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다”
2019-09-18 교류/실천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들, ‘기후 행동’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들이 17일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다’라는 제목의 이 성명서에는 18일 오전 현재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강의하는 교수자 131명이 동참하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국내 대학의 입장 발표는 이번이 처음이다.
성명서 발표는 9월 17일(화) 오전 11시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후마니타스 세계평화주간’ 선포식과 함께 진행됐다. 후마니타스 세계평화주간은 경희대가 1982년 이래 매년 9월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개최하는 Peacce BAR Festival(PBF 2019, 9월 16~19일)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이번 성명서는 기후 위기가 더는 증명이나 예측의 대상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히고 있다. 교수자들은 한국이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라며 지구 온난화의 주범에 속한다고 지적하며 정부의 안일한 대처방식을 비판했다. 호주, 영국, 프랑스 등 국가 차원은 물론 유럽과 북미의 지방정부들이 잇달아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성명서는 미래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성찰과 책무를 강조했다. 기성세대의 무책임한 삶의 방식, 즉 성장과 팽창 패러다임이 미래세대의 미래를 약탈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미래세대의 기후행동과 연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서 교수자들은 “급격하게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고등교육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했다면서 “성장에서 지속으로, 경쟁에서 상생으로, 소유에서 나눔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 일대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들은 2019년이 문명사적 ‘전환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각계에 호소했다.
- 정부는 하루빨리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산업 분야는 생산, 유통,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한한 지구 자원을 더 이상 남용하지 말고 폐기물을 최소화해야 한다.
- 교육계는 기후 위기를 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청년학생은 기후 위기가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임을 인지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기성세대의 불합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을 촉구한다.
- 시민사회는 대화와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문명’에 대한 모델을 창출하고 이것이 현실정치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이영준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은 “기후위기는 이제 인류 전체가 마주친 대재앙의 전조”라며 “시간이 많지 않다. 이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의 뜻을 모아 기후 위기의 심각성과 절박성을 알리고 조속한 대응을 촉구하고자 했다”며 성명서를 발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학장은 “앞으로 후마니타스칼리지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기후 문제에 대해 폭넓게 공부하고 나아가 실제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학장은 “후마니타스칼리지는 국내 최초로 세계시민교육 교과와 독립연구 프로그램을 개설한만큼 학생들이 지구적 차원에서 사유하고 실천하는 역량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기후 문제, 불평등, 인권, 평화 관련 교과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성명서는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평화주간 및 PBF 2019의 일환으로 마련되었거니와, PBF 2019는 “기후재앙과 진실의 정치 - 미래세대에 미래는 있는가”를 대주제로 9월 16일(월)부터 19일(목)까지 경희대 서울캠퍼스에서 개최된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피터 와담스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이안 던롭 로마클럽 회원 등 세계적인 석학을 비롯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이리나 보코바 경희대 미원석좌교수 겸 후마니타스칼리지 명예대학장 등 국내외 관련 인사와 학자, 실천가, 미래세대가 한자리에 모여 기후재앙을 극복해나갈 실천 지성을 모색한다.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다
-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 성명서
공멸인가, 공생인가. 절박한 상황이다. 인류 전체가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그러나 수시로 호각(號角)을 불어도, 소리쳐 외치고 깃발을 흔들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이 ‘기후 위기’의 실체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노아의 방주’는 노아 가족의 생존 못지않게 대홍수를 앞두고도 방주를 마련하지 않은 많은 사람의 어리석음을 폭로한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증명이나 예측의 대상이 아니다. 징후는 벌써부터 나타났다. 극지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으며 열대우림 또한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하늘과 땅, 산과 바다 어느 한 곳 성한 데가 없다. 무엇보다 인간 내면의 황폐화와 공동체의 붕괴가 심각한 수준이다. 성장과 팽창을 추구해온 우리의 근대문명이 역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의 근거인 산업 시스템 자체가 지구 생태계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공격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힌다.