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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발전 위해 생분해성 포장재로 전환해야 한다”

2019-12-09 연구/산학

지난 11월 22일(금) 생분해성·기능성 나노컴포지트(nanocomposites) 포장재 개발 등으로 식품포장 분야를 선도한 임종환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제5회 대상한림식품과학상’을 받았다.

임종환 식품영양학과 교수, 제5회 대상한림식품과학상 수상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올해까지 4년 연속 이름 올려
“미세 플라스틱 문제 심각,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대안 될 것”

생분해성·기능성 나노컴포지트(nanocomposites) 포장재 개발 등으로 식품포장 분야를 선도한 임종환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제5회 대상한림식품과학상’을 받았다. 임 교수는 30년간 식품과학 분야 연구와 교육에 전념해오며, 국내외 학술지에 2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생분해성 소재에 나노물질을 첨가해 포장재의 물리적 강도와 기체 차단성을 높이고, 항균성·항산화성·자외선 차단성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연구를 통해 식품, 제약, 화장품 포장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임 교수는 그간의 업적을 토대로 세계적 학술정보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ighly Cited Researcher, HCR)’에 2016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2014년 한국식품포장학회 학술대상,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 지식창조대상, 2017년 한국식품과학회 학술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대상한림식품과학상은 농수산·생명과학분야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대상㈜과 한림원이 2015년 공동으로 제정한 상으로 매년 세계적인 연구업적을 낸 과학자를 선정해 상패와 상금 3천만 원을 수여한다. 2019년도 제5회 대상한림식품과학상 시상식은 지난 11월 22일(금)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임종환 교수는 생분해성 소재에 나노물질을 첨가해 포장재의 물리적 강도와 기체 차단성을 높이고, 항균성·항산화성·자외선 차단성 등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연구를 통해 식품, 제약, 화장품 포장 발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2019년도 제5회 대상한림식품과학상 시상식장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임종환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생분해성 포장재에 항균성·항산화성·자외선 차단성 부여
Q. 대상한림식품과학상 수상을 축하한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연락이 왔다.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받았다. 마침 시상식 전날 딸이 쓴 박사학위 논문이 통과됐다. 좋은 일이 한꺼번에 같이 왔다.

Q. 그간 해온 연구를 설명해달라.
생고분자를 이용한 기능성 생분해성 포장소재 개발 연구를 계속해왔다. 생고분자는 동식물에서 나오는 단백질이나 탄수화물 등으로 만든다. 이런 필름은 먹어도 된다. 먹어도 된다는 것은 자연에서 분해가 된다는 뜻이다. 동물의 사료로 활용할 수도 있고. 이런 개념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

현재 시민 대부분이 플라스틱 포장재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생활전반에 걸쳐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는데, 전체 플라스틱의 40%가 포장에 쓰이고 있다. 포장은 한 번 사용하고 폐기되기 때문에 문제를 야기한다. 폐기된 플라스틱에서 비롯한 환경 문제가 심각하다. 바다에 플라스틱 섬이 생겼고, 야생동물에게도 피해를 준다.

또 다른 문제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이 잘게 쪼개져 5mm 이하가 되면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한다. 이 작은 입자가 우리 몸속에 들어와 해를 끼친다. 플라스틱이 만들어질 때 첨가제가 4% 이상 들어가는데, 이는 좋은 화학물질이 아니다. 첨가제는 플라스틱이 쪼개지면서 더 쉽게 빠져나오고 우리 몸에 쉽게 흡수된다. 그 뿐만 아니라 미세 플라스틱이 운반체가 돼 여러 유해한 화학물질, 미생물, 병원균을 옮기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는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플라스틱을 대신해 쓸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개발해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후자 쪽을 집중 연구했다. 생분해성 소재를 사용하면 일반 플라스틱보다 강도, 물성, 가공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새로운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생분해성 포장재에 새롭고, 다양한 나노입자를 넣어 항균성, 항산화성, 자외선 차단성을 부여해 가치를 높이고, 식품 포장에 응용하는 연구를 해왔다. 기술이 발달하고 새로운 나노입자를 개발하면서 점점 연구범위를 넓혀왔던 셈이다.

인간을 위협하는 미세 플라스틱, 분석 위한 표준 방법부터 정해야
Q.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
플라스틱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환경을 너무 오용해서 환경이 우리에게 복수하는 듯싶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전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돼 있다. 바다에 버린 플라스틱을 파도가 쪼개 먹이사슬(food chain)을 통해 사람에게 돌아온다. 소금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나온다. 생수, 맥주, 꿀 등 온갖 식품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나오고, 공기 중에도 미세 플라스틱이 떠돈다.

미세 플라스틱이 150㎛ 이하로 작아지면 몸에 흡수가 된다. 20㎛ 이하가 되면 림프계를 통해 들어올 수 있고, 더 작아지면 혈관을 통해 들어와 폐, 심장, 뇌로도 갈 수 있다. 큰 문제다. 나노 사이즈로 작아지면 피부를 통해서도 들어온다. 입자 자체가 갖는 문제도 있지만, 입자가 운반체 역할을 한다는 것도 문제다. 그렇기에 무서운 것이다.

