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전자 피부(e-skin)’ 넘어 ‘슈퍼 피부(super skin)’로

2019-11-11 연구/산학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스스로 상처 치유가 가능하면서 사람 피부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반도체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세계적인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세계적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논문 게재
사람 피부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반도체 센서 개발, 늘어나고 스스로 상처 치유 가능
노인, 로봇에 적용 가능, “모든 소재를 셀프 힐링(self healing) 소재로 개발할 것”

마블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은 위기를 감지하면 털이 곤두서는 등 ‘스파이더 센스’를 이용해 위험한 순간을 피하고 적과 싸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올 날이 머지않았다. 오진영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늘어나고 스스로 상처 치유가 가능하면서 사람 피부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반도체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9일 세계적인 학술지 <Science Advances>(논문명: Stretchable self-healable semiconducting polymer film for active-matrix strain-sensing array)에 실렸다. 오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Q. 지난 연구(2018년 7월 9일 자 ‘전자 피부’ 개발, ‘생활 혁신’ 시작된다 Focus기사 참조)와 어떻게 다른가?
지난 연구는 늘어나고 스스로 상처 치유가 가능한 반도체 소재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이를 응용한 소자를 개발한 것이 이번 연구다. 그리고 이러한 소자를 기반으로 늘어나면서도 사람 피부처럼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센서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액정의 움직임을 조절할 수 있는 센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소자가 물리적 신호를 받으면 전기적 신호로 반응하는 것이다. 전에는 늘어나면 깨지거나, 늘어나도 성능이 변하지 않는 것을 추구해왔다. 지금은 늘어나는 것에 소자가 반응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게 핵심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감각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다. 노인이나 사고로 감각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에 적용할 수 있다. 또 로봇의 피부에도 응용할 수 있다. 로봇의 피부 안에 이번에 개발한 소자를 삽입하면 감각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리는 등 상처가 나도 스스로 붙게 된다. 늘어나면서 스스로 치유가 되는(self healing) 반도체가 압력에 반응하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오진영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늘어나고,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반도체 필름으로 제조된 신축성 전자 피부(electronic skin, e-skin).

만 배 늘어난 감도, 사람 피부보다 예민하다
Q. 연구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늘어나는 고무와 늘어나는 반도체를 합성했다. 최종 반도체 박막 구조는 고무 틀에 나노 크기의 반도체 구슬이 박혀있는 구조와 같다. 구슬이 뭉쳐있을 때 살짝 당기면 다 떨어지지 않나. 그러면 전기가 확 떨어졌다가, 구슬이 붙으면 다시 전기가 통하게 된다. 잘 늘어나는 고무 틀에서 전기적으로 민감한 반도체 구슬이 지닌 역할의 시너지 효과로 반도체 층의 전기적인 신호가 압력이나 당기는 것에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소자는 이러한 메커니즘을 응용했다. 

기존 연구에서는 감도가 두세 배 바뀌는 것도 큰 성과로 여겨져 활용된 것에 비해, 이번 연구에서는 외부 자극의 감도가 기존 실리콘 기반 센서에 비해 만 배가 늘어난다. 사람 피부보다 예민할 정도로 매우 큰 값이다. 그래서 전자 피부(electronic skin)가 아니라 슈퍼 스킨(super skin)이라고 한다. 단순히 감각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돕는 기능을 넘어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의 장비가 될 수도 있다. 스파이더맨이 위험한 상황에서 바람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것과 비슷하다.

표면이 변형된 전자 피부. 압력을 감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무와 반도체를 섞어 후처리 없이 상처 치유 가능
또 다른 기능 중 하나는 셀프 힐링, 즉 스스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다이내믹 본딩(dynamic bonding)이라고 하는 가역적인 화학 결합을 활용했다. 마치 똑딱단추처럼 힘이 가해졌을 때 끊어졌다가 스스로 딱 붙는 원리와 같다. 다이내믹 본딩의 여러 종류 중에서 기존 수소결합 보다 체계적이고 수분에 안정성을 갖는 금속 배위결합 기반(metal coordination bond) 다이내믹 결합을 적용했다. 다양하게 힘을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기존 소재는 딱딱해서 셀프 힐링을 위해 열 또는 용매 증기를 이용한 후처리를 해줘야 한다.

이번에 개발한 것은 스스로 상처 부위를 채울 수 있는 고무를 섞었기 때문에 후처리 없이 스스로 상처 치유가 가능하다. 셀프 힐링 후 반도체 성능은 초기 성능과 동일한 수준으로 회복됐음을 볼 수 있다. 반도체, 그리고 그 반도체를 싸고 있는 전극, 기판, 소형 전극 등 6~7층의 박막이 나노 두께 혹은 마이크로 두께로, 사람이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얇다. 또한 보호막이 있어 물을 끼얹어도 잘 작동한다. 사람이 사용하다 보면 땀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땀과 같은 수분이나 불순물에 대한 보호막 역할을 한다. 지금은 이렇게 소자 단위이지만 향후 밴드와 같은 역할을 해서 생체 바이오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현재는 작은 크기지만 나중에 원단 롤처럼 크게 만들어서 옷 만들 듯, 이불 만들 듯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스로 치유가 가능한 반도체 필름. 왼쪽 이미지와 오른쪽 이미지를 비교해 봤을 때 거의 완벽하게 상처가 치유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소재 기능 높이는 연구 계속할 것”
Q. 연구하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리뷰를 통해 연구내용을 발표하는 데 1년이 걸렸다. 논문은 완성돼 있었는데 검토 위원이 질문한 것을 두고 추가 실험했다. 미국에서 가져온 신소재로 만들어진 재료가 떨어져 가고 있어서 걱정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잘 마무리됐다. 연구 공간 문제도 만만치 않아 가천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Q. 향후 계획은?
내년 초에 본격적으로 실험실을 꾸리게 됐다. 연구를 지속해 나가고, 지도 학생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궁극적으로 모든 소재 자체가 셀프 힐링이 돼야 하는데, 현재는 핵심 소재인 반도체만 늘어나고 셀프 힐링하는 소재로 제작됐다. 점차 기능을 높이고, 모든 소재를 셀프 힐링 소재로 바꾸는 게 앞으로 할 일이다.

 
<오진영 교수 프로필>

공과대학 화학공학과 교수. 연세대학교에서 학사, 석·박사학위를 받고, 스탠포드 대학교(Stanford University)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았다. 늘어나면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는 전자 재료를 연구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 “Intrinsically stretchable and healable semiconducting polymer for organic transistors”(Nature, 539, 411-415, 2016), “Highly stretchable polymer semiconductor films through nanoconfinement effect”(Science, 355, 59-64, 2017), “Deformable organic nanowire field-effect transistors’(Advanced Materials, 30, 1704401, 2018) 등이 있다. (오진영 교수 연구 더 보기)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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