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후마니타스칼리지 ‘반려동물과 동물권’ 강좌 신규 개설
2019-08-29 교육
반려동물에 대한 학생들의 높은 관심 반영해 배움학점제 강좌 개설
반려동물 비롯해 생태계의 다양한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고민
“생태계가 온전해야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다”
반려인 1,000만 시대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는 약 23.7%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반영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9학년도 2학기에 ‘반려동물과 동물권’ 강좌를 신규 개설했다.
‘반려동물과 동물권’은 반려동물을 키울 때 필요한 정보와 문제 행동 예방 및 완화 방법을 습득할 수 있는 강좌다. 또한 우리 주변의 다양한 동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등 지구적 위기 속에서 다른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 배움학점제를 통해 개설된 강좌로, 박종무(평화와생명동물병원 원장) 교수가 맡았다.
경희는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학습권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학생회가 2009년 도입한 배움학점제가 그 중 하나다.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교양강좌를 신청받아 대학에 요청, 요건이 충족될 경우 강좌를 개설한다. 2012년부터 후마니타스칼리지 대학생위원회가 그 역할을 넘겨받아 교양교육을 다양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도시농부학교’, ‘즐거운 연애 행복한 결혼’ 등의 과목이 배움학점제로 개설됐다. 배움학점제는 학점을 매기지 않고 통과 여부(Pass/Fail)만을 평가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운영한다. 이번 학기 ‘반려동물과 동물권’을 맡은 박종무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배치플라워를 이용한 문제 행동 교정 실습, “학생 스스로에게도 적용 가능”
Q. ‘반려동물과 동물권’ 강좌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반려동물을 건강하게 키우고, 그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미리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 하지만 교육 시스템의 미비로 인해 정보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고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사육할 때 필요한 정보와 문제 행동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방법을 공유하고 습득할 수 있는 강좌다.
반려동물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있고, 이들은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변의 다양한 동물들의 삶을 살펴보며 근본적으로 동물이라는 생명, 생태계의 다양한 생명체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학생이 스스로도 생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주변의 생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얘기 나누고 싶다.
Q. 배치플라워를 이용해 문제 행동을 교정하는 것도 배우더라.
배치플라워는 허브를 활용한 대체보완요법이다. 식물을 이용해 반려동물의 분리 불안, 공격성, 두려움, 트라우마 등 다양한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동물들이 평화로운 심리 상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대체보완요법은 기본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따라서 학생들도 생명체로서 자신을 돌아보며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커리큘럼에 포함했다. 학생 재량껏 반려동물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학생 본인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생명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는 게 목표
Q. 대학 교양강의로서 ‘반려동물과 동물권’이 가진 의미는?
학생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에 노출돼 살아왔다. 다른 누군가와 협력해 사회를 긍정적으로 만들어볼 기회가 적었다. 낙오자는 낙오자로서 상처 입고, 살아남은 자는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앞으로도 계속 경쟁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런 경쟁 구도를 벗어나 생명으로서 다른 동료를 어떻게 생각하고 관계 맺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주고 싶다.
현재 기후변화 등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30년 후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사람이 생활하기 힘든 상태가 될 것이라 경고한다. 이러한 위기는 인간이 인간을 중심으로 다른 생명을 다루면서 문제가 심화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해서 살아남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생태적인 시각으로 생명을 바라봐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할 수 있다. 따라서 반려동물, 동물권뿐만 아니라 생명에 대한 인식을 조금 더 넓게 확장하는 게 목표다. 이러한 측면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육목표와 맞닿아 있지 않나 생각한다.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축산,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생태적 삶 실천해야
Q. 동물을 비롯한 다른 생명체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건강할 수 있는 관계를 맺는 것이다. 근 30년간 포유류의 약 60~70%가 멸종됐다. 이는 절대로 건강한 상태가 아니다. 지구 생태계는 다른 생명체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생태계의 건강은 결국 종 다양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사회를 이루고 있고, 그 많은 사람 덕분에 우리가 살고 있다. 다양한 사람을 존중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상처를 주고 모욕감을 준다. 이런 건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반려동물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온전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동물원의 동물들은 굉장히 좁은 공간에서 고통받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계속 문제를 제기하며 가급적이면 콘크리트 바닥을 없애고 동물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한다든지, 동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축 같은 경우 전염병으로 인해 시시때때로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고, 이에 따른 문제가 심각하다. 축산은 생태계 문제와도 긴밀히 연계돼 있고, 축산물을 소비하는 우리와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가 인식을 못 하기 때문에 가축을 막 대하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관계라는 것은 그들을 앎으로써 서로 건강할 수 있도록 적절한 관계를 맺는 것이다. 앎으로 인해 인식은 변화할 수 있다.
기후변화, 특히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축산이다. 다국적, 초국적 기업이 벌이고 있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축산업이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축산을 목적으로 아마존 열대림이 파괴되고 있다. 세계적 규모의 축산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우리의 소비 문제이다. 지구 온난화를 만드는 축산, 열대림 파괴는 개인이 무의식적으로 과도하게 육식을 한 결과다. 그렇다면 개인이 조금씩 과도한 소비를 줄이고, 생태적 삶을 실천할 때 지구 온난화와 같은 문제도 조금씩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Q. 이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강의를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다른 동물, 식물, 더 나아가 생태계 모든 생명체, 그리고 생명으로서 자신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후변화로 지구는 위기에 처해있다. 인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생태계가 온전해야 인간도 살아남을 수 있다. 따라서 적자생존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나와 나의 동료인 생명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평화와생명동물병원 원장. 건국대학교 수의학과 졸업 후 가톨릭대학교에서 생명윤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KARA에서 의료봉사대장과 이사를 역임했다. 저서로 <모든 생명은 서로 돕는다> (리수, 2014), <살아있는 것들의 눈빛은 아름답다> (리수, 2016) 등이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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