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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 창업을 향한 도전은 계속된다

2019-07-12 교육

박산하(철학과 17학번), 이한주(경영학과 16학번) 학생은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 전시작품을 대중에게 중개하는 온라인 그림 대여 서비스 플랫폼에 관해 발표하며, 2019년 3월 경희대 대표로 헐트 프라이즈(Hult Prize) 중국 대회에 참가, 한국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본선까지 진출했다.

경희에서 ‘꿈’을 펼치다(8): 박산하·이한주 학생, 헐트 프라이즈(Hult Prize) 대회 출전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 전시작품 대여 서비스 아이디어 발표
경희대 대표로 중국 대회에 참가, 한국 팀 중 유일하게 본선 진출

경희대학교가 ‘교육에서 학습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에 미래디자인 역량을 결합하고 전공교육을 사회진출 교육과 연계해 학생들이 더 큰 미래를 열어가도록 지원하고 있다.

독립연구’, ‘독립심화학습’, ‘전환21’, ‘꿈도전장학’ 등 학생이 과제를 설정하고 지도교수와 함께 과제를 수행하는 ‘교학상장’ 프로그램을 개설,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경희교육을 통해 남다른 미래를 열어가는 학생과 동문을 찾아간다. 이번이 그 여덟 번째다.<편집자 주>

헐트 프라이즈(Hult Preize)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대회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대학생 창업 플랫폼으로 UN이 협력하고 클린턴 재단이 후원한다. 국내에서는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등 10개 대학이 참여했다. 올해 대회 주제는 “청년 천만 명에게 의미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Developing an idea to provide meaningful jobs for 10 million young people)”. 최종 우승팀에는 문제 해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상금 12억 원이 주어진다.

박산하(철학과 17학번), 이한주(경영학과 16학번) 학생은 지난해 11월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에서 열린 경희대 대회에 참가,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전시작품을 대중에게 중개하는 온라인 그림 대여 서비스 플랫폼을 발표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3월 경희대 대표로 헐트 프라이즈(Hult Prize) 중국 대회에 참가했고, 한국 팀으로서는 유일하게 본선까지 진출했다. 창업이라는 꿈을 향한 도전을 이어나가는 박산하, 이한주 학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졸업전시회 이후 버려진 작품에 관심 기울여
Q. 대회에 함께 참가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한주(이하 이): 우리는 오현주 교수님의 강의 ‘창업과 씽킹디자인’에서 만났다. 같은 조는 아니었는데 둘 다 창업에 열정적이어서 친해지게 됐다. 지난해 경희대에서는 처음으로 헐트 프라이즈 대회가 열린다는 걸 산하 언니가 알려줬고, 아이디어를 내서 같이 하게 됐다.

박산하(이하 박): 창업 관련 공모전이 있으면 다 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아이디어 경진대회’ 같은 교내 대회도 참가했는데, 한주랑 잘 맞아서 헐트 프라이즈도 함께 나가게 됐다. 처음에는 국제 대회라는 이유만으로 겁을 먹기도 했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Q.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대회에 출전했나?
박: 창업 관련 강의에서 미술 분야 창업에 관한 학생 발표를 듣고, 미술 시장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미술대학 학생들의 졸업 전시작품에 관심을 뒀다. 졸업전시회가 끝나고 나면 밖에 버린 작품이 많던데 그게 아깝더라. 우리 집에 걸어두면 좋겠다 싶은 작품도 있고, 괜찮은 작품이 많았다. 미대 학생들이 졸업 작품을 준비하는 데 공을 많이 들이고, 비용도 작품 하나당 30만 원에서 많게는 4~50만 원이 든다고 하더라. 대학생에게는 큰돈이다.

이: 경영학을 전공하다 보니 수지타산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값보다 조금 더 올려서 팔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미대 학생들은 팔겠다고 생각하지 않더라. 졸업 작품을 자기 얼굴이라고 생각해서 팔지 않는 경우도 있고, 판매 통로도 모를뿐더러 홍보도 할 줄 모르니까. 그래서 우리가 대신 팔아주면 괜찮겠다 싶었다. 습작이지만 판매가 되고 수익을 창출한다면, 순수미술을 계속하고 싶은 이들이 당장의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박: 단순히 ‘돈’으로만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취향을 알게 되는 기회도 된다. 소비자의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얻으면서 작가의 세계관을 세워나갈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대학 졸업 이후에도 전공을 살려 작품 활동을 계속해나갈 수 있다는 스토리를 담아 발표했다.