미세 플라스틱이 문제라고 하면서도 어느 정도 오염돼 있는지, 어떻게 분석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립이 안 돼 있다. 그래서 규제를 못 한다. 미세 플라스틱을 분석하는 표준 방법부터 정해야 한다. 우리가 얼마나 노출돼 있는지 알아야 얼마나 위험한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제 준비 단계다. 유럽에서 규제가 제일 먼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도 준비해야 한다.

임종환 교수는 환경 문제, 자원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해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자원 고갈 문제에도 도움 될 것
Q.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환경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까?
플라스틱을 안 쓸 수는 없고, 대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1950년대 초 플라스틱 산업이 시작될 때만 해도 1년에 170만 톤을 생산했는데, 매년 8.7%씩 성장해 2016년도에는 3억 2천만 톤을 생산했다. 그동안 생산한 플라스틱을 합하면 87억 톤 정도다. 이 중 4분의 3은 쓰고 버렸다. 이게 다 어디로 갔겠나. 바다 수면부터 바닥까지 전체를 오염시키고 있다. 그래서 플라스틱 세대라고까지 얘기한다.

플라스틱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플라스틱을 쓰되 해가 적은 플라스틱을 써야 한다. 그게 생분해가 되는 플라스틱이다. 합성수지 플라스틱은 석유 자원을 이용해 만든다. 석유 자원은 연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그다음으로 플라스틱 산업에 사용된다. 석유는 한정된 자원으로, 자원고갈 문제도 심각하다. 플라스틱을 생분해성 소재로 바꾸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다. 생고분자는 동식물에서 얻을 수 있기에 매년 재생이 가능하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전환함으로써 환경 문제, 자원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해질 것이다.

나노 기술이 개발되면서 필름의 물성을 증가시킬 수 있었고, 나아가 기능성도 부여할 수 있게 됐다. PLA(Poly Lactic Acid)는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드는데, 일반 플라스틱과 같이 투명도도 좋고 단단하다. 그래서 분해성 플라스틱 포장재 중 가장 많이 쓰인다. 이외에도 다양한 플라스틱 포장재가 만들어지고 있다. 아직 일반 플라스틱 포장재보다 값은 조금 비싸다. 하지만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환경을 위해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한다면 변화가 일어난다. 플라스틱을 100%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일부라도 생분해성 소재로 바꾼다면 환경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서도 점점 생분해성 포장재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도 플라스틱 포장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지라 생분해성 포장재에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분위기도 만들어지고 있다. 나라에서 규제하고 있기도 하고. 생분해성 포장재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을 생각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생각한다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미세 플라스틱 주제로 공동 연구 진행할 계획
Q. 연구하면서 보람을 느낀 때는 언제였나?
연년세세화상사 세세년년인부동(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이라는 말이 있다. 해마다 피는 꽃은 똑같은 꽃인데, 해마다 꽃을 구경하는 사람은 그 사람 아니라는 말이다. 한 달 전에 우리 연구실 사람들과 이과대학 앞 은행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었다. 작년에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찍은 두 장의 사진을 같이 놓고 봤더니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뀌었더라. 은행잎이 모두 떨어지면 벌거벗은 나무가 됐다가 봄이 오면 다시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것처럼 모두 내 연구실을 거쳐 갔고, 또 새로 연구원이 왔다. 이런 느낌만 있다면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연구원과 함께 찍은 사진도 남아 있고, 추억, 우정도 간직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남기고 간 논문이 있다. 세월이 가도 논문은 남아 필요한 사람이 본다. 최근 과학자를 위한 SNS라고 할 수 있는 리서치 게이트에서 내가 30년 전에 쓴 논문을 보내 달라는 연구자가 있었다. 나도 기억 못 하는 것인데 논문을 보내 달라니, 이런 요청을 받을 때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연구는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서 하면 한계가 있다.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가 모여 연구할 수 있는 집단 연구 체제로 가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유럽에서는 포장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대학, 포장회사, 연구기관이 참여해 집단 연구를 하고 있더라. 연구를 끝까지 수행하고 나면 논문만 남는 게 아니라 상품이 나올 수 있다. 그런 시스템이 부러웠다.

경희대에 온 지 3년이 됐다. 이제 어느 교수님이 어느 분야를 전공하고 있는지 눈을 뜨게 돼 공동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연구재단 등에 과제를 신청하려고 관련 교수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구주제는 미세 플라스틱이다. 분석 방법 확립을 위해 분석 전문가, 독성학 전문가, 포장하는 사람인 나 이렇게 다섯 명 정도 모여 과제를 준비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Q. 후학들에게 해주고 한 말씀 부탁드린다.
좋아하는 것 열심히 하면 된다. (웃음)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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