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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치과대학 교수, 교정용 고정원 분야 세계 1위 선정

2020-01-06 연구/산학

김성훈 치과대학 교수가 미국 의학 분야 논문 평가기관인 ‘익스퍼트스케이프(Expertscape)’에서 교정용 고정원(Orthodontic Anchorage Procedures) 분야 세계 1위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61개 연구논문을 발표, 총 3,670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 중 0.027%에 든다. 김 교수는 ‘바이오 급속교정’을 통해 치료 효과 및 환자 만족도를 높여 왔다.

논문 평가기관 ‘익스퍼트스케이프’ 교정용 고정원 분야 상위 0.027%에 들어
건강한 치아 빼지 않고 교정하는 ‘바이오 급속교정(BOS)’으로 치료 효과 및 환자 만족도 높여
“BOS의 세계화, 가진 것을 나누며 전 세계에 기여하고 싶다”

연구실에 들어서자 김성훈 치과대학 교수는 덴티폼부터 보여주었다. 이틀간 만들었다는 여러 개의 덴티폼은 김 교수가 그간 행한 교정치료 과정을 재현해 놓은 것이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사용했던 장치를 다시 플라스틱 치아 모형에 재현해서 설명용으로 만들었다. 이것이 환자의 인생을 바꿔준 장치였더라.”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해부학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환자, 상악골이 많이 내려와 뼈가 부서진 환자 등 교정치료 과정을 설명하는 김 교수의 눈이 열정으로 빛났다.

이 같은 열정에 화답하듯 김성훈 치과대학 교수가 미국 의학 분야 논문 평가기관인 ‘익스퍼트스케이프(Expertscape)’에서 교정용 고정원(Orthodontic Anchorage Procedures) 분야 세계 1위로 선정됐다. 이 분야는 임플란트를 비롯한 다양한 교정 장치를 이용하는 치료 분야다. 이외에도 김 교수는 교정치료와 관련된 거의 전 분야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해당 순위는 2009년부터 10년간 발표된 연구논문을 데이터화해 비교 분석한 결과다. 김성훈 교수는 61개 연구논문을 발표, 총 3,670명의 관련 분야 전문가 중 0.027%에 든다.

김성훈 교수는 건강한 치아는 건드리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수술과 일반교정의 장점을 살린 독창적인 치료법 ‘바이오 급속교정(Biocreative Orthodontic Strategy, 이하 BOS)’을 통해 치료 효과 및 환자 만족도를 높여 왔다. 미국교정학회지 백 년 역사상 Top 100 Author(56위) 선정, 아시아 최초 교정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에드워드 H. 앵글리서치 상’ 수상, 다중층 투명교정장치(OTP) 국내외 16건 특허 및 총 90여 건의 바이오 급속교정 관련 특허 획득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냈다.

2007~2017년 교정 관련 SCI 저널 분석 결과 경희대 세계 7위, “세계와 제대로 겨룰 수 있다”
Q. ‘익스퍼트스케이프’ 고정용 고정원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소감이 어떠한가?
오랫동안 노력한 결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아 기쁘다. 이제는 세계와 제대로 겨룰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익스퍼트스케이프’뿐 아니라 지난해 11월 미국교정학회지에 실린 논문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다. 2007년부터 10년간 교정 관련 8대 SCI 저널을 분석해 순위를 매긴 논문인데, 총 7,119편의 논문 중 경희대가 66편을 발표하며 세계 7위에 올랐다.

지난 10년의 성과를 돌이켜 보니 선배로서 역할을 잘 해냈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10년간 가장 임팩트 있는 주제가 본 앵커리지(Bone Anchorage)더라. 가장 주목 받는 분야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Q. BOS란 무엇인가?
BOS는 실수하지 않으려는 학문이다. 일반적인 교정치료는 일단 장치를 붙이고 시작한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근본적으로 다르게 보고자 했다. 환자의 문제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고민하고, 환자의 삶과 함께해온 나머지 부분을 최대한 덜 건드리면서 문제를 해결해주자는 것이 BOS의 모토다. 이렇게 접근하면 치료과정도 단순해지고 방향이 명확해진다. 구름처럼 앞이 잘 안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1~4차까지 타깃을 정해 그 부분만 해결하는 게 BOS의 가장 큰 특징이다. 환자를 될 수 있으면 덜 괴롭히며, 치료로 상황이 더 안 좋아지는 것을 막는다.

BOS는 최종판이고, 마무리다. 기존의 일반교정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삐뚤빼뚤한 이에 가는 철사를 집어넣어 펴고, 높낮이를 조절하고, 철사를 바꿔 이를 당겨 맞춰준다. BOS는 이를 한 번에 한다. 진단치료 원칙을 갖고, 분석법에 맞춰 획기적인 장치를 사용해 결과를 만들어낸다. 예를 들어 이가 심하게 삐뚤어져 작은 어금니 두 개를 빼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다른 이를 보니 충치가 깊고, 고름도 잡혀 있다면 건강한 작은 어금니를 빼지 않고 대신 이 치아를 뺀다.