3개월 단위로 작품 교체하는 ‘그림 구독 대여 서비스’
이: 비즈니스 모델을 말하자면 회사와 소비자가 있고, 그림의 주인인 학생이 있다. 대학이나 학생회와 협의해 공급자를 확보하고, 우리 회사는 중개 플랫폼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것이다. 정확히는 판매가 아니고 구독 대여 서비스다. 3개월 단위로 작품을 교체해준다. 계절, 기분에 따라 인테리어를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생각했다.

Q.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가?
이: 현재 그림 대여 서비스로 ‘오픈갤러리’가 유명하다. 국내 작가의 원화(原畵)를 대여하고, 3개월마다 교체하는 서비스다. 수요가 매우 많다. 대기업의 투자도 받고 있다. 이곳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했다.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대학생의 졸업 작품도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실제로 졸업전시회 작품 중 잘 된 작품은 공모전의 형식으로 전시회를 열기도 하더라. 전시회를 찾은 사람도 많았고, 실제로 구매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공모전이어서 실제 매매가 이루어지진 않았다. 또한 미술 작품을 집에 걸고 싶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자기 공간에 대한 애착이 있고, 잘 꾸미고 싶어 한다. 그 연장 선상에서 예술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작품을 사려고 보면 너무 비싸다. 접근하기도 힘들고. 대학생 작품은 가격 면에서 장점이 있다. 또한 학생 작품은 그야말로 언제 뜰지 모르는 작품이다. 단순히 그림 구독 대여가 아니라 작가로 성장할 이들에게 가능성을 심어주는 것이고, 미술계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을 어필했다. 이런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했다.

머리가 아니라 발로 뛰어야 하는 것 깨달아
Q. 헐트 프라이즈에 참가해본 소감은?
이: 용기를 갖고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 대회라서 그런지 하버드대학 등에서 대단한 친구들이 왔다.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무대에 서기 전에 연습을 많이 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이 아이디어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래서 세 팀의 한국 대표팀 중 유일하게 본선까지 진출했다.

박: 한마디로 좀 ‘쫄았다’. 하지만 다 같은 대학생이었다. 명문대라고 해서 대단한 것도 아니었다. 창업은 성적이 아니라 얼마나 관심과 열정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 6개 조로 나눠 각 조에서 1등 팀이 본선에 진출했는데, 경쟁 팀이 MBA 과정을 밟고 있었는데도 우리가 본선에 진출했다. 자신감을 얻었다.

이: 똑똑한 머리를 믿고 올라온 친구들도 있었다. 실제로 똑똑했다. 발표 내용이 거의 컨설팅 수준이었다. 잘 들어보니 자료 검색을 많이 해서 의도에 따라 끼워 맞춘 것이더라. 아이디어가 비슷했고, 조금만 고민하면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레퍼토리였다. 실제로 해본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1등 팀을 보니, 문제의식을 느끼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도전하고 있었다.

박: 맞다. 1등 팀은 머리로 하는 팀이 아니었다. 물론 머리도 굴려야겠지만, 발로 뛰는 팀이었다. 열정을 갖고 있다는 게 누가 봐도 느껴지는 팀. 처음엔 우리도 누가 봐도 그럴듯해 보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직접 가서 보니 1등을 하고, 투자자의 마음을 흔드는 팀은 발로 뛰는 팀이었다.

박산하, 이한주 학생은 삶을 사랑하는 방법의 하나로 창업을 택했고,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일과 삶이 하나 된 행복한 삶 살고 싶어서 창업
Q. 실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는가?
박: 발표 이후 팀원들이 흩어져서 일단은 보류 상태다. 당장 하기에는 자금 문제도 있고. 여러 준비가 필요하다. 미술대학 친구들, 그러니까 공급자를 구하는 게 힘들다. 반신반의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자기 작품을 빌려줘야 하니까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처음엔 우리가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려다 보니 의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창업은 그냥 하면 되지! 패기를 갖고 시작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공급자를 설득하는 게 어렵다. 창업 관련 강의에서도 공급자를 설득하지 못하면 그 사업은 망한다고 하더라. 공급자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많이 못 했다. 당시에는 많이 했는데 왜 안 될까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겨우 그만큼 해서 사업하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기가 살짝 일렀다고 생각한다. 최근 영국 투자자가 한국 문화예술 쪽에 대거 투자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영화, 음악 산업뿐 아니라 문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다. 몇 년 후 이 사업 아이템이 빛을 보지 않을까 한다. 계속 준비하고 있다.

