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빼앗긴 봄’ 되찾으려는 경희인의 고투
2020-04-20 교류/실천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는 경희 구성원
기숙사 격리 근무 자청해 유학생 관리한 직원
마스크 구할 수 없는 외국인 동료에게 마스크 나눈 조교
코로나19에 따른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팬데믹(Pandemic)’을 선포했고, 세계 각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내 확진자 증가 추세는 주춤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의식이 옅어지며 또 다른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경희는 학생의 학습권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비상상황을 이겨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경희 구성원의 사례를 조명한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중국인 유학생의 입국을 앞두고 사회적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혹여 국내에 감염확산의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탓이었다. 경희는 사회적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미리 계획을 짜고 이를 차질없이 실행했다. 서울캠퍼스 세화원과 국제캠퍼스 우정원을 중국인 유학생 전용 기숙사로 정하고, 지난 2월 24일부터 26일까지 입사자를 받았다. 학생은 셔틀버스로 수송해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기숙사에 입사했다. 기숙사 입사 기간에 도시락을 제공했고 매일 건강 상태를 확인하며 2주간 격리했다. 기숙사는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고, 관련 직원도 2주간 기숙사에서 중국인 유학생을 관리했다.
2주간 격리 근무 자청, “어려운 시기 힘 보태고 싶어”
비상사태에 대비해 사실상 24시간 근무를 유지했기에 인력 부족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에 기숙사는 교직원 중 자원자를 받아 2주간 학생 관리에 투입했고, 감사행정원 정창안 계장은 세화원으로 입사했다. 2주간 본래 업무를 할 수 없고, 집에도 갈 수 없는 일이기에 큰 결심이 필요했다. 그는 “관련 공문에 두꺼운 적색 글씨로 ‘근무자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설명한 부분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래도 해당 업무 인력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유학생이나 학교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자원했던 이유를 밝혔다.
정 계장은 바로 근무 부서의 부서장과 팀장에게 허락을 구했다. 업무 공백이 발생하면 업무 부담이 부서에 지워지는 상황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업무는 걱정하지 말고 건강히 다녀오라”는 이야기를 듣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정 계장이 기억하는 2주간의 기숙사 생활은 무색무취(無色無臭)에 가깝다. 매일 방호복과 고글, 장갑을 착용하고 학생의 입·퇴소, 도시락 배달, 물품 지원, 건물 소독을 진행했다. 단순 반복 업무라 어렵기보다 처음 겪는 상황에 대한 불편함이 컸다.
그래도 보람된 순간도 있었다. 정 계장은 “다 먹은 도시락이나 방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수거할 때 고맙다는 쪽지를 놓는 학생이 간혹 있었다. 서툰 한글로 쓰여 있는 쪽지가 귀엽기도 했고, 보람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근무했던 사람들이 모두 별 탈 없이 퇴소해 감사하다. 2주간 방에만 있었던 학생들도 힘들었을 텐데 특별한 불만 없이 통제를 따라줘 고맙다”라며 “나에게는 모교인 이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주면 더 고마울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모두 불안한 상황이기 때문에 마스크 나눔도 당연해”
국제교류처 외국인지원팀의 장혜윤 조교(외국어로서의한국어전공 석사 3기)는 마스크를 사서 외국인 조교에게 나눠주고 있다. 외국인지원팀의 업무 특성상 같이 근무하는 외국인 조교가 많았다. 내국인은 정해진 날짜에 1인당 2개씩 마스크를 구매하지만, 외국인은 똑같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같이 근무하는 중국인 조교의 이야기를 들으니 외국에서 들어오는 우편물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장 조교는 “크게 고민한 행동은 아니었다”라며 “미세먼지 때문에 미리 사둔 마스크가 조금 있어서, 새로 구매하는 마스크를 함께 근무하는 외국인 조교들에게 나눠주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금 불합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라며 “모두가 불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스크를 나눴고, 받은 분들도 고맙다고 말해주니 뿌듯한 생각도 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장 조교 영향으로 다른 외국인지원팀 직원들도 마스크를 함께 근무하는 외국인 조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캠퍼스 통제 어렵지만 긴장 늦출 수 없어
