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청년의 꿈이 익어가는 맥줏집 ‘빅문’

2019-08-23 교육

정해성(조리서비스경영학과 16학번) 학생이 수제 맥줏집 ‘빅문’을 창업했다. 자취방 보증금을 빼서 맥줏집을 열겠다는 그의 계획에 경희꿈도전장학이 힘을 보탰다. 빅문은 직접 맛보고 선별한 수제 맥주와 맥주 관련 콘텐츠를 제공한다.

경희에서 ‘꿈’을 펼치다(10): 정해성 학생, 수제 맥줏집 ‘빅문’ 창업
경희꿈도전장학으로 안정적 운영, 수익금 전액 기부할 계획
“맥주의 매력은 다양성, 맥주 관련 콘텐츠로 꿈도 키운다”

경희대학교가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에 미래디자인 역량을 결합하고 전공교육을 사회진출 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더 큰 미래를 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립연구’, ‘독립심화학습’, ‘전환21’, ‘꿈도전장학’ 등 학생이 과제를 설정하고 지도교수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교학상장’ 프로그램을 개설,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경희교육을 통해 남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학생과 동문을 찾아간다.<편집자 주>

회기로 26길 6에 위치한 수제 맥줏집 ‘빅문(BIG MOON)’. 콘크리트밖에 없던 공간이 청년들의 젊음으로 채워졌다. 직접 맛보고 선별한 수제 맥주와 맥주 관련 콘텐츠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고, 빅문은 어느새 회기동의 ‘핫한’ 맥줏집으로 떠올랐다. ‘자취방 보증금으로 맥줏집을 차릴 수 있을까?’라는 물음으로 시작된 빅문은 ‘가능하다’라는 대답을 뛰어넘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계획까지 밝혔다. 빅문의 문을 연 정해성(조리서비스경영학과 16학번) 학생을 만났다.

꿈을 담은 공간, 꿈을 꾸는 공간 ‘빅문’
Q. 수제 맥줏집 이름이 ‘빅문’이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중핵교과 ‘빅뱅에서 문명까지’가 생각난다.
그 ‘빅문’이 맞다. ‘인가탐(인간의 가치 탐색)’이나 ‘우사세(우리가 사는 세계)’보다 어울리지 않나? 경희대 앞에서 문을 연 가게이고, 창업의 모든 과정에 경희대 친구들의 도움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경희대스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빅문(BIG MOON)’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큰 달로 해석할 수도 있어 많은 사람이 와서 꿈을 꾸고 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빅문은 수제 맥주를 판매하는 공간이자 여러 사람의 꿈을 담은 공간이다. 나는 앞으로 맥주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꿈을 담았다. 빅문을 운영하며 전문가적인 식견을 기르고자 한다. 함께하는 지종환(한약학과 13학번) 학생은 기획자가 꿈이다. 여러 차례 창업을 했고, 전국의 장학 정보를 대학생에게 제공하고 장학금도 주는 ‘드림스폰’을 잘 키워냈다. 그간 창업하면서 생긴 형만의 노하우와 데이터가 큰 도움이 됐다.

빅문을 열기까지 건축사가 되고 싶은 친구는 인테리어를 해주고, 도예가가 꿈인 친구는 집기를 골라주고,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가 매장 음악을 선별해주었다. 그들의 꿈도 빅문에 담겨있다. 앞으로 더 많은 청년이 빅문에서 자신만의 꿈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빅문은 인테리어부터 집기까지 경희대 학생들의 손을 거쳤다. 정해성 학생은 “빅문에는 자기 시간을 내어주며 도와줬던 수많은 청년의 꿈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Q.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자취방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1년 남은 대학 생활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빅문을 열게 됐다. 그렇게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었는데, 결단을 내리고 가장 저렴한 가게를 찾았다. 당장 돈이 얼마 없었기에 상권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저렴하고, 맥줏집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부터 찾았다. 8개월간 비어있던, 창고로 쓰였던 공간을 얻었다. 수도, 전기, 가스 설비도 돼 있지 않았다. 한 달로 잡은 공사 기간이 두 달까지 늘어났다. 인테리어도 학생들이 한 것이다. 테이블도 직접 만들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간다.

Q. 국내에서 41명만이 보유한 국제공인 맥주 전문가 자격증을 최연소로 땄다고 들었다.
빅문을 준비하며 국제공인 맥주 전문가 자격증(Certified Cicerone)을 땄다. 전 세계 4000여 명, 한국에서는 41명만이 보유한 자격증이다. 맥주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맥주 기계를 다루고, 관리하며, 맛있게 서빙하고,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맥주에 대한 열정이 없었으면 이런 자격증을 따지 못했을 것이다.

