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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등 지구적 난제 해결에 도전하다

2019-08-02 교육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전교생 대상 세계시민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은 미세먼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전자 폐기물, 공정무역, 기후변화 등 지구적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세계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고 있다.

2019학년도 1학기 후마니타스칼리지 활동 소개(1) 세계시민교육
세계시민의 시각에서 기후변화, 환경·생태 위기 등 다양한 주제 탐구, 더 나은 미래 모색
“글로벌 문제를 다양한 방법론으로 조사할 수 있어 새로웠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지속가능한 미래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글로벌 교양교육’을 구현하기 위해 재도약에 나섰다. 인간과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협하는 환경·생태 문제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올 변화에 대응하는 핵심역량을 길러주기 위해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9학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 전원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을 실시했다. 국내 대학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세계시민교육을 개설, 운영하는 것은 경희대가 최초다. 더불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연구과제를 설계하고 담당교수의 지도와 평가를 받는 독립연구 교과도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대학 및 지역사회의 당면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 환경·생태 위기, 불평등과 양극화, 민주주의 위기 등 지구적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세계시민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고, ‘독립연구’를 수행하며 자율성과 창의성, 자기관리 능력을 강화한다.

지난 학기 학생들이 수행한 세계시민교육, 독립연구 활동 내용을 전한다. 이번이 그 첫 번째로 세계시민교육 활동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 주>

세계시민은 근·현대 문명의 성취와 한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각성한 주체인 동시에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문명을 건설해나가는 실천적 주체다. 2019학년도 1학기 세계시민교육을 수강한 학생들은 미세먼지,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전자 폐기물, 공정무역, 기후변화, 제국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세계시민의 시각에서 탐구하며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할 기회를 가졌다. 그중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전 세계 협력을 제안한 ‘공기청정기’ 팀과 패스트 패션의 문제 해결에 나선 ‘아르키키’ 팀을 만났다.

“미세먼지, 평등하지 않다”

‘공기청정기’ 팀이 만든 국내 미세먼지 불평등 지도. 붉은색일수록
미세먼지에 취약한 지역이다.
2019년 3월, 새 학기의 즐거움도 잠시 미세먼지는 연일 ‘나쁨’과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5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기도 했다. 사회적 재난 수준에 이른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19학번 동기들이 뭉쳤다. 강은서(지리학과), 김동현(회계세무학과), 김민지(경제학과), 양현정(사회학과), 윤준영(식품영양학과), 황윤정(식품영양학과) 학생이 모인 ‘공기청정기’ 팀이다.

이들은 미세먼지 취약계층에 주목했다. 정부는 올해 2월 어린이, 영유아, 노인, 임산부, 호흡기질환자 등 미세먼지 노출에 민감한 계층과 옥외 근로자, 교통시설 관리자 등 미세먼지 노출 가능성이 높은 계층 등 취약계층의 범위를 구체화했다. 공기청정기 조는 여기에서 제외된 농민과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 구매가 어려운 경제적 취약계층도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파악했다.

팀원들은 머리를 맞대고 미세먼지 취약계층과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지역을 고려해 ‘미세먼지 불평등 지도’를 만들었다. 국내 미세먼지 불평등 지도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비율, 농민의 비율, 어린이와 노인의 비율,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를 반영해 제작했고, 세계 미세먼지 불평등 지도는 세계기아지수(GHI)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미세먼지지수를 토대로 제작했다.

그 결과 국내의 경우 지방이 수도권에 비해 미세먼지에 더 취약하고, 상대적으로 더 발전된 경상권이 다른 지역에 비해 미세먼지에 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개발도상국이 미세먼지에 취약했다. 공기청정기 팀은 미세먼지가 불평등하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문제해결을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방법을 모색했다.

‘공기청정기’ 팀이 만든 세계 미세먼지 불평등 지도. 세계기아지수와 세계미세먼지 지수를 합성하며 제작했다. 색이 진할수록 미세먼지에 취약한 지역이다.

‘전 세계 정부와의 미세먼지 협력에 관한 협정’ 제안
공기청정기 팀은 중국발 미세먼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보고 유럽의 ‘월경(越境·transboundary)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에 관한 협약(CLRTAP)’을 검토했다. 이를 토대로 미세먼지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협력과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주제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서울환경운동연합 대기·교통 팀과 인터뷰하며, 미세먼지 대응책과 관련 법안에 관한 사고의 폭을 넓혔다.

