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정전기 모아 에너지 만든다

2020-02-17 연구/산학

최동휘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분자 재료 표면에 전하를 안정적으로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 액체와 고체가 접촉했을 때 발생하는 정전기에서 기존보다 많은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연구 결과는 물리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

최동휘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 고분자 재료 표면에 전하 삽입해 에너지 높여
물리 화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 <Nano Energy> 온라인 최신판 논문 게재
투명하고 쉽게 휘어지는 에너지 수확장치·자가 발전 센서 개발에 활용

서로 다른 물체의 마찰로 생기는 정전기. 최근 버려지는 에너지를 수집해 전기로 바꾸는 ‘에너지 수확기술(energy harvesting)’이 떠오르며, 정전기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전기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 치명적인 피해를 주지 않지만, 그 전압은 수만 볼트에 달한다. 정전기라 하면 고체끼리 접촉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학계에서는 액체와 고체가 접촉했을 때도 정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다만, 고체 간 접촉으로 발생하는 정전기보다 그 양이 매우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동휘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한계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고분자 재료 표면에 전하를 안정적으로 삽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기존보다 높은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 결과는 물리 화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 <Nano Energy>(IF: 15.548, JCR 상위 3.7%)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논문명: Monocharged Electret Based Liquid-Solid Interacting Triboelectric Nanogenerator for its Boosted Electrical Output Performance)

제1 저자로 참여한 장순민(기계공학과 석사 1기) 학생이 학부연구생부터 대학원 진학 이후까지 진행한 연구라 더욱 의미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박성제 교수, 라문우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최동휘 교수와 장순민 학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액체-고체 간 발생 정전기에서 많은 양의 에너지 확보
Q. 연구 내용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최동휘 교수(이하 최): 기본적으로 물방울이 에너지 수확소자에 닿아 움직이면 정전기가 발생해 에너지가 모이는 구조다. 기존에는 수확소자 표면에 굉장히 작은 돌기를 만들어 에너지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았다. 돌기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액체와 고체의 접촉은 투명한 것에 응용하기 좋은 애플리케이션인데 뿌옇게 되면 그 장점을 살리기 힘들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팀은 표면 구조의 변화, 즉 돌기를 형성하기보다 임의로 전하를 삽입하면 에너지가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진행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한 번도 보고된 바가 없을 정도로 굉장히 높은 에너지가 나왔다. 기존에도 비슷한 가설은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액체와 고체가 닿았다 떨어질 때 에너지가 어떻게 달라지느냐는 연구된 바가 없었다. 이것을 우리가 세계최초로 해냈다. 이를 통해 투명하고 쉽게 휘어질 수 있는 에너지 수확장치 혹은 자가 발전 센서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 수확소자 표면에 전하를 삽입해 에너지를 얻는 구조.

수돗물, 빗물, 바닷물 등 우리 주위의 물 활용해 에너지 수확 가능
Q.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장순민 학생(이하 장): 액체-고체 정전기 현상은 순수한 물일수록 정전기 현상이 잘 일어나기에, 수돗물, 빗물, 바닷물과 같이 불순물이 많이 포함된 물일수록 에너지가 떨어져 실용적으로 쓰기에는 큰 단점이 있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바닷물과 비슷한 농도의 용액을 만들어서 실험한 결과, LED 디스플레이를 켤 수 있을 정도로 에너지가 모였고, 간단한 전자기기 또한 구동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 주위의 물을 에너지 수확장치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센서로 사용할 수도 있다. 농도별로 나오는 전기 에너지가 다르다 보니 역으로 생각해 용액의 용도를 검출할 수 있는 센서로 활용하는 것이다. 투명한 성질을 이용해 태양광 발전 패널 위에 붙여 비가 내릴 때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다. 투명하고 휘어지는 소자로 활용할 수도 있다.

: 전하를 삽입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고, 만드는 공정도 어렵지 않다. 기존에 널리 쓰이고 산업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공정이다. 그렇기에 실용성이 높다. 일반 고분자 필름과 같은 소재가 있을 때 기존에 널리 알려진 기술을 이용해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니 활용할 수 있는 방안도 많아지지 않을까싶다.

Q.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가?
: 기능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영역에서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빗방울이 닿았다 떨어지는 현상을 최대한으로 응용할 수 있는 최적 소자를 제작해 장점이 커질 수 있게 하고 싶다. 응용 분야 발굴 관련 후속 연구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장순민 학생, 학부연구생 때부터 주도적으로 연구 참여
Q. 장순민 학생은 학부연구생부터 이번 연구에 참여해 대학원 진학 후 석사 1기에 논문을 발표했다. 소감이 어떠한가? 에피소드는 없었는가?
장: 이 분야가 아직 많이 연구된 분야는 아니어서 참고할 자료가 많지 않았다.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했는데 결과가 나오니 후련하기도 하고,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간에 실험을 잘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그래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 교수님과 상담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때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 장순민 학생은 학부연구생으로 참여했을 때부터 대학원생 못지않게 열정을 품고 주도적으로 실험에 참여했다. 한번은 주말에 연락이 와 어떤 요소를 바꿨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이를 활용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까지 해온 실험으로 논문을 마무리할지, 힘들겠지만 발견한 사실을 토대로 새로 연구할지 옵션을 줬다. 그랬더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겠지만 다시 하는 게 맞겠다고 하면서 새로 시작했다. 장순민 학생이 포기하지 않아 이렇게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짐작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 노하우가 많이 집약된 기술이다.

Q. 연구라는 것이 수많은 실패 속에서 이뤄지는 것 같다. 그런데도 계속 연구를 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최: 세계최초로 모든 일이 이뤄지는 게 연구라고 생각한다. 미지의 영역이라 두려움도 있고 실패도 하지만 이를 딛고 얻는 게 훨씬 크다. 학문의 최전선에서 학부 때부터 배웠던 지식을 기반으로 실질적, 실용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다 보니 계속 연구하게 됐다. 연구실 학생들이 열정이 대단하다. 이런 열정을 식지 않게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사제간의 믿음이 연구의 원동력
Q. 장순민 학생에게 대학원 진학 계기와 향후 계획을 묻고 싶다.
: 최동휘 교수님 강의를 들으며 관심 분야가 비슷하다고 생각했고, 상담을 요청해 연구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교수님께서 수업 때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 기존에 있는 방법으로 고기능성 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말씀해주셨다. 연구를 결심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도 기존 재료, 기존 방법에서 크게 바꾸지 않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혀 다른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세트업이 돼 있다면 충분히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저비용, 고효율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많이 믿어주신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만나 상담한다. 연구실원들이 교수님을 실망시키지 않고 싶어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주말도 없이 연구하고 교수님께 보여드렸을 때 교수님께서 뿌듯해하시는 모습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석사 과정 동안 지금 이뤄낸 결과에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Q. 연구실의 향후 계획은?
: 우리 연구실은 기존에 널리 쓰이고 있는 재료 가공방법을 수정, 보완 및 최대한 활용해 손쉽게 상용화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에너지 수확장치 개발은 하나의 응용 분야다. 산업체에서는 활용되고 있지만 학문적으로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 않은 분야, 현장에서 쓰는 기술을 연구에 도입하여 재료의 특성을 좋게 한다든가 이를 활용해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연구해 나가고자 한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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