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실천가 꿈꾼다”
2019-05-13 교육
행정학과 최기훈 학생, 독일 개최 ‘글로벌 솔루션 서밋’ 참가
전 세계 90명 선발하는 ‘영 글로벌 체인저’, 유일한 한국인 참가자
정책 입안자·연구자에 초국가적 난제에 대한 차세대 문제 해결자의 의견 전해
글로벌 솔루션 이니셔티브(Global Solution Initiative, GSI)는 매년 G20 정상회담에 앞서 독일 베를린에서 글로벌 솔루션 서밋(Global Solutions Summit-The World Policy Forum)을 개최한다. G20 정상회담에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열리는데, 올해는 120개국에서 1,600여 명의 정책 입안자, 연구자 등이 참가했다. 이 서밋에서는 미래세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영 글로벌 체인저(Young Global Changer)라는 이름으로 만나 초국가적 문제를 두고 깊이 있는 토론을 벌인다.
올해 글로벌 솔루션 서밋에서 영 글로벌 체인저로 참여한 한국인은 단 1명이었다. 이 한국인은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최기훈 학생(16학번)으로, 지난 3월 중순 글로벌 솔루션 이니셔티브의 초청으로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다. 최기훈 학생을 만나 초청 이유와 참석 소감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Q. 글로벌 솔루션 이니셔티브의 초청으로 독일에 다녀왔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한 참가자다. 초청은 어떻게 받게 됐고, 영 글로벌 체인저는 어떤 역할을 했나?
매년 글로벌 솔루션 이니셔티브가 영 글로벌 체인저를 모집한다. 지난해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올해는 총 3,500여 명의 지원자 중 90명이 선정됐다. 시민사회 영역, 학술 영역에서 배경이 다양한 지원자 가운데 사회 변화를 고민해온 지원자가 영 글로벌 체인저로 선택됐다. 30세 이하가 대부분이었고 올해는 내가 최연소였다.
영 글로벌 체인저에 지원하며 그간 경희대에서 수행했던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시민교육, 전환 21-총장과 함께하는 경희인의 도전, 꿈도전장학 같은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포함했다. 글로벌 솔루션 이니셔티브가 왕복 항공편을 포함한 비용을 부담해 지난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다.
글로벌 솔루션 서밋은 지속가능발전과 기후변화, 금융시장의 안정성, 4차 산업혁명과 젠더 이슈 등 인류사회 공동의 문제에 대처할 초국적 정책 대안을 도출하는 학술, 실천 행사다. 올해는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프란스 티메르만스(Frans Timmermans) 부위원장 등이 참가했다. 글로벌 체인저는 정책 입안자와 연구자에게 지구적 난제에 대한 후속 세대의 문제 해결 관점과 방법을 제안하는 역할이다.
세계차원의 불평등 해결할 대안 함께 모색해
Q. 서밋에서 어떤 분야를 논의했나?
‘사회 결합(Social Cohesion)’ 분과에 소속됐다. 불평등을 주제로 토론했는데, 서로 다른 배경의 집단이 융화되지 않는 문제의 해결법을 찾으려 노력했다. 개인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이 많아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금융 세계화 이후에 나타난 초국적인 불평등, 자산과 소득의 격차, 다양한 빈곤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았다.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압축적 근대화를 이룩한 나라지만, 그 때문에 다양한 사회문제가 일어난 나라라는 의견이 많았다. 또 한국을 권위적이고 위압적인 정부에서 민주주의적인 정부로 바뀐 국가, 지식인이 정책을 입안하고 수립할 수 있는 국가라고 평가했다. 참가자들은 한국 사회의 현재 분위기에도 관심을 보였다.
토론을 바탕으로 국제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의 연구자인 앨런 엠케(Ellen Ehmke) 박사와 질의응답 시간을 보냈다. 두 가지를 질문했는데 하나는 한국의 상황에 대한 앨런의 의견이었다. 한국은 현재 세대 간의 격차가 큰 나라다. 기성세대와 20대의 담론이 다른데, 능력주의에 대한 신뢰 여부가 관건이다. 전 세계적 불황과 저성장 구조 속에서 노동집약적 일자리에서 자본·기술집약적 일자리로 전환이 일어나면서 저숙련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성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성공한다’고 믿는데, 20대는 다르다. 여기서 해결책은 무엇이고, 정부가 할 일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두 번째로는 서밋에 참가한 정책 입안자, 연구자, 나와 같은 학생 등이 생각하는 사회적 변화에 대한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물었다.
앨런 박사는 한국의 상황이 특수한 것이 아니며 전 세계가 직면한 초국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앨런 박사는 세계화 속에서 정부와 시민사회, 경제 주체 간의 연계가 흩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표를 얻기 위해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입안할 수밖에 없고, 포퓰리즘이 부흥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의 파리 협약 탈퇴와 보호무역, 영국의 브렉시트, 프랑스의 마린 르펜(Marion Anne Perrine Le Pan)의 약진 등이 그 현상이다.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적 협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각 국가와 국가 내의 주체가 분열되고 있다. 국제적 시각보단 공동체만을 위한 방안을 고민한다. 앨런 박사는 ‘글로벌 시각을 갖고 지역 단위로 활동하자(Think Globally Act Locally)’고 말했다.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의 답도 나왔다. 각 층위의 당사자는 유기적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는 것이 앨런 박사의 결론이었다.
