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결핵성 후만증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열다

2019-07-25 의과학경희

조대진 의학전문대학원(강동경희대병원) 교수가 ‘결핵성 후만증(곱추병)’의 새로운 수술법인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을 개발했다. 기존의 수술보다 안정성과 만족도가 높은 수술법이다.

조대진 의학전문대학원(강동경희대병원) 교수,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 개발
새로운 수술법으로 기존 수술보다 안정성과 만족도 높아
2016년 개발한 척추체간 케이지의 한국, 미국, 중국 특허권 대학에 기부

61세 남성 A 씨는 어릴 때부터 ‘곱사등이’이다. 어린 그에게 왜 등이 굽었는지 설명해주는 어른은 없었다. 어른이 돼 받은 건강검진에서 ‘결핵성 척추염’으로 등이 굽는 ‘결핵성 후만증(곱추병)’을 앓았음을 알았다. 병원에서는 뼈가 붙은 지 오래돼 되돌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핵을 감기로만 알고 지나친 시간이 아쉬웠다.

자주 허리가 아프고 걷다가 다리에 힘이 빠졌다. 다시 병원을 찾아 치료법을 물었다. 의사는 뼈가 붙은 부위의 척추를 통째로 제거해야 한다고 했다. 고민이 됐다. 60세가 넘어 체력도 약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이 강동경희대병원의 조대진 교수(의학전문대학원)를 추천했다. 새로운 수술법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였다.

그 수술은 ‘단독 후방경유 신 골절술’이었다. 수술을 받은 A 씨는 마비 없이 걷는다. 허리 통증도 없고 등도 많이 펴졌다. 이 수술법은 신경외과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세계신경외과학회지(Journal of Neurosurgery: Spine, JNS)> 4월호에 게재됐다. ‘세계신경외과학회’는 “세계 최초의 독창적 수술법에 찬사를 보낸다”는 응원도 전했다. 조대진 교수를 만나 새로운 수술법에 대해 들어봤다.

기존의 결핵성 후만증 환자의 수술은 염증이 생겨 굳은 척추를 모두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법은 수술 부위가 크고 부담이 컸다. 조대진 교수의 새로운 수술법은 건물을 세우는 방식처럼 굳은 척추의 가장 넓은 부위를 잘라 기반을 다지는 방식이다. 사진은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 수술법 사진.

환자에게 부담 덜 주는 새로운 수술법, 예후도 좋아
Q. ‘결핵성 후만증’은 어떤 병인가?
결핵성 후만증은 척추에 결핵균이 감염돼 생기는 결핵성 척추염에서 발전된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결핵은 폐결핵을 생각하기 쉽지만, 위장을 비롯해 뼈나 관절에도 발생할 수 있다. 척추는 많은 혈액이 통과하는 구조물이라 혈액 내에 결핵균이 정착할 확률이 높은 편이다. 전체 결핵의 약 2%가 척추 결핵이다. 발병 초기에는 몸살감기로 착각하기 쉽지만, 척추 자체나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저리거나 사방으로 뻗치는 듯한 통증이 있다.

척추에 전이된 결핵균은 척추체를 파괴해 결핵성 후만증을 만든다. 치유 과정에서 척추가 무너지고 여러 마디의 척추체가 합쳐져 앞으로 기운다. 등이 구부러지고 튀어나온다. 최근에는 결핵을 조기에 치료해 결핵성 후만증은 흔하지 않다.

결핵성 후만증은 3~4개의 척추뼈가 붙은 경우부터 6~7개 이상의 뼈가 붙는 경우까지 개인별로 양상 차이가 크다. 척추의 각도도 40도부터 120도가량 굽는다. 결핵성 후만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는 고령인 경우가 많다. 육십 대에서 칠십 대가 대부분이다. 체력도 약해 큰 수술을 하기 어렵다.

Q. 새로 연구한 ‘단독 후방경유 신 절골술’은 어떤 수술인가?
기존에는 결핵성 후만증으로 붙은 뼈 전체를 제거하고 고정물을 삽입해 척추를 세우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많게는 척추뼈 6~7마디를 제거하고 유착된 신경을 풀어주는 부위가 넓어서 하지 마비의 위험성이 높고 척추도 단단하게 지지하기 어려웠다. 의사에게는 높은 위험성에 비해서 결과도 좋지 않은 수술이었다.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생각했다. 건축처럼 생각했다. 건물을 세우기 전에 지반을 다지는 것 같이 가장 크고 단단한 뼈를 지반으로 삼아 척추를 세웠다. 총 7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환자들의 허리가 100도 정도 굽어 있었다가 75도 정도로 교정됐다. 또 척추의 굽음을 판단하는 지표인 시상면 불균형이 12㎝가량 교정됐다. 신경을 건드리는 부위도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결핵성 후만증에 동반된 지연성 마비증세도 좋아졌다.