박: 예술 분야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한다. 그런데 사실 콘텐츠는 복불복이다. 예측할 수가 없다. 우리도 처음에는 예쁜 그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예술 분야는 취향이 많이 갈리고, 또 융합할 수 있는 요소가 너무 많기 때문에 우리의 생각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었다. BTS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은 노래가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다른 요소와 맞물려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 같다. 그래서 시스템을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다. 급하게 할 필요가 없다.

Q. 창업을 왜 하고 싶나?
박: 돈 벌고 싶다.(웃음)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 내 일을 하면서, 내 열정을 쏟아 내 것으로 돈을 벌고 싶다. 내 꿈은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보통 회사원들은 일찍 퇴근하고 싶어 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요시하는데, 나는 내 일이 내 삶이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 삶의 모든 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일조차도 내 것이면 얼마나 사랑스럽겠나. 비즈니스가 자식 같다면 일하는 순간이 행복할 것 같다. 똑같이 힘들더라도 내 일을 하면서 힘들면 얼마나 행복하겠나. 자식이 말 안 들어도 사랑하는 것처럼.

창업 강의에서 자신감 얻어, 창업 네트워크 구축 필요
Q. 대학에서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는가?
이: LINC+ 사업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LINC+ 사업단이 국제캠퍼스에만 있는데, 양 캠퍼스 사이에 거점을 만들면 융합이 더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식창업트랙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잘 모르고 있는 친구들이 정말 많았다. 홍보도 더욱 적극적으로 하고, 학생들도 공지사항 등에서 잘 찾아보았으면 한다.

박: 창업 관련 수업이 더 많이 늘어나야 한다. 창업하지 않더라도 수업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있다. 요즘은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다. 빨리 스펙 쌓아 취업하겠다는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게 얼마 못 간다는 예측이 많다. 창업을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친구들도 많고.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기회가 적다. 그런데 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면 모의로라도 창업을 해볼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을 알려주니까 실제로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나가보는 것도 좋다. 해봐야 아는 거니까. 학교에서 창업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으면 좋겠다. 창업을 위한 네트워크도 생겼으면 좋겠다.

이: 동감한다. 학교에서 다양한 네트워크의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주면 좋겠다. 특히,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줬으면 좋겠다.

좋은 기업문화 만들어 재밌게 일하고 싶다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박: 창업이다. 그래서 공부, 활동의 초점을 창업에 맞췄다. 해외에 다녀오면 늘 언어가 아쉬웠다. 바로 소통하는 것과 누구를 통해서 소통하는 건 속도도 그렇고 차이가 크더라. 그래서 언어 공부를 하고 있다. 그리고 꾸준하게 창업에 관심을 둘 계획이다. 한순간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갖는 것보다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다. 철학을 전공하고 있어서 부족한 부분이라 생각한 시스템분야를 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사업 아이템, 비즈니스 철학이 좋다고 해도 결국 일하는 환경이 중요하다. 사업을 하면 돈을 좇겠지만, 돈만 좇으면 안 된다.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한다.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려면 고객과 연애하는 기분으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게 되려면 사랑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철학이 있어야 한다. 실패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힘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철학이 있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

경영자에게 정확한 철학이 없으면 직원들은 흩어진다. 회사는 재밌게 하고 싶어도 사실 재미없는 곳이다. 힘들어도 직원들이 따라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같은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 회사와 같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재미없고 힘든 순간에도 회사에 계속 몸담을 수 있게 하는 뭔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회사가 추구하는 비즈니스 가치이다.

이: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자유로움 속에서도 각자의 일을 해나간다. 그게 매력이라고 느꼈다. 활력이 넘치고 재밌게 놀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다가 창업이 답이라고 느꼈다. 나는 공부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할 때도 되게 재밌어하면서 했다. 눈치 보는 걸 싫어해서. 그렇게 재밌게 무언가를 할 때 효율이 높아졌다. 그래서 기업문화를 재밌게 만들어주고 싶다. 놀이터처럼.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창업 아이디어가 적힌 메모를 보면서 실제로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니 제가 경영학과였고(웃음) 아이디어를 키우고 싶어서 전략 학회에 가입해 기업에서 전략 수립하는 것도 연습하고, 창업 수업을 병행하면서 기업문화랑 창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배웠다. 그런 계기가 쌓여 창업이 하고 싶었다. 나도 흔들리지 않는 철학이 있는, 나만의 가치관이 담긴 사업을 하는 경영자가 되고 싶다. 직원들과 가치를 공유하고 그것을 심어줄 수 있으면 그게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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