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국어국문학과, 2020 신춘문예 평론 분야 강세
2020-02-10 교육
2020 신춘문예 동아일보 영화평론, 세계일보 문학평론 당선
이현재 학생, “공시적 관점으로 좀 더 넓은 세상에 나아갈 것”
김정빈 학생, “전공독립심화학습 통해 준비, ‘문학은 어렵다’는 편견 벗기고 싶어”
수많은 문인을 배출해온 국어국문학과에서 다시 한번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2020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이현재(석사과정), 김정빈(16학번) 학생이 당선된 것이다. 그간 주춤했던 평론 부문에서 일군 성과라 더욱 의미 있다는 평이다.
철학과를 졸업해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이현재 학생은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Netflix)의 제작과 연관 지어 분석한 ‘자리를 탈주하는 리얼리티-알폰소 쿠아론의 <로마>’로 동아일보 영화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김시무 영화평론가는 “매체 환경의 변화에 직면해 ‘로마’라는 작품이 갖는 영화사적 맥락을 상세하게 지적하는 한편, 텍스트 자체의 미학적 의미까지 심도 깊게 분석하고 있다”며 “매우 시의적절한 평론이라 여겨졌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김정빈 학생은 ‘이 시대의 독법-팔리는 문학에 대한 고찰’로 세계일보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학부 재학 중에 평론가로 등단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심사를 맡은 김주연 문학평론가는 심사평을 통해 “최근의 젊은 시(시인)가 보여주는 해체와 그 근원으로서의 슬픔을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새롭다. 특히 그것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연결해주는 안목과 필치가 부드럽고 자연스럽다”며 “모바일시대 문학의 혼·융합 현상을 설명하고 방어하는 문학기제의 출현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문과대학에서 당선자들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정답이 아닌 자기만의 생각을 강조하는 학풍에 영향받아
Q.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 한 말씀 부탁한다.
이현재(이하 현재): 당선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소감은 감사와 다짐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지면에 미처 쓰지 못한 운규 형, 보성이 형, 희준이, 하빈이, 은주, 지수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평론이 글로 나를 증명하는 것이라기보다 즐겁게 ‘밥’을 버는 정도의 일이 됐으면 좋겠다.
김정빈(이하 정빈): 예상치 못해 더 감사하다. 지금까지 평론이 깊이 있는 사유를 기반으로 문학의 정통을 얘기했다면 나는 그 지평을 조금 넓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문학, 그중에서도 평론은 독자가 적다. 평론도 하나의 문학 장르로서 독자가 재밌게 읽으면 좋겠다. 이 일에 작은 역할을 하고 싶다.
Q. 평론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현재: 어려서부터 영화를 봤다. 아파트 상가 1층에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는데, 주말이면 부모님께 천 원을 받아 비디오를 빌렸다. 고등학교 때 용돈을 받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봤다. 자전거를 타고 한남동에서 광화문까지 영화를 보러 다녔다. 영화표 한 장만 남는 게 아까워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1년에 약 100편을 썼더라.
그 글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수시전형으로 경희대에 합격했다. 내신이 좋지는 않았는데 (웃음) 꾸준히 영화에 관심을 두고 글 써온 점을 인정해준 것 같다. 대학에 합격하고 자신감이 생겼다. 이게 영화평론의 시작이 돼 대학 때도 계속 썼고, 본격적인 신춘문예 준비는 1년 남짓 걸렸다.
정빈: 어렸을 때 <피터팬>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나도 이런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에 문학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아직도 해외에 가면 그 나라 언어로 쓰인 피터팬을 산다.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국어국문학과에 들어왔는데, 경희대 국문과만의 자유로운 학풍이 좋았다. 교수님들께서 정답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셨다.
국문과 시 창작 학회 ‘하늘새재’를 하며 시를 읽고, 쓰고, 함께 얘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시는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달라 더 재밌고 관심이 갔다. 비평 창작 수업이 개설되지 않아 평론을 쓰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모아 장문석 교수님과 전공독립심화학습을 했다. 20대가 할 수 있는 얘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나눴다. 그래서 평론과 에세이의 성격을 적절히 섞어 글을 썼는데, 운 좋게 당선이 됐다.
