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신경회로망은 미지의 세계··· 계속 탐구할 것”

2019-12-03 연구/산학

동서의학대학원 박지호 교수가 최근 뇌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연구에 참여해 뇌 질환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 교수는 쥐 뇌의 해마 부위를 절편으로 만들어 배양하고, 다중전극기판을 활용해 전기신호를 감지해냄으로써 뇌 신경세포의 생리학적 변화를 규명했다.

박지호 동서의학대학원 교수, 뇌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생리학적으로 규명
의미 있는 연구에 다수 참여···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분야별 상위 50인 안에 선정되기도
“교수는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 이끌어야”

초음파만으로 뇌 질환을 치료할 가능성이 열렸다. 최근 기초과학연구원(IBS)과 한국과학기술원(KIST),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연구팀이 저강도 초음파를 활용해 뇌 신경세포 조절 메커니즘을 분자 수준으로 규명했기 때문이다. 해당 연구결과는 2019년 10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온라인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 동서의학대학원 박지호 교수 연구팀은 뇌 신경세포의 생리학적 변화를 규명했다. 이에 국제캠퍼스 국제·경영대학관에서 박지호 교수를 만나 이번 연구에 대한 설명과 최근 연구성과, 앞으로 진행할 연구 계획을 들었다.

다중전극기판 활용해 뇌 신경세포 변화를 생리학적으로 규명
Q. 최근에 참여했던 연구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우리는 뇌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활동을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을 활성화해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제까지는 금속 전극을 뇌에 삽입하는 수술적인 방법밖에 없었다. 최근에서야 수술이 필요 없고 안전한 초음파 뇌 자극술이 주목받고 있지만, 관련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를 주도한 기초과학연구원 이창준 박사와는 7년 전 학회에서 만나 알게 됐다. 5년 전쯤 이창준 박사의 요청으로 이번 연구에 참여해 생리학적 변화를 규명하는 역할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뇌 자극술의 작동 메커니즘을 확인하고, 실제 자극을 통해 신체의 운동능력을 개선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Q. 어떻게 증명할 수 있었는지?
일반 쥐와 기계수용칼슘채널(기계적 자극으로 활성화되는 세포막 통로)인 ‘TRPA1’이 없는 녹아웃(Knock-Out) 쥐를 비교했다. TRPA1이 있는 쥐는 저강도 초음파에 의해 뇌 신경세포의 발화가 증가했지만, TRPA1이 없는 쥐는 이런 현상이 거의 관찰되지 않았다. 꼬리 운동능력이 개선되는 것도 확인했다. 저강도 초음파로 꼬리 움직임을 유도하는 부분을 자극한 결과 TRPA1이 있는 쥐의 꼬리 움직임은 활발해졌지만, TRPA1이 없는 쥐는 감소했다.

이번 연구에서 생리학적 증명을 우리 연구팀이 맡았다. 쥐 뇌의 해마 부위를 절편으로 만들어 배양하고, 다중전극기판(Multi-Electrode Arrays)을 활용해 60개의 탐침으로 전기신호를 감지해내서 고감도의 신경 신호를 검출해냈다. 우리가 사용한 방법은 살아있는 개체와 유사한 환경에서 신경 신호를 감지할 수 있기에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약학 분야 13위,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 등재
Q. 설명해주신 독특한 연구방법으로 그동안 다수의 의미 있는 연구에 참여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를 소개해 달라.
국내외에서 중요한 신경생리학 교과서로 꼽히는 <From Neuron to Brain>(2001)에 피인용 된 논문인 <Anterograde signaling by nitric oxide: characterization and in vitro reconstitution of an identified nitrergic synapse>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산화질소(Nitric Oxede)가 신경전달물질처럼 작용하는 것을 최초로 밝힌 연구이다.

2006년에는 이수열(전자정보대학 생체의공학과) 교수팀과 함께 연구에 참여해 <Observation of the fast response of a magnetic resonance signal to neuronal activity: a snail ganglia study>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MRI(Magnetic Resonance Imaging)는 자기장으로 인체 내부를 영상화해 관찰할 수 있는 장비인데, MRI로 전기신호를 직접 감지할 수 있다는 걸 최초로 보여줬다. 2009년, 공진단 처방이 기억력과 학습 증진에 효과가 있다는 걸 증명하는 연구를 통해서는 한의학계에서 드물게 SCI(E)급 저널에 논문을 게재, 한의학 연구의 과학화에 기여했다.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 2016년, 한국연구재단에서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동아일보에서 발표한 ‘2009~2014년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분야별 상위 50인’ 가운데 약학 분야에서 13위에 올랐다. 톰슨로이터 데이터베이스의 피인용 상위 10% 논문을 분석한 것인데 논문 수 기준으로는 44위, 논문 피인용 수 기준으로는 15위라고 하더라. 그만큼 의미 있는 연구에 다수 참여했다는 뜻이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해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한빛사)’에 등재되기도 했다. 감사할 따름이다.

다수의 가치 있는 연구에 참여해온 박지호 교수는 지난 2016년, ‘기초학문 한국인 연구자 분야별 상위 50인’ 가운데 약학 분야에서 13위에 올랐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등재됐다.

제자에게 ‘창의력’ 강조··· 신경회로망 작동 원리 계속 탐구할 계획
Q. 2000년에 경희대로 부임해 와 곧 20년을 맞이하신다. 소감은?
오랜 기간 경희대에 몸담으며 우수한 교수·학생을 만나고,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 감사드린다. 현재는 대학원생을 가르치고 있는데, 틈틈이 학부생과도 만나 소통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교수는 부모의 마음으로 학생이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학생들에게 ‘창의력’을 강조한다.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각 안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런 것들이 대학을 더욱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넓고 깊게 생각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바쁘지만 수업시간 이외에도 학생과 만나 내가 가진 지식을 전수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교수이자 연구자로서 정신없이 달려왔다. 연구중심대학원인 동서의학대학원 교수로서 많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풍토에 아쉬움이 많다. 의미 있는 연구에는 절대적인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한데, 급한 일정과 사소한 업적에 쫓겨 학문적 보람을 잃고 괴로워하는 동료 교수를 많이 봤다. 학교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교수들이 더 깊이 있는 연구를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지원해주는 풍토를 조성해주셨으면 한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신경회로망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다. 앞으로 아무도 연구해보지 않은 해당 분야를 계속 탐구해볼 계획이다. 또 하나는 제자와 평생 소통할 수 있는 교수가 되는 것이다. 졸업한 이후라도 말이다. 가르침이나 상담이 필요하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교수로 남고 싶다.

 
<박지호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동서의학과 대체보완의학전공 교수. 서강대학교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영국 리즈대학교(Leeds University)에서 생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에서 생리학, 전기신경생리학, 고령친화산업소재개발, 바이오산업 관련 교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을 예방·치료하는 천연물 신약 개발을 공동주관하고, 경기도 지역협력센터 사업에 참여하며 커피의 카페인으로 인한 수면장애를 완화시키는 조성물을 개발하기도 했다. 주요 연구논문으로는 <The multi-herbal medicine Gongjin-dan enhances memory and learning tasks via NGF regulation>, <Ultrasonic Neuromodulation via Astrocytic TRPA1> 등이 있다.

글 한승훈 aidenhan213@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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