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OECD 국가 중 1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7위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기후 문제를 정책 우선순위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선진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호주는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국가 차원의 군사적 안보를 넘어 지구적 차원의 인간 안보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기후 행동’에 관한 한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젊은이들이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해 정치권을 향해 ‘더이상 우리의 미래를 빼앗지 말라’며 등교 거부에 들어간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전 세계 기후 행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오는 9월 하순 전 세계 젊은이들이 연대하는 기후 캠페인이 전 세계 기성세대, 즉 ‘미래세대의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정치인, 기업인, 종교인, 교육자 등에게 적지 않는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올해가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인류가 국적, 인종, 종교, 언어의 경계를 넘어 서로 손을 잡는 ‘전환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
1949년 개교 이래 줄곧 ‘인류 평화’를 추구해온 경희대학교는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출범하면서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위한 교육과 실천에 매진해왔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는 급격하게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고등교육의 공적 가치를 구현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우리는 기후 재앙에 대응하는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성장에서 지속으로, 경쟁에서 상생으로, 소유에서 나눔으로, 개인에서 공동체로-가치관에서 절차와 방법에 이르기까지 일대 전환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굳이 재론할 필요조차 없지만 기후 위기는 개인이나 지역사회, 단위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 인류 탄생 이래 처음으로 인류가 모든 차이와 경계를 넘어 인식과 실천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우리 인류가 기후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게 더 이상 미래는 없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과 더불어 6차 대멸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그리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 지구 생태계가 우리 인류를 우선할 리 만무하다. 우리에게는 우리밖에 없다. 우리의 행동이 바로 우리의 유일한 미래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더 필요하다.
후마나티스칼리지 교수자들은 ‘미래세대를 위한 미래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놓치지 않으면서 교육, 연구, 실천의 본질 목적을 다시 가다듬을 것이다. 기후 문제는 결국 인간의 문제다. 우리가 스스로 성찰하고 각성하지 않는 한, 공감하고 연대하면서 전환하지 않는 한 기후 재앙을 극복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결국 다시, 교육의 문제이고 정치의 문제다. 이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들은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 정부는 하루빨리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전방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 산업 분야는 생산, 유통,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한한 지구 자원을 더 이상 남용하지 말고 폐기물을 최소화해야 한다.
- 교육계는 기후 위기를 교육의 핵심으로 삼고 학생은 물론 학부모, 지역사회와 함께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청년학생은 기후 위기가 미래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임을 인지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아울러 기성세대의 불합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선을 촉구한다.
- 시민사회는 대화와 합의를 통해 ‘지속가능한 문명’에 대한 모델을 창출하고 이것이 현실정치에 반영되도록 노력한다.
2019년 9월 17일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자 일동
· 참여 교수자 명단(총 131명)
강정구, 강준호, 강지윤, 고봉준, 고 원, 고인태, 고인환, 공우석, 곽봉재, 권순대, 권영균, 김건영, 김광복,
김남일, 김동건, 김미숙, 김미연, 김민웅, 김민철, 김병진, 김성수, 김성일, 김세희, 김수이, 김수인, 김수임,
김연숙, 김영근, 김영미, 김영진, 김예진, 김원경, 김윤철, 김은하, 김은혜, 김종옥, 김종욱, 김종원, 김종인,
김준영, 김지윤, 김진해, 김혜란, 김활란, 김희찬, 노영숙, 박경아, 박상용, 박새암, 박성준, 박은영, 박은지,
박현귀, 방인석, 배한봉, 백가윤, 서동은, 서현주, 송승현, 신선희, 신충식, 양정애, 양지선, 엄혜진, 오세정,
오태호, 오현숙, 오흥명, 우기동, 유승호, 유재명, 육정임, 윤순옥, 윤원근, 이강준, 이경희, 이기라, 이명원,
이문재, 이병수, 이병주, 이병태, 이상임, 이선주, 이성천, 이수경, 이순웅, 이영재, 이영준, 이윤성, 이은정,
이정선, 이종구, 이준태, 이준호, 이지은, 이현민, 임옥희, 임형진, 장회익, 전경헌, 전영석, 전중환, 전호근,
정광준, 정복철, 정순국, 정우탁, 정재원, 정화영, 조명숙, 조복현, 조은아, 조현준, 지혜경, 진수미, 진은진,
차선일, 차성연, 최면정, 최우석, 최윤희, 최은영, 최재구, 최종환, 최진석, 최현숙, 허유미, 호정은, 홍승태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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