팀원들은 활동하면서 한국, 중국뿐 아니라 인도, 남아프리카, 이란, 뉴욕, 칠레 등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도 미세먼지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팀원들은 국제 환경 조약을 만들어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다양한 조약을 조사, 조약의 강제성 여부에 관해 토론하기도 했다. 환경·외교적 측면이 복합돼 있는 문제라 한쪽에 편향되지 않도록 환경운동연합 에너지 기후국, 외교부 감사관, 환경부 자연환경정책실 자원순환정책관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팀원들은 미세먼지 문제가 발생 및 피해 지역의 구분이 어려운 만큼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미세먼지를 전 세계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팀원들은 문제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한민국 정부와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간의 환경협력에 관한 협정(1993)’을 참고해 ‘전 세계 정부와의 미세먼지 협력에 관한 협정’을 만들었다. 공기청정기 팀은 “선진국은 그동안과 앞으로의 발전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과 협력하며 친환경적인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르키키 팀은 ‘옷의 생애’를 탐구하며 3주간 ‘세계와 시민’ 수업 때 같은 옷을 입고 수업을 들었다. 그러나 교수님조차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팀원들은 타인의 시선 때문에 필요 이상의 옷을 구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옷은 어디서, 어떻게 태어나고 사라지는가?”
최신유행, 저렴한 가격, 빠른 상품 회전이 특징인 SPA(Specialty store retailers of Private label Apparel) 브랜드. SPA는 의류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는 의류 전문점으로,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해 제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고,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반영해 인기가 높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고도 부르는 SPA 브랜드에 관심을 둔 새내기들이 있다. 김영인(무용학과), 임정은(행정학과), 김희진·배기한·신수민(자율전공학과), 전지은(회계세무학과) 학생이 모인 ‘아르키키’ 팀이다.

아르키키 팀은 빠르게 입고 사라지는 옷을 ‘아르키키’라는 인물로 의인화해 그의 생애를 살피는 방식으로 활동을 진행했다. SPA 브랜드의 방글라데시 봉제공장 화재 사건과 주로 동남아에 위치한 봉제공장의 노동 환경, 노동법을 조사하며 저임금,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무환경에 노동자들이 시달리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또한 중금속 등이 함유된 값싼 원단을 사용해 실속이 떨어지고, 건강에도 위협이 되며, 의류의 다양성까지 파괴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확인했다. 날로 증가하는 의류 폐기물과 그 처리 방법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했다.

팀원들은 SPA 브랜드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 또한 윤리적인 소비, 환경친화적인 의류 소비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학생 107명을 대상으로 SPA 브랜드 문제에 대한 인식과 소비행태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펼쳤는데, SPA 브랜드의 문제에 대해 82.2%가 모른다고 답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팀원들은 서울캠퍼스 정문과 청운관에서 SPA 브랜드의 문제점을 담은 인쇄물을 배부, 내용을 설명하고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의류 포함해야··· 국민신문고에 ‘국민제안’

한편, 설문조사 결과 1주일에 5벌 이상의 옷을 착용하는 사람의 48%는 타인의 눈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타인의 의류에도 관심이 많고, 착용 주기나 횟수 등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따라서 팀원들은 1주일간 같은 옷을 입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채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옆자리 학우가 입었던 의류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원들은 3주간 ‘세계와 시민’ 수업 때 같은 옷을 입었지만, 교수님조차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타인의 시선 때문에 필요 이상의 옷을 구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만한 결과다.

또한 아르키키 팀은 세계 각국의 폐섬유 관리 제도를 조사하던 중 우리나라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서 의류가 제외됐고, 폐섬유 관리 제도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팀원들은 유럽의 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와 프랑스의 순환경제를 위한 로드맵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 신문고’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의류를 포함해야 한다는 ‘국민제안’을 환경부에 신청했고, 현재 제안심사 상태에 있다. 또한 해외 SPA 브랜드와 달리 국내 SPA 기업의 경우 패스트 패션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사례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국내 대표 SPA 브랜드인 ‘에잇세컨즈’와 ‘SPAO’에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메일을 보냈다.

윤리적 소비에 대해 더 깊이 알아보고자 서울새활용플라자에도 다녀왔다. 새활용플라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새활용 복합 문화 공간으로, 윤리적인 가치와 소비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업사이클링 업체들이 한곳에 모여 있다. 방문 이후 아르키키 팀은 “실생활에서 업사이클링(up-cycling)과 리사이클링(recycling)을 활성화하기 위해 윤리적 소비에 대한 홍보를 진행해야 한다. 새활용 관련 온라인 매장을 늘리고 가격을 낮추는 등 노력이 계속된다면, 윤리적 소비가 실질적으로 가능하리라 예측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문제해결을 위한 작은 발자취를 남기고자 노력했다”
임정은 학생은 “소비자 개개인도 윤리적인 소비를 해야 하겠지만, 윤리적인 판매가 선행돼야 한다”며 “옷의 생애를 주제로 의류의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문제를 탐구하고, 그 해결을 위한 작은 발자취를 남기고자 노력한 것이 의미 있다”고 밝혔다.

양현정 학생은 “중·고등학교 때까지 수박 겉핥기식의 연구를 했었는데, 세계와 시민 활동을 수행하며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다양한 방법론을 갖고 조사할 수 있어서 새로웠다”며 “그간 생각하지 못했던 주제와 방법을 갖고 밀도 있는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유익했고, 미세먼지는 모든 나라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동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남겼다.

※ 2019학년도 1학기 후마니타스칼리지 활동 소개(2) 기사는 곧 업로드됩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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