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지속 가능한 사회 이루는 데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신장은 필수조건”
2019-12-13 교육
이리나 보코바 미원석좌교수, ‘여성의 권한 강화와 여성 리더의 역할’ 특강
“여성성과 남성성의 장점 취합해 리더십 발휘하면 더 많은 시너지 내”
지난 11월 25일 이리나 보코바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여성의 권한 강화와 여성 리더의 역할(Women’s Empowerment and the Role of Female Leaders)’을 주제로 강연했다. 보코바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양성평등은 인권, 정의, 경제, 평화, 안보 등과 연관돼 있다”며 문제의 복합성과 중요성을 역설하고, 다양성 측면에서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다양성은 모든 사람의 창의성과 생산성, 수익성을 향상시킨다”면서 “양성평등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다양성을 통해 사회 전체의 성과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성불평등,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 저해하는 전 인류의 위협”
특강에서 이리나 보코바 교수는 “가족, 사회, 국가 등 공동체 발전, 그리고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달성하는 데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익 신장이 필수”라며 양성평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UN은 1979년 제34차 총회에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철폐에 관한 협약’을 체결했고, 1995년 제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베이징 행동강령’을 채택하는 등 1970년대부터 양성평등과 여성의 권한 강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도 양성불평등을 해소하고, 여성의 권한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보코바 교수는 “UN과 여러 나라,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성차별 문제에서 많은 진전을 이뤘으나, 개선 속도가 매우 느리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2월 기준으로 전 세계 여성 정치인의 비율은 24.3%이다. 1995년 11.3%에서 점차 증가했지만, 여전히 정치권은 남성 중심적이다. 2017년 발간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남녀의 경제적 차별은 217년 후에 해소된다. 현재 진행 속도라면 170년이 걸리지만,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보다 50여 년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보코바 교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양성불평등이 만연하다. 이는 단순히 여성 문제를 넘어 사회 발전과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전 인류의 위협이다”라고 우려했다.
“양성평등 위한 사회와 개인의 인식 변화, 교육으로 가능하다”
여성이 리더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보코바 교수는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장 큰 장벽으로 꼽고, “남성과 여성 그 어느 한쪽 성별의 사람이 더 좋은 리더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남성과 여성의 리더십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가 기업의 창의성과 혁신을 확대하고,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이 보코바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우리 안에 있는 여성성과 남성성의 장점을 취합해 리더십을 발휘하면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성차별 문화가 만들어낸 성 역할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코바 교수는 “양성평등 실현에 앞서나가고 있는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도 법이 잘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가정폭력과 성희롱 문제가 발생한다”며 문화 변화의 어려움을 언급한 후, “법적·제도적 방법으로 양성평등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사회와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은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연구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이 사회적, 문화적 학습으로 형성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남자는 남자답고, 여자는 여자다운 것을 나누어 특정 역할을 기대하는 문화가 양성불평등의 원인인 셈이다. 보코바 교수는 “양성평등은 인식 변화를 위한 수준 높은 교육이 제공될 때 달성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전 세계 여학생의 과학, 공학 교육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장난감 회사에서 양성 중립적인 장난감을 출시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성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 갖춰져야”
특강 후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학생은 “한국사회에서 여성할당제로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의견이 있다”며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보코바 교수는 오랫동안 성차별이 존재하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에 많은 국가와 기업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뒤, “여성할당제와 같은 제도는 양성평등을 달성하기 위한 중간적인 조치이다. 한시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학생은 “보코바 교수님은 여성으로서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유리천장을 경험했을 것 같다. 유리천장을 넘어설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보코바 교수는 “외교 분야는 지금도 여성의 비율이 다른 분야보다 낮지만, 과거엔 더욱 심각했다. 끊임없이 장벽에 부딪혔고, 편견과 싸워야 했다. 다행히 훌륭한 멘토를 만나 성장할 수 있었다”며 여성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함께 멘토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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