍콩 독감(1968년) 그리고 사스, 메르스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바이러스 감염은 앞으로도 매우 빠르고 폭넓게 발생되고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현재 코로나19 유행과 같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바이러스 감염성 질환의 확산에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감염성질환의 대규모 발생에 대처할 수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같은 정부조직의 강화, 응급 병상 및 인공호흡기 등의 의료물자를 확보할 수 있는 응급의료체계 구축, 그리고 현재 각 나라별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등의 의료전달체계 변화가 먼저 요구될 것이다.
코로나19의 유행으로 온 국민이 두 달 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다. 정부 역시 4월 19일까지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다. 이 기간에는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 유흥, 실내 체육 시설 등의 운영을 제한하고 최대한 집안에 머무르며 외출을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고, 직장에서도 직원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택근무와 유연근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적 변화는 엄청나다. 특히 가장 역동적일 청소년과 학생은 뜻깊을 신학기를 사회적 거리두기와 함께 시작한 점이 크게 아쉬울 것이다. 하지만 주변 이웃과 친구에게 격려와 지지를 보내며 사회적 위기 극복에 헌신하는 지성의 힘으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으면 한다. 이른 시간에 건강한 모습으로 캠퍼스에서 만나기를 기원한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예방의학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일본 산업의과대학에서 산업의학 연수 후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를 취득했다. 1988년부터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재직하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국가 조사 연구에 참여해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기초자료 구축에 기여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건강증진센터를 설립·운영했고, 국무총리실 녹색성장평가 위원, 건강관리서비스 포럼 위원장 및 대한예방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경희대에서는 의학과뿐 아니라 경희사이버대학교, 공공대학원 등에서 건강증진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글 최중명 의과대학 교수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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