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학습권 강화의 아이콘 ‘독립연구’
2019-08-16 교육
2019학년도 1학기 후마니타스칼리지 활동 소개(2) 독립연구
학생이 스스로 과제 설정, 교수와 함께 수행
연구(학습), 실천, 참여, 창업 등 모든 분야에 열려 있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글로벌 교양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재도약에 나섰다. 인간과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생태 문제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을 실시했다. 국내 대학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개설, 운영하는 것은 경희대가 최초다. 더불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구과제를 설계하고 담당교수의 지도와 평가를 받는 독립연구 교과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및 지역사회의 당면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 환경·생태 위기, 불평등과 양극화, 민주주의 위기 등 지구적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세계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고, ‘독립연구’를 수행하며 자율성과 창의성, 자기관리 능력을 강화한다.
지난 학기 학생들이 수행한 세계시민교육, 독립연구 활동 내용을 전한다. 두 번째로 독립연구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학생들의 자율성, 창의성, 탐구력, 협동심을 북돋워 주는 독립연구는 후마니타스칼리지를 넘어 ‘경희 교육’의 새로운 특성이자 학풍으로 자리 잡았다. 독립연구의 영역은 다양하다. 연구(학습), 실천, 참여, 창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열려있다. 2019학년도 1학기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관광 지형의 변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박물관 전시, 3D 프린팅 웨어(Printing Wear) 소재 가능성, 포뮬러 스튜던트(Formula Student) 차량 냉각 시스템 등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며 더 나은 미래를 창의적으로 모색했다.
그중 음식과 인문학을 결합한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한 황인경(외식경영학과 17학번) 학생과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통해 ‘비밀엽서’ 콘텐츠를 구상하고 실현한 배지윤, 심현정, 이강연, 정다인, 채지수(이상 디지털콘텐츠학과 17학번) 학생을 만났다.
아이들이 만드는 레스토랑, ‘아이와 마을을 이어주는 상상공작소’
‘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황인경 학생은 ‘요리’로 아이와 마을을 잇고자 했다. ‘아이와 마을을 이어주는 상상공작소’라는 주제 아래 구상한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 아이들이 만드는 레스토랑’이 바로 그것이다. 평소 도시재생에 관심이 많았던 황인경 학생은 도시재생과 인문학의 연결지점을 고민하며 먼저 도시재생의 이론과 실제 사례를 조사했다.
도시재생은 삶의 자취를 오래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확인한 황인경 학생은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며, 사람들이 모여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마을공동체가 다시 활성화될 때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이 시작된다”고 자신만의 정의를 내렸다.
회기동 마을 주민이 함께 모일 콘텐츠가 필요했다. 황인경 학생은 주변 초등학교와 연계한 ‘아이와 마을을 이어주는 상상공작소’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이들에게 마을에 대한 애정을 심어준다면 회기동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외식경영이라는 전공을 살려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 아이들이 만드는 레스토랑’을 구상했고, 청량초등학교 학생 10명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와 마을을 잇고, 아이들의 성장도 끌어내
회기동에 있는 카페 ‘녹원’에서 5주간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첫 주에는 유의사항을 전달하고 레스토랑 메뉴를 선택한 뒤 피클과 레몬청을 만들었다. 2주 차에는 아이들이 선택한 토마토 미트볼 파스타, 베이컨 크림 파스타를 함께 만들었다. 아이들이 직접 미트볼을 굽고 파스타를 완성했다. 3주 차에는 고구마 피자와 햄포테이토 피자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직접 피자 도우를 반죽하고, 각종 토핑을 올려 피자를 완성했다. 아이들은 본인이 만든 피자를 먹으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했다.
4주 차에는 리허설을 진행했다. 역할을 분배하고, 메뉴판을 만들며 레스토랑의 성공적인 오픈을 준비했다. 마지막 주에는 학부모를 초대했다. 아이들이 주문을 받고, 레모네이드, 파스타, 피자를 만들어 직접 서빙한 후 함께 먹으며 모든 활동을 종료했다. 하루만 연 레스토랑이지만 만족도는 높았다. 황인경 학생은 “프로젝트 초기 목표는 말 그대로 아이들이 마을과 지역사회에 조금 더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수업은 차질 없이 진행됐고, 아이들이 잘 따라와 준 것만으로도 매우 기뻤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레스토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날, 황인경 학생은 아이들과 부모님들로부터 또 다른 감동을 받았다. 아이들이 스스로, 또 친구들과 함께 요리를 배우고, 레스토랑을 열었던 이 과정들이 살아가는 데 자신감과 원동력이 될 것이란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황인경 학생은 “이 프로젝트가 아이와 마을을 잇는 것과 더불어 아이들의 성장도 함께 일궈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품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인경 학생은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아이와 만날 예정이다.
