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이승룡 교수 연구팀, ‘AI 닥터’ 말레이시아 수출
2019-12-23 연구/산학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 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 말레이시아 내년 말 상용화
2017년 ITRC 선정 후 AI 닥터 구현하는 지능형 의료플랫폼 및 의료서비스 개발
“IBM 왓슨에 필적할만한 국산 AI 닥터 완성할 수 있을 것”
컴퓨터공학과 지능형 의료플랫폼 연구센터(센터장: 이승룡 교수)가 개발한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이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에 수출된다. 지능형 의료플랫폼 연구센터는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의 말라야대학교 의과대학과 AI 닥터 플랫폼 및 서비스 협력을 논의하고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최근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지난 10월에는 관련 플랫폼과 서비스를 말라야 의과대학을 통해 동남아시아 병원에 보급하기로 협의했다.
말라야 의과대학은 내년 말부터 AI 닥터를 허리통증과 풍토병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지능형 의료플랫폼 연구센터는 현지 특성에 맞는 지능형 의료서비스 ‘사일로(Silo)’를 비롯해 사업화에 필요한 지식 저작 도구, 분석 도구, 증거지원 도구와 같은 파생 소프트웨어를 수출한다. 이승룡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말레이시아, “의료 혜택 받기 어려운 사람 위해 AI 닥터 활용하겠다”
Q) 어떻게 해서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하게 됐는가?
올해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초고속 정보통신망(TEIN: Trans-Eurasia Information Network)을 활용한 지능형 의료플랫폼 서비스를 제안해 유럽연합 과제에 선정됐다.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헬스케어 분야의 기술 및 지식을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협력을 강화, 함께 발전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이다. 2년간 22만 5천 유로를 지원받아 말레이시아, 태국, 파키스탄, 베트남 등에 플랫폼을 확대했는데, 이들 나라 중 말레이시아가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에 큰 관심을 보였다.
AI 닥터는 의사의 진단, 치료, 사후관리의 의료 행위 전반에 걸쳐 임상 의사결정을 도와준다. 의사 입장에서는 보조 의사가 생기는 셈이다. 의사는 AI 닥터의 도움을 받아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노력과 비용을 줄이며 원격으로 더 많은 환자를 돌볼 수 있다. 말레이시아가 이 부분을 매력적으로 보았고,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AI 닥터를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 기술 이전과 함께 말라야 의과대학의 부학장 응 처크 젠(Ng Chirk Jenn) 교수가 이끄는 말레이시아 의료진, 컴퓨터공학자로 구성된 연구팀과 허리통증 분야의 ‘사일로’를 개발하는 등 국제협력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번 기술 이전은 국산 지능형 의료서비스 소프트웨어의 해외시장 진출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Q) 개발한 AI 닥터 서비스 플랫폼을 자세히 설명해 달라.
AI 닥터 서비스의 핵심은 의료지식베이스 구축에 있다. 의료지식은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아야 하며, 진화하는 방대한 지식베이스에 대한 유지보수 및 검증이 쉬워야 한다.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 환자 데이터와 정보가 입력되면 의료플랫폼 위에서 인공지능에 기반한 지능형 의료서비스 ‘사일로’가 구동돼 진단, 치료, 사후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를 의료진에게 제공한다.
또한, 의료진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직관적이고 친숙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사용자 경험(UI/UX)을 적용한 지식공학도구, 증거지원도구, 의료데이터 분석도구 등 다양한 엔지니어링 도구도 같이 개발했다. 이 플랫폼과 지원도구를 활용하면 의사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 적합한 ‘분야별 지능형 의료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물론 컴퓨터 전문가, 지식공학자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아야 하지만.
경희대의 융합 독려하는 문화·전 의학계열 갖춘 인프라 큰 도움
Q) 교수님께서는 20여 년 전부터 지능형 헬스케어와 의료플랫폼 연구를 해오셨다. ICT와 의료를 융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ICT 기술의 진화 방향을 고민하다가 융합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때 의료 분야에 관심을 두게 됐다.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포스트 PC 플랫폼(2001~2004년)과 중기거점과제(2003~2008년) 등 국책과제에 선정돼 유비쿼터스 플랫폼에 관한 연구 개발을 수행하던 중, 때마침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대학ICT연구센터지원사업(ITRC, 2006~2014년)인 “동서신의학 유비쿼터스 플랫폼” 과제를 수주하면서 본격적으로 ICT와 의료를 융합했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융합연구하기가 쉬운 풍토는 아니었다. 교수님들이 자신의 영역을 공고히 한 후에 협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기술적,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융합이 필수다. 우리 학교는 융합, 협력을 독려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고, 의학, 한의학, 치의학, 약학, 간호학 등 모든 의학계열에서 단과대학과 의료기관을 두고 있어 다른 대학보다 여건이 좋았다. 처음에는 힘든 부분도 많았다. 공학과 의학은 서로 쓰는 언어가 다르고, 의사에게 AI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경기 이후 AI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면서 AI 기반 융합연구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지능형 의료플랫폼 연구센터는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TRC 사업에 선정되면서 개소했다. 경희대, 용인시, 강동경희대병원, 경희의료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영국 얼스터대학, 호주 UTAS, 스웨덴 함스테드대학, 전자부품연구원, 바이너리 랩, 멀린앤컴퍼니, 타파크로스 등 국내외 대학, 병원, 기업 등에서 9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완성된 AI 닥터는 심부전 진단, 갑상선 치료, 뇌전증 치료, 당뇨 투석환자 관리, 녹내장 진단 및 치료, 만성 당뇨 관리가 가능하다. 지속적으로 진단 및 치료, 관리가 가능하도록 다른 의료 분야로 개발 범위를 확대해나가는 한편, 각 분야 간 연동이 가능한 ‘크로스 사일로’를 만들 계획이다.
여전히 개발자와 의사 간 협업이 어려워 양질의 임상 데이터를 얻는 데 한계가 있고, 의료데이터 표준화 부족에 따른 병원 간 데이터 상호호환성 문제, 의료법 등 제약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우리 연구가 성공적으로 마치면 IBM 왓슨에 필적할만한 국산 AI 닥터가 완성될 것이다.
개발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는 깃 허브(Git Hub)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많은 의료 소프트웨어기업 및 연구기관에서 공개될 지능형 의료플랫폼을 활용해 우리나라가 의료 분야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길 바란다.
Q) 후학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교수는 학문적 통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면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생각 때문에 ICT와 AI, 의료를 융합한 특화 분야를 만들 수 있었다. 후학에게 자신만의 독보적인 연구 분야를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연구의 지속성도 중요하다. 특히 플랫폼 연구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 지능형 의료플랫폼도 20여 년의 연구가 이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의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경희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컴퓨터공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재료공학 학사와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 전산과학 석·박사를 거쳐 1993년 경희대학교 교수에 임용됐다. 연구 분야는 유비쿼터스 컴퓨팅, 상황인지 미들웨어, 지능형 시스템, 빅 데이터 시스템, 디지털 헬스케어 등이며,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공학 교과목을 가르친다.
230여 편의 SCI급 국제논문을 발표하고, 7건의 국제특허를 등록하는 등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물은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 맞춤형 웰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닝 마인즈 플랫폼, 그리고 현재 개발 중인 지능형 의료플랫폼이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
신간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