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적정문화’로 케냐에 한국을 알리다
2019-09-09 교육
박수빈·윤정희 학생, 2019 KF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 참가
케냐인 4,800명에게 세계시민교육, 한국 역사 및 문화 알리기 진행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 국제화 프로그램이 큰 도움”
케냐에서 뜨거운 여름을 보낸 이들이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19 KF국민공공외교 프로젝트’에 참가한 박수빈(문화관광콘텐츠학과 16학번), 윤정희(정치외교학과 16학번) 학생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된 ‘지구공으로 공공외교’팀은 KF로부터 2천만 원을 지원받아 ‘템베아 두니아니(Tembea Duniani : 스와힐리어로 ‘세계를 걷다’라는 뜻)’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7월 6일부터 25일까지 3주에 걸쳐 케냐 나이로비, 카지아도 소재 10개 학교와 몸바사의 해변을 방문해 약 4,800명의 케냐인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과 케냐가 지구공동체임을 알리는 세계시민교육을 진행했다. 이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케냐, 한국과 비슷한 역사··· “우리는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세계시민”
Q. KF국민공공외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윤정희(이하 윤): 일반적으로 외교가 국가 대 국가의 차원에서 관료가 행하는 것이라면, 공공외교는 민간인 사이의 교류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제고하는 활동을 말한다. 기본법이 발효된 게 2016년 이후일 정도로 공공외교는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분야지만, 정부 추진 사업 이고 전공과도 관련 있어 평소에 관심이 있었다. 아프리카와 세계시민교육도 관심 있었는데, 세계시민교육을 토대로 아프리카에 도전하는 팀을 만나 참여하게 됐다.
박수빈(이하 박):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지역으로서 아프리카에 관심이 있었다. 유럽이나 아시아로 관광을 많이 가는데, 그에 비해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알려진 바가 적다. 현장에 비교적 쉽게 접근하는 방법이 공공외교라고 생각했다. 공공외교를 통해 민간차원의 교류가 늘면 궁극적으로 관광이 증진되리라 생각해 참여했다.
Q. 지구공으로 공공외교팀의 활동 목표는 무엇이었나? 활동의 내용도 알고 싶다.
윤: 가장 큰 목표는 한국을 케냐의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일이었다. 케냐와 한국의 접점이 많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역사가 비슷했다. 케냐의 경우 영국의 식민지였고, 우리의 3·1운동과 비슷한 마오마오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도 있다. 그래서 아프리카 지역 중에서도 케냐를 선택했다. 케냐는 축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래서 지구의 모양과 닮은 공을 교보재로 활용했다.
세계시민교육 프로그램은 우리나라 나이로 13~14세 아이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한국과 케냐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지구 안에서 살아가는 세계시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한국을 알리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축구공과 교재를 활용해 지구가 오대양 육대주로 이뤄져 있다는 것, 케냐는 아프리카 대륙에 속해 있고, 한국은 아시아 대륙에 속해 있다는 것, 우리는 한국에 살고, 아이들은 케냐에 살고 있다는 내용 등 지역 이해를 돕는 활동을 했다.
내용이 단순해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케냐는 우리나라보다 교육 수준이 낮아 아이들은 자기가 사는 마을 정도의 지리적 개념만 있고, 케냐가 어느 대륙에 속해 있는지, 지구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잘 모른다. 개념을 먼저 이해시키고 한국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또 문화체험으로 제기차기, 투호 던지기, 공기놀이처럼 간단한 물품을 갖고 놀 수 있는 한국의 전통놀이를 소개했다.
박: 정리하자면 세계시민교육이 한 파트이고, 공공외교가 한 파트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개념이 적정문화이다. 적정문화는 우리 팀이 만든 단어 중 하나인데, 문화를 지속가능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케냐의 아이들에게 태블릿 PC나 전자기기를 준다면, 그것을 얼마나 지속할 수 있겠나. 현지 환경에 맞지 않아 박탈감만 낳게 할 수도 있다. 한국의 전통놀이는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현지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도구들로 할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었다.
태극기, 무궁화, 독도 등 한국 대표 이미지 넣은 축구공 제작
Q. 어떻게 준비했나?
윤: 한국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후원받았다. 교보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해외문화홍보원, 한국청소년진흥협회 등 여러 기관의 후원을 받았고, 축구공은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공에는 태극기, 무궁화, 독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넣었다. 공을 가지고 놀면서 한국을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필통에는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내용도 담았다.
박: 특히나 독도는 민감한 이슈인 만큼 널리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세계시민교육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위상도 매우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공외교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독도는 한국 땅이라는 내용을 강조하고 싶었다.
Q. 케냐에서의 활동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윤: 케냐에 대해 알려진 게 없어 쉽지 않았다. 한 달 정도 체류해야 하는데, 인터넷에서도 기본적인 여행 정보조차 찾는 게 어려웠다. 걱정하면서 가보니 생활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우리가 너무 확연하게 외국인이었다. 사정이 있어 팀원 한명이 현지에 가지 못했는데, 동양인 여섯 명이 거리를 돌아다니니까 계속 쳐다보고, 말을 걸었다. 그리고 전부 중국인이냐고 물어봤다. 한국이 아직은 세계적인 위상이 낮다고 느꼈다.
박: 대외적으로 케냐가 지금 여행 자제지역으로 지정돼있다. 근처에 소말리아같이 위험한 나라도 많다. 황열병 예방접종도 필수적으로 맞아야 했다. 그리고 케냐에서는 절대로 비닐봉지를 쓰면 안 된다. 동물이 먹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닐을 제거하고 짐을 보내는 게 쉽지 않았고, 생각만큼 많은 짐을 갖고 가지 못했다. 무게가 많이 나가서 박스 세 개는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이 아쉬웠다.
