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세계 대학평가, 대학의 공공성 측정한다
2019-01-30 교류/실천
세계 최고 권위 대학평가기관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시행(1) 개관
올해부터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에 대한 대학의 기여도 반영
기후변화·생물다양성 등 지구적 난제 해결에 대학이 나서야 한다는 메시지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즈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THE)이 올해부터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에 대한 대학의 기여도를 반영해 ‘THE 대학 영향력 평가(THE University Impact Rankings)’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대학이 기여하는바, 즉 대학이 사회적 · 지구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대학평가는 연구와 교육에 집중돼 있었다. 학술기관이자 사회기관인 대학의 역할을 학술의 잣대로만 평가해온 것이다. 지역사회와 국가, 지구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반영한 대학 공공성 평가가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HE 대학 영향력 평가’의 도입 배경 및 평가지표, 대학의 공공성을 추구해온 경희의 역사와 현재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이 그 첫 번째다.<편집자 주>
세계 대학평가의 기준이 달라진다. 그간 대학평가는 학계 평판도, 논문 수, 논문 피인용, 교원당 학생 수, 졸업생 평판도 등 연구와 교육에 큰 비중을 둬왔다. 그런데 이번에 THE가 “연구와 교육은 대학의 유일한 역할이 아니다”라며 대학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학이 지구적 난제 해결에 나서는 사회적·지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
대학이 혁신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가 초래한 기후변화, 과학기술이 주도하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예의주시하며 대학이 스스로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단순한 학술기관이 아니라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공적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청이다.
지난 세기 후반,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면서 그 여파가 대학사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학이 기업 논리 앞에서 자율성과 독립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교육과 연구의 본질 목적이 왜곡됐고 대학의 공공성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대학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대신 기업과 시장이 요구하는 기능인을 배출하는 직업학교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THE가 대학의 사회적 영향력을 평가하기로 한 것은 대학이 공공성을 회복해 인류의 더 나은 미래 건설에 적극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심각성 더해가는 환경·생태문제, 인간이 초래한 결과
이미 UN과 여러 국가들은 수십 년 전부터 지구적 난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제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지구 생태계의 위기가 대표적이다. 폭염, 한파, 가뭄, 홍수, 태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적 이변’은 속출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기후변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여름 서울의 기온은 39.6℃까지 치솟았고, 미세먼지의 공습이 일상화됐다.
미세먼지는 최근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미세먼지는 산업혁명 이후 나타났다. 대표적으로 1930년 벨기에 뫼즈계곡 사건(사망 60명, 호흡기 질환 6천여 명), 1948년 미국 도노라 사건(사망 20명, 호흡기 질환 6천여 명), 1952년 영국 런던 스모그 사건(사망 1만 2천여 명)이 있었다. 세 사건은 석탄 연소에 따른 대기오염이 낳은 명확한 ‘인재(人災)’로 밝혀졌다.
최근에는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는 지난 4억 5천 년간 환경이 급변하면서 5차례의 동·식물 멸종을 거쳤는데, 그때마다 진화를 통한 새로운 종이 빈자리를 채워 생물다양성이 유지될 수 있었다. 현재는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에 의한 대멸종을 겪고 있으며, 그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광범위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세계자연기금(WWF)과 런던동물학회(ZSL)는 지난 10월 30일 발표한 <지구 생명 보고서 2018(Living Planet Report 2018)>에서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척추동물의 개체 수 60%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땅이 척박해지고 숲이 사라지면서 ‘대멸종’이 시작된 것이다.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주는 것, 대학의 책무
THE가 대학 영향력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위기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오래전부터 과학자, 생태학자, 문명 전망 기관들은 인류가 추구해온 성장 지상주의와 소비사회가 인류의 공멸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기성정치와 언론매체, 교육기관은 지구 생태계 위기를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다. 기업이 국가보다 힘이 커지고, 시장이 사회보다 더 커지면서 미래는 갈수록 작아졌다. 현실정치와 초국적 기업 들은 50년, 100년 뒤를 고려하지 않는다. 단위 국가의 현실정치는 국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산업 자본주의는 지구 온도 상승과 같은 포괄적이고 장기적 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대학이 나서야 할 때다. 나날이 커지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고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어주는 것이 대학에 주어진 책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대학의 공공성 추구는 THE의 대학 영향력 평가가 아니더라도 대학 스스로 회복해야 할 가치이자 존재 이유다.
※ ‘THE 대학 영향력 평가’ 관련 상세 기사(2)는 곧 업로드됩니다.
※ 관련 기사 보기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시행(2)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대학교육에 반영된다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시행(3) 1950년대 중반부터 ‘공공성’ 추구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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