복잡해도 좋은 건 살리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치료과정이 단순해진다. 철사를 덜 쓴다. 철사에 적응하는 기간도 필요하고, 뿌리가 상할 수 있기에 철사를 덜 쓰는 게 환자에게 좋다. 특수하게 고안된 철사 하나를 넣어 길만 열어 준다. 이를 뺀 자리로 다른 이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다른 이는 건드리지 않고 기다려준다. 기다리는 동안 방해요인을 약간 막아주기만 한다. 이게 바이오 크리에이티브(Biocreative)이다. 이후 공을 들여 마무리한다. 철사 하나로 제일 어려운 것을 해결하고 나머지는 조심스럽게 관리한다.

시행착오가 적은 ‘바이오 급속교정’, 의료수출에도 큰 역할
Q. ‘바이오 급속교정’에서 ‘급속’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하다.
1979년 경희대 치과병원 교정과 교수셨던 정규림 교수가 BOS의 개념을 확립한 이래 오랫동안 '급속’이 우리의 정체성 중 하나였다. 타깃만 건드리자는 콘셉트를 시작하면서 어떻게 이름을 지어야 하나 고민했다. 타깃 치료를 하니 치료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급속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피드로 생각하기 쉬운데, 스피드가 중요한 건 아니다. 시행착오가 없다는 의미에서 빠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로 스피드로 표현하지 않고 크리에이티브(creative)로 표현했다.

Q. BOS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가?
폭풍처럼 살고 있다. 2주간 칠레, 브라질, 대만을 돌아봤다. 학문적인 부분을 공유하고, 교류도 맺었다. 우리 병원에 연수하러 올 예정이다.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람을 얻고, 우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본다. 경희대가 BOS의 본산이라고 인정받기 시작했다. 나는 BOS를 얘기할 때, BTS(방탄소년단)를 함께 말한다. BTS처럼 BOS도 세계 교정계를 선도하며, 환자의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하얼빈시 병원과 경희의료원 간 공식 계약이 체결돼 곧 계약이 이행될 예정이다. 이미 하얼빈시 병원에 BOS 센터가 생겼고, 직접 파견을 나가게 됐다. 의료 수출이다. 특수진료 분야로 공인받아 전액 하얼빈시 병원에서 비용을 부담한다. ‘BOS 차이나’이다. ‘BOS 베트남’도 있다. 베트남에서는 나를 교정계의 박항서 감독이라고 한다.(웃음) 12년째 베트남에 가고 있다. 호치민 국립구강악병원 명예 과장도 됐다. 호치민에 BOS를 퍼트리고, 교육할 기회를 주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기도 했지만, 꾸준히 오래 하며 진심을 전달했고, 많은 베트남 치과의사들이 국가병원 주도의 BOS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올해 전공의 5명이 정식으로 선발돼 BOS 전문의 과정이 시행될 예정이다

‘BOS 브라질’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16년부터 2년간 브라질 설측교정학회 회장이 경희의료원에서 연수를 받고 브라질로 돌아가 자생적으로 BOS 학회를 만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브라질로 갔다. 칠레에서도 연수를 받으러 경희대로 올 것이다. 그전에는 유럽에 갔다고 한다. ‘BOS 칠레’가 탄생한다.

“BOS는 권력 아냐, 환자 삶의 질 높이는 무기”
Q. BOS의 최종 꿈은 무엇인가?
세계의 BOS화다. BOS는 권력이어서는 안 된다. 환자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무기가 돼야 한다. 특정 회사가 BOS를 이끌었다면 그림이 달라졌을 것이다. 대학이 주도해 하나의 ‘유니온’을 만들었다는 것을 제일 기쁘게 생각한다. 각자 자생 단체를 갖고 봉사하며, 지역에 기여하는 그룹이 모이면 이익만을 추구하는 행태를 바꿔낼 수 있다. 그것이 BOS의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렵기도 하다.

나라마다 교정 분야의 경쟁이 심하다. ‘김성훈’이라는 이름을 버리는 순간 ‘우리’가 될 수 있다. 내 이름을 내건다면 당장 인정받고 이용 가치가 높아질지 몰라도 내가 스러지면 없어진다. 그게 제일 무섭다. BOS의 원칙을 지키면 새로운 연결 공동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름도 지었다. ‘International Union of BOS’, 즉 ‘IU BOS’, 너와 나는 BOS라는 의미이다. 서로 모여 좋은 일을 하고 싶다. 모이면 더 저렴하게 좋은 재료를 공급받을 수도 있고, 이는 환자에게 좋은 방향으로 돌아갈 것이다.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진료 봉사를 하며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다.

Q.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희생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는 선배들이 있다. 후배들은 이 가치를 인정하고 희생을 이어받아 또 다른 나눔으로 퍼트려 나갔으면 좋겠다. 물론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는 것도 필요하다. 자기 삶의 질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면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학문을 행하는 팀과 함께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경희대를 졸업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항상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나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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