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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낳는 별, 무용학부 김영미 교수

2020-02-26 연구/산학

무용학부 김영미 교수가 2018년 발표했던 <페르소나Ⅱ>의 새 버전으로 ‘대한민국 무용대상’ 대통령상과, ‘한국 현대무용진흥회 최우수 작품상’,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작’에 선정됐다. 김영미 교수는 “작품활동은 교육을 위해서 계속하고 있다”라며 교육자의 자세를 강조했다.

무용학부 김영미 교수, 2018년 발표한 <페르소나Ⅱ> 새 버전 공개
‘대한민국 무용대상’에서 대통령상, ‘한국 현대무용진흥회 최우수 작품상’ 등 3개 상 수상

‘페르소나(Persona)’는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들한테 비난받지 않으려고 겉으로 드러내는, 자신의 본성과 다른 태도나 성격’이다. 우리는 모두 페르소나를 갖고 살아간다. 무용학부 김영미 교수는 이 단어에 천착해 지난 2010년과 2018년 <페르소나 Ⅰ·Ⅱ>를 발표했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김영미 교수 개인에게 큰 영광을 안겼다. ‘대한민국 무용대상’에서 대통령상과 ‘한국 현대무용진흥회 최우수 작품상’ 그리고 ‘이데일리 문화대상 무용부문 최우수작’에 선정된 것. 탁월한 작품으로 다양한 상을 받은 김영미 교수를 무용학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인정받는 무용가지만 창작은 더 좋은 교육을 위한 일
김 교수는 이미 2009년에 무용계에서 최고의 상인 ‘서울무용제’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잘 가르치고 싶어 현장에서 멀어질 수 없고, 그렇기에 창작활동도 계속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가 받은 ‘2019 대한민국 무용대상’은 한국무용협회가 주관하는데, 경연으로 수상자를 뽑는다. 서류와 영상 심사로 본선 진출 12개 팀을 선정하고 예술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경연을 펼쳤다. 심사위원단과 시민심사위원단의 평가 결과는 실시간으로 현장에서 공개되었고, 여기서 상위 2개 팀이 결선에 진출했다. 김 교수가 이끄는 ‘김영미댄스프로젝트’는 <페르소나Ⅱ>를 선보여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사회적 이슈인 미투운동(#METOO)을 작품에 잘 녹여 표현했다’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 현대무용진흥회 최우수 작품상’은 지난 2년간 발표된 현대무용 작품 중 최우수 작품을 선정한다. 추천된 작품을 심사위원단이 평가하고 선정한다. ‘이데일리 문화대상’은 2019년 한 해 동안 공연예술계를 망라해 연극, 클래식, 무용, 국악, 뮤지컬, 콘서트 등의 6개 분야에서 최우수작품을 선정한다. 무용부문은 국립·민간단체의 우수작품이 경쟁하며 ‘최대 격전지’로 뽑히기도 했다. 심사위원단은 “전문가는 물론, 무용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봐도 쉽게 이해하고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페르소나Ⅰ>은 김영미 교수가 2010년 본인의 페르소나를 표현한 작품이다. 정체성을 고민하는 가운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여러 페르소나를 띠게 되는 개인의 모습을 담았다. 2018년 발표한 <페르소나Ⅱ>는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현대인의 모습’, ‘내면의 또 다른 나의 모습’, ‘사회구조에서 인간의 부조리한 모습과 폭력성’, ‘인간 각자의 개성과 몰개성화’, ‘나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자아 투영’ 등의 다섯 가지 주제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꾸몄다.

김영미 교수는 자신을 ‘무용가’나 ‘예술가’보다 ‘교육자’라고 소개한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느꼈던 30대 때 늦게 출발했던 미국 유학에서 교육자의 길을 선택했다. “좋은 무용가의 스승”이 그의 목표이다.

사회적 이슈인 ‘미투’ 작품에 반영한 <페르소나Ⅱ>
김 교수는 “작품을 구상하던 단계에서 ‘갑을관계’, ‘미투’, ‘SNS와 같은 온라인상의 언어폭력’ 같은 현상을 접하며, 이게 인간의 페르소나라고 느꼈다”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사회생활을 구분하며 온라인 속에 사는 사람도 많아진 것 같다. 이런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투운동의 양상이 갑을관계에서 비롯되는 상황에서 많은 피해자가 여성인 점을 가슴 아픈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또 이런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 사회적으로 사건을 각인시키려는 생각에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페르소나Ⅱ>에는 남녀 한 쌍을 남자 둘이 테이블을 두고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나온다. 미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방관하는 세태를 표현했다. 또 가볍게 머리에 손을 올리는 장면을 반복해서 배치해 가벼운 행동도 큰 폭력이 된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반 대중이 가볍게 생각하는 악성 댓글의 폭력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인 주제를 추상적인 동작으로 표현해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할까 걱정했다”라며 “생각했던 부분이 심사위원과 일반 대중에게 잘 전달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스스로 무용가나 예술가보다는 ‘교육자’라고 소개한다. 현장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학생과 공감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작품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작품에서도 ‘누구도 빼놓고 갈 수 없는’ 교육자의 특성이 드러난다. 작품의 장면마다 무용수 모두가 돋보이는 방법을 고민한다. 김 교수는 “작품을 만드는 도중에 참여 학생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좋은 무용가의 스승이고 싶어”
무용가와 교육자 중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선택해야 했던 순간은 30대 후반에 찾아왔다. 당시 김 교수는 ‘열심히 살고 있는데,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개인의 노력만큼 외부의 영향도 많이 받는 현실 때문이었다. 당시 큰 상처를 받아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그러던 중 미국 뉴욕으로 유학을 떠났다. 1년간의 짧은 유학이었지만, 김 교수는 큰 결심을 했다. ‘좋은 예술가·무용가를 키우자’는 꿈을 품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학생을 무용가로 성장시키고, 그 학생이 스승으로 ‘김영미’를 꼽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무용계에서 김 교수는 단순히 ‘김영미’로만 불리지 않는다. ‘경희대 김영미’라는 식으로 대학 이름이 앞에 붙는다. 이는 김 교수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경희대 무용학부를 졸업한 학생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이다. 출신 대학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짓는다.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은 본인을 가르친 스승을 따라 대학 진학도 결정한다. 초·중·고등학생을 가르치는 무용학부 졸업생을 보고 대학에 온다. 좋은 재학생이 훗날 입학생에게도 영향을 끼치기 마련인지라 재학생에게 대학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 김 교수의 연습·공연의 처음과 끝은 똑같은 구호가 제창된다. 김 교수는 “경희대! 최고! 현대무용! 최고!”를 외친다. 학생들도 함께 외치며 대학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다.

교육자로서 김 교수는 제자들에게 ‘맑은 정신’과 ‘사람됨’을 강조한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돼야 좋은 춤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모든 교수는 소속 단과대학이 대내외에서 인정받길 원한다. 김 교수도 마찬가지다. “대학에 거교적 행사가 많다. 이 행사에서 무용학부가 공연하는 것도 근사한 일이다”라며 “경희 무용의 역사와 무용계의 입지를 대학 구성원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희대에도 좋은 인재들이 들어와 탁월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라며 “더 좋은 성과를 보여 더 널리 경희 무용을 알리겠다”라고 다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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