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에서 맞이한 발레 인생 제2막
2019-10-25 교육
신임교원 인터뷰(1) 김지영 무용학부 교수
2019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선정, 대한민국 문화예술상 수상
“무용학부 발레 파트에 활력 불어넣고 싶다”
대학의 근본 사명은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고, 탁월한 연구를 통해 진리를 탐구하며 학문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경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문화세계의 창조’를 위해 학술적 성과를 토대로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실천적 노력을 해왔다. 이를 위해 우수교원을 지속적으로 초빙, 대학의 핵심가치인 교육·연구 역량을 강화해왔다. 최근 3년간 새롭게 경희 가족이 된 신임교원 중 이력이 특별한 교수를 만나 연구(작품) 활동, 향후 계획을 들었다.<편집자 주>
“아름다운 발레리나 김지영, 당신의 춤을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난 6월 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의 퇴단작 <지젤> 공연이 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발레리나 김지영을 아끼는 수많은 팬이 야광봉을 들고 환호하며 그녀의 빛나는 삶을 응원했다. 1997년 19세 때 최연소로 입단해 2002년 네덜란드 무대로 진출했다가 2009년 복귀, 2019년 8월까지 15년 동안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한 김지영은 9월부터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강단에 섰다. 네덜란드와 대한민국의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 전 세계를 무대를 누비며 경험한 바를 학생들과 나눌 예정이다.
한국발레의 경쟁력과 우수성 알린 ‘간판스타’
Q. 무대가 아닌 강단에 서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목이 아프다. (웃음) 처음 경희대 교수직을 제안받았을 때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난 겁도 많고 변화도 싫어한다. 혼자 생각해보고, 주위 어른께도 여쭤보며 많이 고민했고, 마음의 변화가 와서 결정했다. 그렇게 이번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했는데 많이 떨린다. 학기 초반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학생들과 서로 맞춰가며 적응해 나가고 있다. 시행착오를 더 거쳐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감사하다. 나이가 들수록 겸손한 마음이 생기는 것 같다. 두루 감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요즘 강의, 공연 준비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국립발레단 소속일 때는 발레단에서 일정 관리를 해줬는데, 지금은 스스로 다 알아서 해야 한다. 그래서 더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Q. 국내외 무대를 누비며 화려한 경력을 쌓아왔다.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얼마 전 퇴단 무대가 기억에 남는다. 가장 아름다운 무대였다. 그 무대만큼은 관객도 작정하고 와서 열기가 뜨거웠다. 공연에는 연기자가 있고, 청중이 있지 않나. 그 공연만큼은 모든 사람이 연기자였다. 관객, 무대 스텝들 모두 플레이어였다. 매우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Q. 그간 발레리나로서 힘든 점도 많았을 텐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계속 발레를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궁금하다.
발레를 사랑해서 계속할 수 있었다. 발레는 나에게 엄마 같은 존재이다. 엄마는 애인이나 친구와 달리 내가 만든 관계가 아니다. 엄마는 어느 날 우리 엄마이지 않나. 발레도 그렇다. 사랑할 수밖에 없고, 사랑의 이유도 없다. 그런 관계다.
“오늘 하루를 꽉 채워서 살라”
Q. 향후 계획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경희대학교 무용학부의 발레 파트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다. 주위에서 기대가 많은 게 부담스럽기도 하다. 혼자 잘하고 싶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는 문제지만, 학생들과 함께 잘해나가고 싶다. 발레리나로서는 최대한 정성스럽게 무대를 준비하고 싶다. 그 어느 때보다 나에게 소중한 무대가 될 테니까. 물론 그전에도 무대가 소중했지만, 그걸 인지하지 못했다. 옛날에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무대에 오르기도 했던 듯싶다. 그러나 지금은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즐기면서 정성스럽게 준비해 무대에 오를 것이다.
학생들 대부분이 발레를 좋아해서 시작하는데 무용수로서 발레를 배우는 과정이 힘들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하기 싫을 때도 있고, 포기하기도 하고, 다른 것을 할 게 없어 계속 끌고 가기도 한다. 나도 그 과정을 겪었다. 나는 감사하게도 그 과정을 잘 넘어 지금까지 왔다. 학생들은 지금 그 과정을 겪으며 힘들어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가 무용수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무용수로서 겪어내야 할 과정을 거치면 사회의 어느 분야에 진출해도 요구하는 일을 할 만한 힘이 생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관심 있는 분야를 찾는 게 중요하다. 길은 여러 갈래로 열려 있다. 누군가를 가르칠 수도 있고, 안무가의 길을 생각할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다. 자기가 원하기만 한다면. 현재 과정이 힘들다고 대충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이겨내야 한다. 결국 좋은 공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만큼은 꽉 채워서 잘 살았으면 좋겠다.
경희대학교 무용학부 교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1996)하고, 1997년 국립발레단 최연소 단원으로 입단, 2001년까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했다.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그랑 쉬제(Grand Sujet)로 입단해 주역으로 활동하다 2009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재입단, 동양인 최초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게스트 프린시펄 댄서로 한국과 네덜란드를 오가며 <지젤>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돈키호테> <신데렐라> 등 다수의 무대에 올랐다. 파리 국제 무용 콩쿠르 파드되(2인무) 부문 1등(1998), 러시아 카잔 국제 발레 콩쿠르 은상·베스트 예술상(2001),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알렉산드라 라디우스상(2007), 러시아 브누아 드 라 당스 노미네이트(2012) 등 세계적인 상을 받았다. 2011년부터 국립발레단 부설 아카데미 교장직을 수행하며 발레 교육에도 힘써왔다. 2019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연극·무용 부문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받았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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