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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예쁜 옷 입어야죠”

2019-12-30 교육

후마니타스칼리지가 이번 학기 시행한 ‘창직독립연구’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생활과학대학 의상학과 4학년생 5명으로 구성된 ‘어셈블(ASSEMBLE)’은 ‘2019 청년취업아카데이 창직어워드’에 나가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이정은, 김시내(16학번), 정재웅(14학번) 학생.(사진 왼쪽부터)

창직독립연구 성과(2) ‘어셈블’, 창직어워드 고용노동부 장관상 수상
생활과학대학 재학생 5명, ‘배리어 프리 패션 디자이너’ 창직
장애인 의복의 기능, 디자인 개선 활동 “도전이 미래의 자양분 돼”

후마니타스칼리지가 교수와 학생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대학 문화 정착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중 ‘독립연구’는 학생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기 위한 교과이다. 2016년 시작해 2018년 대학 내 모든 전공으로 확대돼 경희 교육의 새로운 특성이자 학풍으로 자리 잡았다. 학생이 자유롭게 교과를 설계하고 교수의 지도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연구(학습), 실천, 참여, 창업, 창직 등 모든 분야가 가능하다.

2019학년도 2학기에는 ‘창직독립연구’가 두각을 나타냈다. 창직독립연구는 정복철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한국생산성본부 2019 창직 프로젝트에 지원해 약 1억 원을 지원받아 수행한 프로그램이다. 2019년 경기지역 대학생 창의적 아이디어 및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투더리더’에 이어 ‘어셈블(ASSEMBLE)’을 만났다. <편집자 주>

정재웅 학생(생활과학대학 14학번)은 종아리에 튀어나온 혈관이 콤플렉스였다. 중학생 때는 증상을 완화하려 흰색 압박스타킹을 신었는데, 그걸 본 친구의 놀림도 스트레스였다. 사춘기 동안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여름에도 반바지를 못 입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반바지를 입지만 당시의 부끄러웠던 기억은 남았다.

이런 정재웅 학생 눈에 띈 친구가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A였다. 후마니타스칼리지 독립연구 창직 프로젝트를 수강하면서 사례 조사를 하며 만났다. 대화를 나누며 인사동을 지나던 도중, A는 옷 가게를 지나며 항공 점퍼를 보고 “저런 옷이 이쁘다”고 말했다. 정재웅 학생은 이 대화를 기억했다. 독립연구 팀원들과 ‘배리어 프리 디자이너’로서 A가 편하게 입을 수 있게, 지퍼와 불편한 주머니를 없애고 몸을 조이지 않는 옷을 만들었다.

정재웅 학생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A를 다시 만났다. 창직독립연구 팀원과 함께 만든 옷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정재웅 학생은 처음으로 본인을 위해 만든 옷을 입은 A의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졸업을 앞둔 정재웅 학생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모르지만, 무엇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어셈블은 ‘배리어 프리 패션 디자이너(Barrier-free Fashion Designer)’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장애인들이 보다 편하고 예쁜 옷을 입는 옷을 만드는 직업이다.

창직독립연구에서 장애인 의생활 개선 위한 직업 만들어
어셈블은 생활과학대학 의상학과 학생 5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곽민승, 정재웅(14학번) 학생과 김시내, 이영남, 이정은(16학번) 학생이 힘을 합쳤다. 이들은 창직독립연구를 수강하며 고용노동부와 한국생산성본부가 개최한 ‘2019년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직어워드’(이하 ‘창직어워드’)에 나가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상과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만든 직업은 ‘배리어 프리 패션 디자이너(Barrier-free Fashion Designer)’이다.

‘배리어 프리’는 1974년 유엔(UN) 장애자생활환경전문회의의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대한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생긴 개념이다. 원래는 ‘장애가 있는 사람의 사회 활동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장애를 제거한다’라는 의미로 건축학계에서 사용되다 다양한 분야로 확대됐다. 어셈블은 장애인 의복 생활의 장벽을 없애는 데서 더 나아가 이들도 예쁜 옷을 입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배리어 프리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만들었다.

