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빅데이터 기반, 정부·기업에 맞춤형 인공지능 솔루션 제공
2019-07-26 교육
경희에서 ‘꿈’을 펼치다(9): 김지현 학생, 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한국딥러닝(주)’ 창업
‘물류 OCR 시스템’ 개발해 우체국과 계약, 창업 한 달 만에 매출 3천만 원 달성
KHU Valley Program, 경희 청년 해외개척단 프로그램 등을 통해 창업 도움받아
경희대학교가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에 미래디자인 역량을 결합하고 전공교육을 사회진출 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더 큰 미래를 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립연구’, ‘독립심화학습’, ‘전환21’, ‘꿈도전장학’ 등 학생이 과제를 설정하고 지도교수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교학상장’ 프로그램을 개설,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경희교육을 통해 남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학생과 동문을 찾아간다. 이번이 그 아홉 번째다.<편집자 주>
김지현(도예학과 17학번) 학생은 지난해 11월 창업진흥원과 기술보증기금에서 8천만 원을 지원받아 올해 5월 ‘한국딥러닝(주)’을 설립했다. 한국딥러닝(주)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에 맞춤형 인공지능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물류 OCR(광학 문자판독장치, Optical Character Reader) 시스템’으로 기업 설립 한 달 만에 우체국과 계약을 맺어 3천만 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런 그에게 따라붙는 몇 가지 수식어가 있다. ‘23세’, ‘여성’, ‘비전공자’이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23세, 여성, 비전공자라는 수식어는 최악의 조건이다. ‘네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라는 의심의 눈초리 앞에 김지현 학생은 “경험이 없기에 여러 분야의 성공담, 실패담을 수용할 수 있었고, 더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남성이 대부분인 인공지능 분야에서 여성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개척’이라는 미션에서 성장할 힘을 얻는다는 김지현 학생을 광교비즈니스센터에서 만났다.
딥러닝, 머신러닝 이용한 인공지능 솔루션 제공
Q. ‘한국딥러닝(주)’은 어떤 기업인가?
‘한국딥러닝(주)’은 얼굴인식, 문자인식, 사물인식, 영상 분석 등 패턴처리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정부와 기업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핵심기술은 자체 개발을 통한 딥러닝(Deep Learning)과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예측 엔진이다. 이는 시각적 이미지 분석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딥러닝 알고리즘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 Neural Network)’과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 ‘순환 신경망(Recurrent Neural Networks)’과 RNN의 일종인 'LSTM(Long Short-Term Memory models)'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대표 아이템은 ‘물류 OCR 시스템’이다. 현재는 우편물의 바코드를 인식해 주소별 분류가 이뤄진다. 바코드만 인식할 경우 오인식률이 2%에 달한다. 2%면 적은 수치 같지만, 물류센터나 우편집중국은 하루에 취급하는 물류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2%라 해도 2만~40만 건의 미분류 우편물이 생긴다.
해결방안으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바코드와 운송장 주소를 이중으로 인식하는 물류 스캔 솔루션을 개발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운송장 주소를 0.3초 안에 인식해 미분류 물류를 최소화시켜 인식 정확도는 99.8~99.9%에 달한다. 현재 우체국 물류센터에 납품돼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후 이상이 없으면 전국의 우체국 물류센터와 우편집중국, 민간 택배회사에 공급 확대 시킬 예정이다.