Q. 어려움 속에서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면?
윤: 케냐는 스와힐리어와 영어를 공용으로 쓰는 나라이다. 간단한 영어로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수줍어서 말도 못 했지만, 이름표를 만들 때 영어 이름 옆에 한국어로 이름을 써줬더니 좋아하면서 다들 써달라고 다가오고 그랬다. 한국을 소개해주고, 단군신화에 관해 알려주면서 사실 우리는 모두 곰이었다고 하니까 재밌어하고, 그러면서 마음을 열어주었다. 그런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공공외교의 중요성, 눈높이에 맞춘 세계시민교육의 효과 깨달아
Q. 케냐에서 공공외교와 세계시민교육 활동을 하고 온 소감은?
윤: 지역연구의 중요성을 느꼈다. 한국에서는 케냐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없었고, 역사를 기술해놓은 자료를 찾기도 어려웠다. 아프리카에는 식민지를 경험한 곳이 많고, 우리가 세계사를 배울 때도 강대국 위주의 역사를 배우기 때문에 왜곡된 시선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게 되지 않나. 제대로 역사를 바라보려면 지역연구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외교도 중요하지만, 공공외교 분야가 활성화해야 한다. 민간 사이에 교류가 이뤄져 그 나라를 아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공공외교를 세계시민이라는 주제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가장 큰 성과는 한국을 알린 것이다. 케냐에서 인식하는 동양은 거의 중국이지만, 우리가 직접 만났던 친구들만큼은 동양에 한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 활동 전에는 우리가 가르쳐주는 처지라고 생각했지만, 활동을 마치고 생각해보니 서로 배우는 과정이었다. 한국을 알리려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케냐를 조사해야 했고, 기본적인 스와힐리어도 익혀야 했다. 그 과정에서 케냐를 알 수 있었다. 진정한 세계시민교육을 위해서는 우리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청자의 입장을 고려해 그에 맞는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교보재를 활용해 눈높이를 맞춘 것이 효과가 높았다.
피스보트 지구대학 프로그램 참가 이후 세계문제 관심 증폭
박: ‘2017년 피스보트 지구대학 프로그램’ 참가가 큰 계기가 됐다.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같이 생각할 수 있는 장을 열어줬다. 국제적인 이슈와 관련된 현장에 직접 가보며 관심이 증폭됐다. 피스보트를 통해 일본, 중국, 싱가포르, 미얀마를 갔는데, 마지막에 갔던 미얀마가 상황이 가장 심각했다. 피스보트에 다녀온 후 Peace BAR Festival에서 미얀마 난민 여성의 자립을 도우려고 미얀마에서 사 온 밀크티를 판매하고, 수익금을 모은 이후 펀딩도 했다.
윤: 펀딩은 미얀마 국경 지역의 난민 여성이 직접 만든 인형으로 진행했다. 피스보트에서 난민 문제를 접했는데, 미얀마의 경우 정치적인 상황으로 난민이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고,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을 고민했다. 난민 여성이 직접 만든 인형을 공수해 한국에서 팔고 수익금이 난민 여성에게 돌아가는 경로를 찾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게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에는 전환21을 통해 ‘피스 미얀마’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미얀마 난민을 위한 펀딩을 했다. 난민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펀딩을 통해 얻은 수익금을 태국에 직접 방문해 전달했다.
학생의 관심사를 촉발할 수 있는 수업 도움 돼
Q. 경희교육에 영향을 받은 게 있다면?
박: 글쓰기, 시민교육, 독립연구와 같이 학생 본인의 관심사를 촉발하는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됐다. 교수님께서 특정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내가 관심 있는 주제는 뭐든 할 수 있었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방법을 배운 게 도움이 많이 됐다. 또 경희대는 국제화 교육이 매우 잘 돼 있다. 지금까지 참여한 프로그램만 해도 9개더라. 교환학생도 다녀왔고, Global Collaborative에도 참가했다. 매우 만족한다. 기회를 많이 준 것에 감사한다.
윤: 수빈이의 의견에 공감한다. 원하는 주제를 정해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며,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방법을 배웠고, 그것을 활용할 기회도 얻었다. 국제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으로 전공연수도 다녀왔다. 또한 경희대는 세계시민교육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많다. 올해부터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세계시민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들었다. 자칫 가볍게 여기는 수업이 될 수도 있는데, 교양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하나 연결해 나가다 보니 피스보트, Peace BAR Festival에 참가하고, 전환21 주제도 선정하게 됐다. 이번 공공외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세계시민교육을 수단으로 활용한 것도 경희의 도움이 컸다.
Q. 향후 계획은?
박: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지속가능한 관광,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게 목표다. 지속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11번 항목인 살기 좋은 공동체와 도시를 만드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다. 현재는 관광 관련 국제기구 인턴에 도전할 계획이고, 최종적으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같은 관광 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오버투어리즘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궁극적으로 꿈꾸는 것은 여권 없는 사회다. 너무 이상적이라거나 터무니없이 들릴 수 있겠지만 민간인 사이의 교류가 더 활발해진다면 가능해지리라 생각한다.
윤: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자 국제교류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는 게 1차 목표다. 그리고 훗날 장학 사업을 하고싶다. 내가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 덕분이었고, 여러 활동을 하며 삶의 근본적인 차이를 만드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자기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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