맥주 마시며 그림 그리고, 요가하고, 공연하고···다양한 콘텐츠 기획
Q. 맥주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도 정말 맛있는 수제 맥주를 만드는 양조장이 많다. 직접 다 마셔보고 선별한다. 몇 개의 양조장에 직접 연락해 맥주를 들여왔다. 빅문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만드는 맥주 콘텐츠도 제공한다.

맥줏집의 일반적인 풍경을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은 맥주만 따라주고, 손님은 마시고 돈을 내고 가는 것 말고, 맥주로 다양한 콘텐츠를 연결하고 싶었다. 드로잉클래스를 열어 손님들이 맥주를 마시며 그림을 그리거나 맥주를 마시며 요가도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빅문에서 공연을 열기도 하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빅문에서 작게나마 꿈을 실현하고 있다.

Q. 경희꿈도전장학에도 선발됐다고 들었다.
경희꿈도전장학을 통해 꿈을 실현하는 친구들을 봐왔다. 빅문을 열며 도전하게 됐는데 꿈도전장학을 신청하기 위해 서류를 작성하며 두루뭉술하기만 했던 꿈이 정리됐다.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빅문이라는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1년간 비즈니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정리가 됐다. 이런 부분을 심사위원들이 알아주셔서 4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빅문을 열 당시 현금이 없었다. 비상금을 마련해두었는데 그것마저 다 써버린 상태였다. 장학금을 받아 겨우 현금보유량을 맞출 수 있었다.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해 장학금을 저금해 둔 상태다. 장학금이 없었으면 안정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경희꿈도전장학을 신청하며 꿈을 구체화했다는 정해성 학생은 꿈을 꾸는 청년을 위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다.

맥주의 스토리를 제대로 알리고 싶다
Q. 맥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무 살 때 술을 처음 접했다. 소주는 맛이 없었고, 와인 소믈리에 학회를 했는데 와인도 안 맞았다. 맥주가 그나마 괜찮았다. 그러다가 수제 맥주 전문점에 가 봤는데 ‘맥주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 거야!’라고 감탄했다. 신기한 맛이었는데, 맛있었다. 당시 외식사업가가 꿈이었던 나는 맥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맥주를 파기 시작했다. 편의점에 있는 세계맥주를 마시며 어떤 맥주인지, 왜 이런 맛이 나는지 공부하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시기가 찾아왔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맥주라는 게 떠올랐다. 빅문을 운영하며 쌍코피도 터지고 체력적으로 아주 힘들다. 그런데도 여기 앉아서 손님들이 수제 맥주를 마시며 맛있다고 흐뭇해하는 표정을 보면 기분이 좋다.

맥주의 매력은 다양성이다. 가격부담이라는 벽 때문에 맥주의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지 못하는 대학생이 많아 가격을 최대한 낮췄다. 술은 여전히 마시고 취하는 것이란 인식이 강하다. 수제 맥주, 크래프트 비어(Craft Beer)는 말 그대로 창의적인 양조가의 레시피와 관리, 유통과정이 하나로 집결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양조장에서 맥주를 어떻게 빚었고, 그래서 어떤 맥주가 나왔는지 그 맥주에 얽힌 스토리를 손님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왕 하는 거 손님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싶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 다른 청년들과 나누고 싶어 기부
Q. 향후계획이 궁금하다.
빅문을 운영하며 모은 수익금을 모두 기부할 계획이다. ‘스물세 살 대학생 사장’이라는 직함을 얻었다. 아르바이트만으로는 운영 노하우, 재고 관리, 마케팅을 경험하기 어렵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우리가 빅문을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 보증금을 뺄 자취방이 있었다는 것, 그것을 부모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셨다는 것.

이런 운이 없더라도 빅문을 창업할 수 있었을까. 반면 이런 운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런 청년을 위해 우리의 열정으로 모은 돈을 나누고 싶다. 빅문은 지금 안정 궤도에 올랐다.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 손님이 수제 맥주의 매력을 조금 더 알아갈 수 있게끔 우리가 맥주 소믈리에로서 조금 더 좋은 경험을 전달해드리고 싶다.

나는 졸업 이후 맥주 관련 기업에서 일하며 대기업이나 오래된 기업의 운영시스템, 규모가 큰 회사를 운영하는 틀을 익히고, 그 후 제2의 빅문을 열 계획이다. 그때는 지금처럼 무모하고, 도전적이고, 열정으로만 접근하지는 못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맥주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고,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으로서 손님들에게 한층 더 좋은 맥주를 선보이고 싶다는 것이다. 더불어 지금보다 더 성숙하고, 트렌디한 공간, 손님들이 찾았을 때 내가 처음 그랬던 것처럼 ‘우와’ 하고 탄성을 내지를 수 있게끔 하는 그런 공간과 맥주를 만들고 싶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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