Q. 물류 OCR 시스템 외에 개발 중인 것은?문자인식 외에도 영상 분석, 이미지 처리 분야에서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소매점에 방문한 소비자의 통행량이나, 선호 물품, 어떤 물품 앞에서 고민했는지 등을 영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기반으로 해당 소매점에 맞는 경영법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 계획 중이다. 이외에도 축산 분야 관계자 및 수의사와 함께 방역에 사용될 스마트 팜(Smart Farm)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자본과 원천기술 없는 제조 스타트업의 한계 느껴, 원천기술 확보가 용이한 인공지능 개발 분야로 전향
Q. 도예학과 학생이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든 것이 새롭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부모님께서 개발자, 사업가이시다 보니 어려서부터 취업보다는 창업에 관심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창업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안재현 지식창업교육센터 교수님의 ‘창업과 도전’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다. 전공을 살려 과제로 물을 먹는 흙인 규조토를 활용한 우산 걸이를 만들었다. 이 아이템으로 ‘경희대학교 창의적 아이디어 및 디자인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다음으로 경희대학교 ‘KHU Valley Program(KVP)’에 참여해 사업에 대한 구체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대상을 받아 한 달 동안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Hardware Accelerator) ‘N15’의 베트남지사 인턴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경기중소벤처기업청 경기청년창업드림캠프’ 대상, ‘단국대학교 창업아이디어 미니톤’ 대상, ‘단국대학교 벤처창업리그’ 우수상, ‘경기중소벤처기업청 시제품제작챌린지’ 장려상 등을 잇달아 받으며 창업에 대한 틀을 단단하게 세워나갔고, 자본금도 어느 정도 모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사이에 대기업에서 완전히 똑같은 제품을 출시했다. 자본과 생산기반이 없는 제조 스타트업의 한계를 느껴 초기자본이 적게 투입되면서도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가 용이한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전향했다. 도예학과이지만 소프트웨어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경희대 창업 프로그램 통해 네트워크 구축, 많은 도움 받아
Q. 전공 분야가 아니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해나가고 있나?
다행히 부모님께서 개발자이시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다. 그래도 비전공자가 소프트웨어, 그것도 인공지능 분야에 뛰어드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책과 논문을 보며 혼자 공부하다 막히는 부분은 외국 개발자나 교수님들을 찾아 물어가면서 익혔다. 현업 딥러닝 개발자분들게 과외를 받거나 다양한 단기 개발직 인턴을 하며 실전 개발 감각을 길렀다.
경희대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KVP 대상 특전으로 간 베트남에서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썼는데, 그곳에서 친해진 개발자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또 ‘경희 청년 해외개척단 글로벌 앞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로봇 모듈 플랫폼 개발회사 럭스로보와 함께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도 참가했다. CES는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제품 박람회이다.
이 기회를 통해 럭스로보 오상훈 대표한테 기업 운영 노하우와 성장 전략을 배웠고, 알리바바(Alibaba)와 테슬라(Tesla) 등 미국과 중국, 인도의 대기업 엔지니어들과도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연을 맺었다. 학생 창업의 이점은 호의를 갖고 선뜻 알려주는 분이 많다는 것이다.
LINC+ 사업단뿐만 아니라 산학협력단 이명상 매니저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산학협력단에서 나에게 맞는 포럼, 교육 프로그램 등을 추천해주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담하며 해결방안을 찾았다. 학생들이 미래인재센터나 LINC+ 사업단은 잘 알아도 산학협력단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도움이 필요할 때 산학협력단의 문을 두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선별된 데이터 간 융합으로 시너지 효과 내는 기업이 목표
Q. 향후 계획은?
올해 하반기에는 석·박사급 인력을 채용하고, 2억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5억~10억 내외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하는 것이 목표이다. 솔루션 사업은 정부나 기업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느끼는 어젠다와 직결된다. 하나의 솔루션을 개발하면 가장 완벽히 검증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생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생성되는 데이터도 마찬가지로 현장문제 해결에 특화된 고급 데이터이다. 선별된 데이터끼리 융합해 또 다른 솔루션의 기반 데이터로 사용해 시너지를 내고 싶다.
사실 한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많이 뒤처져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흔히 생각했을 때 IT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인도나 베트남도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을 훨씬 앞선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는데 한국은 데이터 규제가 워낙 심해 성장이 더딘 것이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대기업 소프트웨어사도 핵심 엔진은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을 보면 해외 개발자들의 영입이나 해외 개발사들과의 협업이 불가피해 보인다. 외국 인재와 함께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다.
Q. 창업을 계획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투자자이자 경영자인 레이 달리오가 쓴 <원칙> 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서는 극단적으로 개방적인 생각을 하라고 말한다. 나는 매일 아침 노트북을 켜면서 ‘나는 항상 부족한 사람이다’, ‘나는 가장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가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 사각지대를 다른 각도에서 나보다 잘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열린 마음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의견충돌과 같이 반대의견,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을 때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의견충돌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반대의견의 근거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의견을 많이 말하기보다, 질문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CEO가 되고 싶다. 누구나 언제든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고, 그 의견이 옳다면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는 기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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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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