넷플릭스, 힙합 등 시의성 확보한 평론
Q. 당선작에 관해 묻고자 한다. 이현재 학생은 ‘넷플릭스’에 주목한 점이 인상 깊었다.
현재: 2018년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갔는데 영화 <로마>가 화제작이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국내 극장 상영조건으로 4K 상영과 7.1 돌비 디지털 사운드를 주문한지라 영화티켓을 구하기가 힘들었는데 좋은 기회로 굉장히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화면은 매우 선명하고, 여기저기서 소리가 입체적으로 들리니 새로운 체험이라 느꼈다. 넷플릭스에서 다시 봤을 때 그때의 감흥은 오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써보면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 아버지가 얼리 어답터시다. 어려서부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과정을 지켜본 것도 자양분이 됐다.
Q. 김정빈 학생은 기리보이의 랩을 다룬 것이 신선했다. 20대의 감각을 녹여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일찍 등단했다는 불안도 있을 것 같다.
정빈: 힙합을 좋아하고 자주 듣는데, 힙합과 문학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힙합은 가사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많이 듣고 나름대로 대중화에 성공했다. 그에 반해 시는 여전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고,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 몇 없다. 그 이유를 생각하다가 랩과 시를 엮어서 쓰게 됐다.
깊이 있는 글을 써서 당선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심사위원께서 시의성에 맞는, 나 같은 얘기를 하는 사람도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생각에 뽑아주신 것 같다. 이론적 기반이 부족하고, 아직 학부생이라는 것에 부담을 느끼기도 했는데, 이론적 기반을 토대로 작품의 가치를 설명하는 평론가는 지금까지 많았기에 내가 그 역할까지 담당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르를 넘나들며 내가 나아갈 길을 찾아보려고 한다. 물론 공부를 많이 해야겠지만.
독립연구 등 학생이 하고자 하는바 제도적으로 지지해줘
Q. 대학 교육에서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현재: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향한 교육’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아직 그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은 확실하다. 철학과에서는 송유레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연구자의 자세, 즉 먼저 도달하는 것보다 얼마나 정직하게 열심히 해서 도달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대학원 진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안숭범 교수님은 현실감각이 뛰어나시다. 프로젝트를 하며 외부와 접촉할 기회가 많은데, 단순히 연구로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글쓰기가 ‘제조업’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손으로 만지며 글을 내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것도 교수님 덕분이다.
정빈: 나는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참여했다. 우리 대학은 전공독립심화학습이나 독립연구 등을 통해 학생이 하나의 주제를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싶어 할 때 제도적으로 지지해준다. 나는 후마니타스칼리지도 좋아한다. 타 대학에서는 예전부터 논의돼 와서 이미 굳어진 내용을 배우는 것 같더라. 그에 반해 후마는 지금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배운다. 그래서 학생들이 엉뚱한 생각을 하더라도 틀렸다고 하지 않고, 그것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토론 수업이 진행되니 좋다. 배움학점제 등을 통해 학생들이 배우고 싶어하는 새로운 강좌를 만드는 것도 좋다. 이런 부분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Q.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현재: 손으로 글을 만진다고 했는데, 나는 납품하지 유통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시스템 전체를 볼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공시적인 관점으로 좀 더 넓은 세상에 서 봐야 할 것 같다. 아직은 부품이 아닌, 원료를 생산하는 입장이다. 기왕이면 기계와 궁합이 잘 맞는 원료를 생산하고 싶고, 나아가 거대한 기계의 부품이 되고 싶기도 하다. 구체적으로는 석사학위를 받은 후 일정기간 사회생활을 하고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싶다.
정빈: 사람들이 문학을 부담스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라거나 ‘재미가 없는데 왜 상을 받았지’ 하는 친구도 있고, 책을 읽고는 싶은데 읽고 나서 정답을 내려야 하거나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책을 멀리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이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시를 읽을 때 ‘못 알아듣지만 좋아’라고 말할 수 있으면 된다. 또 사람들이 영상매체를 가까이하면서도 시와 소설을 좋아한다. 분명 문학에 매력이 있는 것이다. 이 매력을 탐구해 대중이 문학을 좀더 즐겁게 향유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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