참여형 콘텐츠로서의 미디어 아트 특성 연구, 전시 계획 수립
특정한 물건이나 공간, 건물 등을 프로젝터를 사용해 새롭게 꾸며내는 프로젝션 맵핑. 빛으로 대상을 색칠하고 변형해 새로운 느낌을 부여하는 미디어 작업의 일종이다. 배지윤, 심현정 이강연, 정다인, 채지수 디지털콘텐츠학과 17학번 동기들은 프로젝션 맵핑 기술을 포함한 뉴미디어 아트의 기술 및 전개 과정을 공부하고 작품을 기획하기 위해 독립연구를 수행했다. 연구는 배지윤, 이강연, 정다인, 채지수 학생이 맡았고, 전시는 정다인 학생이 빠지고 심현정 학생이 합류했다.
이들은 매주 화요일에 모여 ‘프로세싱(Processing)’이라는 미디어 아트 저작 도구를 중심으로 연구했다. 케이시 리아스, 벤 프라이가 저술한 <손에 잡히는 프로세싱>(인사이트, 2017)을 학습 도서로 선정하고, ‘거꾸로 학습’ 형태로 스터디를 했다. 이후 해당 기술이 사용된 뉴미디어 아트 사례를 찾아보고 토론하며 실제 적용과 관련된 부분을 고민하기도 했다.
매주 수요일에는 지도교수와 만나 궁금증을 해결하고, 이론을 학습했다. <미디어 아트 예술의 최전선>(진중권, 휴머니스트, 2009)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아티스트를 탐구하고 사고를 확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참여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로서 미디어 아트의 특성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기획과 전시 계획을 세웠다.
‘비밀엽서’ 모티브로 전시회 ‘The Secret Untold’ 개최
팀원들은 프랭크 워렌의 책 <비밀엽서>(크리에디트, 2008)를 모티브로 콘셉트를 잡았다. 프랭크 워렌은 2004년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엽서를 무작위로 나눠주고 익명으로 비밀을 적어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프랭크 워렌은 도착한 엽서에 적힌 비밀을 모아 책으로 출간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엽서를 통해 비밀과 대면하고, 모르는 이들에게 비밀을 드러내 보이며, 스스로 인정하기 힘들었던 후회와 공포를 인정하고 열정과 희망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비밀이란 숨기고 싶으면서도 드러내고 싶은 모순적인 존재라고 해석했다. 비밀은 마음에 오래 담아둘 만큼 자신을 잘 대변하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밀을 익명으로 밝힐 때 도출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도 있다고 봤다. 사소하고 공감할 수 있는 비밀부터, 사실이라면 경악할 만한 수준의 비밀까지 각기 다양한 무게와 가치관이 모인 비밀엽서는 현실에 존재하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신원을 비밀로 지켜주는 대신 비밀을 오픈하는 것. 사람들은 비밀을 통해 잠시나마 관계를 맺고 소통할 수 있다.
비밀엽서 콘셉트를 바탕으로 팀원들은 유니티(Unity), 뷰포리아(Vuforia), AR 카메라를 활용한 참여형 콘텐츠 및 영상을 제작했다. 팀 TMI(Think More idea)라는 이름으로 익명으로 받은 비밀 사연을 텍스트와 이미지가 공존하는 영상물로 표현,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전시 관람객이 비밀카드 이미지를 모니터 카메라에 비추면, 프로그램 내에서 이미지 타겟팅하고, 사전 및 현장에서 수집한 비밀이 영상물로 전시 화면에 나타난다. 현재 SNS(https://www.instagram.com/The_secret_untold_/, http://naver.me/Fs92B8Ze)를 활용해 비밀을 수집하고 있다.
전시를 위해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것, 수정 구슬 안에서 은밀하게 빛나는 비밀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심해 속 인어공주’를 콘셉트로 로고도 제작했다. 총 24장의 카드를 사랑, 범죄, 부정적 감정, 기관, 후회, 사생활, 신체, 관계라는 큰 틀로 나눠 분류하고, 특성을 살려, 디자인했다. 팀 TMI의 전시 ‘The Secret Untold’는 8월 2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사동 라메르 갤러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
신간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