수술에 따른 합병증도 줄었다. 또 공격적 절골술을 하지 않고도 환자의 미용상 문제부터 만족도도 좋아졌다. 과도한 교정과 수술 후 마비 등의 절골술에 따른 실패 우려도 적다. 비교적 안전한 치료가 가능해졌다.

Q. 연구 중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수술을 받은 환자 중 마비가 온 환자가 있었다. 등뼈의 중간 부분에 염증이 있는 환자였다. 이 환자에게 특별한 점이 있었다. 수술 전에 왼쪽 다리에 마비가 있는데 수술 이후에는 오른쪽 다리에 마비가 왔다. 당혹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유를 몰랐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의사는 이유를 모를 때 가장 힘들다. 예후가 좋아도 마찬가지다. 이유를 꼭 알아야 한다. 이유를 찾고 마비를 없애기 위해 수술을 거의 10시간 동안 계속했다. 이 환자는 당일에는 마비가 풀리지 않았다가 다음날부터 마비가 없어졌고 퇴원할 때는 스스로 걸을 수 있었다. 보호자가 수술 후 감사의 표시로 팔찌를 줬다. 그 팔찌에 라틴어로 ‘신뢰(fiducia)와 기적(miraculum)’이라고 쓰여 있었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해줬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났다.

조대진 교수는 ‘경적필패(輕敵必敗)’라는 사자성어를 항상 마음에 새긴다. 작은 수술에도 방심하지 않기 위함이다.

최선을 다하는 것보다 중요한 ‘좋은 결과’ 위해 노력
Q. 외과 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외과 수술은 올림픽과 다르다. 참가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는 변명에 불과하다. 결과가 좋아야 한다. 외과 의사의 숙명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환자의 예후가 좋지 않으면 신뢰받을 수 없다. 무엇보다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돼야 한다.

‘경적필패(輕敵必敗)’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긴다. ‘적을 얕보면 반드시 패한다’는 뜻이다. 수술도 같다. 간단한 수술이라고 쉽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지금의 수술이 의료인생의 첫 수술이라는 마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간다.

Q. 대학에 특허권을 기부했다. 어떤 특허권인지?
지난 2016년에 척추체간 케이지를 개발해 국내 특허를 등록하고 대학에 기부했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에서도 효용을 인정받아 특허권을 취득했고, 그 특허권을 대학에 기부했다. 이 척추체간 케이지는 전방, 후방, 측방으로 구분됐던 케이지를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디자인과 창의성, 편리성, 의료비용과 소모품 절감 부문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서 2015년에는 ‘보건의료기술 진흥 유공자 정부포상’에서 의료기술 우수개발 부문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2016년 4월 25일자 퇴행성 척추질환 의료기 진일보 Focus 기사 참조)

외국계 회사제품으로 수술하면서 여러모로 불편했다. 수술 중 생긴 개선사항을 해외 본사에 전달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럴 바에는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생각한 바를 직접 그렸고 그걸 기반으로 척추체간 케이지를 개발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척추체간 케이지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특허를 받았기 때문에 해외에도 수출할 수 있다. 앞으로 국제적으로도 상용화될 것이다.

개발에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머릿속의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도움에 감사함을 표시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특허권을 대학에 기부하기로 했다.

Q. 구성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레지던트, 인턴 선생님과 수술실에 같이 들어가는 간호사 모두 감사하다. 또 새로운 수술법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준 병원의 선배님께도 감사하다. 나를 믿고 몸을 맡겨준 환자와 보호자에게도 고맙다.

‘훌륭한 의사는 독수리의 눈과 사자의 마음과 여자의 손을 가져야 한다’는 영국의 속담이 있다. 병이 있는 부위를 오차 없이 도려내는 지혜와 판단력, 냉정한 결정을 내리는 강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부드럽고 섬세하게 수술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마음과 석공의 거칠면서도 창의적인 기술도 필요하다.

의사의 유통기한을 30년으로 볼 때 지금 20년 정도가 지났다. 처음 10년은 공부를 하면서 보냈다. 지금까지의 10년은 배우며 의술을 펼쳐야 했던 시기다. 남은 10년은 지금까지 배운 것을 후배에게 주고 갈 시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환자와 후배에게 도움 되는 의사로 보내자고 다짐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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