정확하고 수요에 맞춘 디자인을 위해 어셈블은 시장조사와 장애유형별 특징을 조사하고, 관련 기관을 방문해 인터뷰했다. 조사 결과, 2014년 이후 국내 장애인의 수는 증가하는 추세였지만, 장애인을 위한 의식주의 서비스는 부족했다. 패션 분야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의복개선의 의지는 미미해 보였다.

어셈블이 발달장애가 있는 A를 위해 만든 옷의 사진이다.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힘들어하는 지퍼를 없애고, 입고 있을 때 불편하지 않게 제작했다.

사례 조사 위해 사례 학습, 장애인 기관 찾기도 해
어셈블은 지체, 청각, 시각, 지적, 뇌 병변 등 15가지의 장애 유형 중 의생활에 불편이 있는 사지 장애와 감각 장애를 위한 옷을 디자인했다. 사지 장애는 뇌 손상으로 신체에 드러나는 장애로 생리적 욕구 해소의 어려움과 재활 보조 기구로 인한 의복 손상이 특징이다. 이런 특징을 반영해 의복의 구성적 보완을 시도했다. 감각 장애는 환경 정보를 수용하는 기관의 장애이다. 색과 디자인에 대한 시각적 판별이 불가해 의복 선택이 쉽지 않아 디자인 부분의 보완을 선택했다.

구체적인 사례 수집을 위해서 어셈블은 세종장애아동통합지원센터의 고윤정 센터장을 만나기도 했다. 장애인을 현장에서 만나는 센터 직원이 본 장애별 행동 유형과 일상의 의복 관련 불편 사항을 들어 디자인을 보완했다. 성북구립월곡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편마비를 가진 어르신 10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어르신은 지퍼가 많은 옷이나 몸을 조이는 옷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시장조사와 인터뷰로 모은 내용을 반영해 디자인을 시작했다. 전공 강의를 통해 다진 디자인과 제품 제작 실력 등이 도움이 됐다. 창직독립연구에 참여한 팀은 내부 평가를 통해 창직어워드에 나갔다. 한국생산성본부의 창직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3개 대학의 약 30여 개 팀 중 15개 팀이 참가했다. 공개발표로 수상자를 선정했는데 창직독립연구 수업에서 배운 발표 기술이나 이야기 구성 등이 도움이 됐다.

창직 독립연구는 어셈블에게 ‘도전 정신’의 중요함을 깨닫게 했다. 김시내 학생은 “모든 활동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라며 “도전이 인생의 모든 순간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직독립연구 통해 ‘도전 정신’의 중요함 깨달아
수상이라는 큰 성과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어셈블의 초기 계획에는 디자인한 옷을 여러 사람에게 나눠주고 패션쇼를 개최하거나 룩북(Lookbook) 제작하는 활동이 포함됐다. 어셈블은 장애인의 룩북 제작이나 패션쇼 같은 활동이 장애인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김시내 학생은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꾸밀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줘,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또 “관련 기관에서 자료 조사는 협조해주더라도 직접적으로 대중 앞에 서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패션쇼 개최는 어렵게 됐다”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모두 4학년으로 구성된 어셈블은 앞으로의 계획도 다양하다. 이정은 학생은 “한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많이 지친 것 같다”라며 “일단은 쉬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시내 학생에게 가장 급한 일은 졸업 패션쇼이다. 김시내 학생은 “지금까지 경험한 일을 통해 좋은 결과물을 만들고 싶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재웅 학생은 취직을 준비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 정재웅 학생은 “어셈블 활동으로 사회적인 공헌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다시 깨달았다”라며 “미래에는 꼭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셈블 구성원은 이번 프로젝트로 ‘도전 정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고민이 되는 순간에는 도전해보는 게 남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김시내 학생은 “몸만 피곤하고 왜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는 순간이 있었다. 모든 활동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라며 “도전이 인생의 모든 순간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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