Q. 글로벌 솔루션 서밋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청년세대에게는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는 교훈은 얻었다. 서밋에 참가한 연구자와 정책 입안자가 기후변화, 포용적 국가 건설, 절대 빈곤의 해결 등을 위해서는 미래세대의 주역인 청년과 대학생의 기여가 필수라고 생각한다는 점도 확실히 느꼈다.
지역과 국가를 넘는 커뮤니티와 교육도 중요하다. 커뮤니티가 국가 단위를 넘는 지구적 차원의 위기에 대응하지 못하거나, 미래세대를 위한 세계 시민 의식 교육이 없다면 지속가능한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이란 위기의식도 생겼다.
전환21·꿈도전장학 등 교내 프로그램 경험, 선정에 큰 역할
Q. 글로벌 솔루션 서밋을 통해 큰 경험을 한 것 같다. 경희대에서 펼친 활동이 이번 서밋 참가에 도움이 됐다고 했는데 어떤 활동을 했나?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과 실천 활동이었던 전환 21, 꿈도전장학 등 많은 프로그램에 동참했다. 전환 21은 학생이 주도적으로 본인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정하고 결과물을 만드는 일을 돕는 프로그램이었다. 전환21에는 1학년부터 활동했던 정경대학 학회 ‘자유정신’의 학회원과 함께 ‘정의로운 세계화와 지구공동체의 미래를 만나다’라는 주제로 참여했다. 브렉시트와 보호주의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의 정책 비전을 탐구하는 활동이었다.
주제를 기획하던 2017년 말,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됐고 영국의 브렉시트 주민투표 결과가 나오면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졌다. 행정학을 전공하고 교양강의로 정치학을 공부하며 ‘정치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이유’를 알고 싶었다. 어떤 생각과 삶의 기반에서 결정을 내린 것인지 궁금했다. 공부하면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전환21 프로젝트로 미국과 영국 등의 시민과 정치인, 학자를 인터뷰하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영국과 벨기에, 스위스를 방문했다. 런던에서는 브렉시트를 두고 의견이 갈린 시민단체를 만났고, 웨스트민스터 시위자의 견해와 전망을 들었다. 영국의 상원 위원 앤드류 아도니스(Andrew Adonis)를 인터뷰했고, 경희대를 방문했던 국제정치학의 권위자인 워싱턴대학의 제임스 카프라소(James A. Capraso) 교수와 인터뷰했다. 스위스 브뤼셀 유럽연합 본부에서는 위원회 방청 기회를 얻어 초국적 기구의 구축 방식을 이해하게 됐다. 국제무역기구나 유엔의 제네바 사무소도 방문했고, 이 결과물을 모아 1시간짜리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꿈도전장학’도 큰 도움이 됐다. 프로젝트를 구상해도 금전적 부담으로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환21이나 꿈도전장학은 경희대 학생의 특권이다. 국제교류처나 단과대학의 해외 탐방 같은 활동도 있었다.
지난 4월 10일에는 서울연구원이 주최하는 ‘2018 하반기 작은 연구 좋은 서울 지원사업 결과발표회’에서 ‘단기거주 전입자의 도시 애착도 형성 요인과 정책적 과제’라는 연구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휴학하고 연구에 매달렸다. ‘장소 애착(Place Attachment)’은 인간과 장소의 반복된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기능적 유대감과 특정 장소와 개인 사이의 정서적 유대감을 의미하는 단어다. 경희대 인근에서 자취하는 비수도권 출신 대학 자취생의 특성을 찾고, 이들이 장소 애착을 갖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시사점을 제안했다.
더 근본적 변화 필요, 정책 입안이나 실행하는 사람 되고 싶어
Q. 학부 졸업 전부터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앞으로 목표는 무엇인가?
서밋을 다녀오면서 ‘너지(Nudge)’가 변화를 이끄는 시대가 지났다고 느꼈다. 조금 더 근본적이고 과격할 정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세상을 구성하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부의 재분배 문제가 생기고, 상위 0.1% 자본의 점유율이 증가하는 와중에 발견되는 절대 빈곤, 서구 선진국가의 중산층 위기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지속가능한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도 없다.
앞으로는 아이디어 제공에 그치지 않고 정책을 입안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국제기구나 시민 단체에서 일하며 현장과 가까이 있고 싶다. 모두를 위한 미래를 만드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다. 국제법에도 관심이 많아 국제기구나 국제 시민 단체에서 법률적 자문이나 실무를 담당하는 행정가도 꿈꾸고 있다.
가끔 고등학생 때를 떠올리곤 한다. 대학 입학 전부터 불평등에 관심이 많았고, 관련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바탕힘이었다. 학과를 정할 때도 구체적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싶어 행정학과를 선택했다. 이런 모습을 경희대가 좋게 봐주었는지 장학금도 받았다. 활동에 대한 응원이라고 생각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고 싶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멀티미디어
-
-
신간
-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
-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