경희는 지난 1월 말 서울 소재 대학 중 가장 먼저 개강 연기를 발표했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걸맞은 비상대책 마련이 목적이었고, 지난 4월 3일에는 코로나19가 ‘경계단계’ 이하로 진정될 때까지 비대면 강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경희는 개강 연기나 비대면 강의 연장 등의 정책적 결정 외에 변화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3월 초에는 ‘코로나19 종합상황실(이하 ‘종합상황실’)’을 신설했다. 총장실과 기획조정처, 총무관리처 직원 1명씩이 겸직으로 해당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모두 정해진 본인 업무 이외의 추가 업무를 수행하는 상황이다. 주된 업무는 상황대처를 위한 표준 매뉴얼 최신화와 교내상황 모니터링, 위기 상황 초동대처 등이다. 현재 교내는 행정과 연구를 위한 근무 인력 외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있지만, 캠퍼스가 넓고 출입구가 많아 통제에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또 상춘객(賞春客)이 많아지는 기간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종합상황실 이희포 팀장은 3월 초부터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희포 팀장은 종합상황실 신설 이전에도 중국인 유학생 이송이나 교내 검진센터 운영 등의 실무를 담당했다. 이 팀장은 “국제교류처나 학사지원과, 총무팀, 각 단과대학 행정실 등 관련 있는 부서가 많아 모두 힘을 합쳐서 코로나19 대응에 최선을 다하는 상황이다”라며 “개강 연기나 비대면 강의 등으로 변화된 환경에서 구성원의 건강권과 학생의 학습권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종합상황실로는 증상이 의심되는 구성원의 문의 전화가 오고 있다. 종합상황실은 의심자가 생기면 해당 지역의 선별진료소나 보건소를 찾아 안내하고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 팀장은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온 후에도 보건소의 안내가 있기 전까지는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지라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라며 “그래도 자가격리가 풀리면서 감사 인사를 하는 구성원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힘든 시기이기 때문에 더 힘을 내서 일해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건강하게 이 상황을 이겨냈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비대면 강의지만 언젠가는 강의실서 만날 날을 기다려
체육대학 박현 교수는 올해 학부 강의 3개와 대학원 강의 1개를 맡았다. 평소에 역진행수업(Flipped Learning)과 문제중심학습(Problem-Based Learning, PBL)을 진행해왔는데, 그때 거두었던 학업성취도를 넘어서는 성과를 거두는 방식을 두고 고심했다. 박현 교수는 강의 동영상이나 PPT에 녹음한 수업내용을 업로드하고 관련 자료를 추가제공 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비대면 강의의 장점을 높이는 방식이라 여겨서다.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이전에는 PPT를 제작하며 강의 중 설명할 부분을 정리만 하면 됐는데, 지금은 그 내용을 미리 녹음하기 때문이다. 단어도 신중히 선택하고 발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학습 성취를 확인하기 위해 과제를 내준다. 개별 과제와 조별 과제로 나뉘는데, 조별 과제도 학생들이 만나지 않고 해결할 수 있게 준비했다. 학생들은 매주 금요일 저녁까지 이메일로 과제를 제출하고, 주말 동안 박 교수는 그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을 전달한다. 개별 과제는 학생 개인에게 그리고 조별 과제는 조원 전체에게 피드백하는데, 새로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다.
박 교수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를 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이론 강의의 경우 오히려 자료를 학생들이 꼼꼼하게 볼 수 있어 PPT를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라며 “담당한 수업이 학생 수가 36명에서 많게는 60명인 수업이라 온라인 환경에 따라 학생들의 접속이 불안정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필요한 경우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라며 “강의에서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온지라 지금의 방식을 더 개선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의 새로운 풍경들, 캠퍼스에 활력 돌 날을 기다려
조성관 교수는 실시간 강의와 PPT 강의를 모두 진행했다. 처음에는 PPT에 설명을 녹음해 학생들이 내려받을 수 있는 방식을 선택했다가 실시간 강의를 진행했다. 조 교수는 “학생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강의를 시작한 상황이었다. 강의는 교수자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중요한데 그 부분을 확인하고 싶었다”라고 실시간 강의를 진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수강생이 실시간 강의를 모두 원활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 다시 PPT에 녹음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실시간 강의 이후 수강생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PPT 강의를 해달라는 요구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 교수는 “지금 상황이 급박하게 펼쳐졌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부분이 있다. 교수자도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 학생에게 전달될 수 있게 강의 준비에 더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갑작스럽게 우리의 일상이 됐다. 화상 회의가 널리 이용되고, 재택근무가 장려되는 실정이다. 코로나19가 강제한 새로운 풍속도다. 만개한 꽃을 배경으로 젊음이 활기를 띠어야 할 캠퍼스지만, 정적이 감돌고 있다. 코로나19로 빼앗긴 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경희는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돼 캠퍼스에 다시 활력이 넘치는 날이 오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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